3개월짜리 프리뷰가 끝나는 날, 옛날 모델명도 같이 끝난다

딥시크가 2026년 4월 24일에 "프리뷰"라는 꼬리표를 달고 내놨던 V4가 오늘 정식(GA) 버전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같은 날, 지난 2년 동안 중국발 AI를 써온 거의 모든 개발자가 코드에 박아뒀던 두 개의 문자열이 사라진다. deepseek-chatdeepseek-reasoner. 공식 API 문서에는 이 두 모델명이 2026년 7월 24일 15시 59분(UTC) 이후로 "완전히 은퇴하며 접근 불가"라고 못 박혀 있어. 한국 시간으로는 7월 25일 새벽 0시 59분이야. 오늘 밤 자정 넘겨 배포 도는 팀이 있다면, 그 배포가 곧 장애 리포트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지.

프리뷰에서 정식으로 가는 전환치고는 이례적으로 거칠다. 보통 이런 전환은 옛 이름을 별칭(alias)으로 한동안 살려두고 조용히 리디렉션시키는 게 관례인데, 딥시크는 유예 기간을 3개월로 딱 끊고 그 뒤로는 404를 던지겠다고 예고했어. 실제로 프리뷰 기간 동안 deepseek-chat 호출은 내부적으로 deepseek-v4-flash로 라우팅되고 있었고, 오늘 그 다리마저 걷어낸다. 딥시크가 붙인 이전 안내는 단순하다. 베이스 URL은 그대로 두고 model 필드만 deepseek-v4-pro 또는 deepseek-v4-flash로 바꾸라는 것. OpenAI ChatCompletions 규격과 Anthropic API 규격 양쪽을 모두 받는다는 점도 그대로 유지된다.

숫자부터 보면 이 모델이 왜 화제인지 금방 감이 온다. V4-Pro는 총 1조 6,000억 파라미터에 토큰당 490억 개만 활성화되는 MoE(전문가 혼합) 구조고, V4-Flash는 총 2,840억 파라미터에 활성 130억이다. 둘 다 기본 컨텍스트가 100만 토큰이고 최대 출력이 38만 4,000토큰. 학습에 쓴 토큰은 32조 개 이상. 이건 2024년 말 V3가 14.8조 토큰이었던 걸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규모야. 그리고 이 모든 게 MIT 라이선스로 허깅페이스에 올라와 있다. 상업적 사용, 수정, 재배포, 파인튜닝 전부 제약 없이 허용되는, 오픈 라이선스 중에서도 가장 느슨한 쪽이지.

여기에 딥시크가 창사 이래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이 하나 붙는다. 시간대별 차등 요금. 베이징 시간 기준 오전 9시~정오, 오후 2시~6시 사이에 API를 호출하면 가격이 정확히 두 배가 된다. 지난 2년간 "가격 파괴자"로 불려온 회사가 처음으로 "비싼 시간"을 만든 거야. 이 조합 — 프론티어급 오픈웨이트 모델, 100만 토큰 컨텍스트, 그리고 서지 프라이싱 — 이 오늘 하루에 몰려 있다.

딥시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나

2025년 1월의 R1 쇼크를 기억한다면, 그 이후 딥시크가 조용했던 이유부터 짚어야 한다. R1은 나스닥에서 하루 만에 1조 달러 가까운 시가총액을 날려버린 모델이었고, 엔비디아 주가를 17% 끌어내렸다.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High-Flyer)에서 분사한 량원펑(梁文锋)의 연구소가 "훨씬 적은 돈으로 프론티어 근처까지 간다"는 걸 증명한 사건이었지. 그런데 그 뒤로 18개월 동안 딥시크는 V3.1, V3.2 같은 점진적 업데이트만 냈다. V3에서 V4까지 484일이 걸렸어. 같은 기간 오픈AI는 GPT-5 계열을, 앤트로픽은 클로드 4.x 계열을 여러 번 갈아치웠다.

그 공백의 정체가 최근 중국 매체와 ChinaTalk 같은 분석 매체를 통해 조금씩 드러났다. 첫째, 학습 프레임워크를 엔비디아에서 화웨이 어센드(Ascend)로 옮기는 작업이 예상보다 훨씬 험했다. 2025년 중반에는 칩 재적응 과정에서 꽤 심각한 학습 실패를 한 차례 겪었다고 전해진다. 둘째, 회사 내부에서 학습 방향을 두고 이견이 있었고, 량원펑이 제시한 요구사항을 실무 레벨에서 타협시키기가 어려웠다는 증언이 나왔다. 셋째, 텐센트·바이트댄스·샤오미로 상당한 인재 유출이 있었다. 넷째, 멀티모달 생성 모델 학습은 컴퓨팅 파워와 현금 양쪽 제약 때문에 아예 순번을 뒤로 미뤘다.

돈 문제도 있었다. 딥시크는 2026년 4월 중순에 처음으로 외부 파이낸싱 창구를 열었다. 그전까지는 하이플라이어의 자체 자금으로만 굴러갔고, 대형 투자자들이 요구한 독점 조건을 거부하면서 자금 조달이 늦어졌다는 보도가 있다. 미국 프론티어 랩들이 수백억 달러 단위 라운드를 굴리는 동안, 중국 최고 오픈소스 랩은 자기 모회사 트레이딩 수익으로 GPU를 사고 있었던 셈이야.

그럼에도 V4에는 딥시크 특유의 "엔지니어링으로 뚫는다"는 색깔이 그대로 남아 있다. 모델 카드에 적힌 하이브리드 어텐션 — 압축 희소 어텐션(CSA)과 고압축 어텐션(HCA)을 섞은 구조 — 은 100만 토큰 지점에서 V3.2 대비 토큰당 추론 FLOPs를 27% 수준까지 떨어뜨린다고 명시돼 있다. 즉 같은 길이 문서를 읽는 데 드는 계산량이 4분의 1로 줄었다는 뜻이지. 여기에 다양체 제약 하이퍼커넥션(manifold-constrained hyper-connections)으로 레이어 간 신호 전달을 강화하고, 학습에는 Muon 옵티마이저를 썼다. 추론 파일은 전문가 파라미터를 FP4로, 나머지를 FP8로 두는 혼합 정밀도로 배포된다. 화웨이 쪽에서는 어센드 슈퍼노드가 V4에 "데이 제로" 완전 지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했고, 최소 1,000장 규모 어센드 910C 클러스터로 V4-Pro의 사후학습(post-training)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다만 ChinaTalk의 분석에 따르면 사전학습 자체는 여전히 엔비디아 하드웨어에서 이뤄졌고, 국산 칩 적응은 주로 추론 쪽을 겨냥한 것이다. "엔비디아 없이 학습부터 서빙까지"라는 서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뜻이야.

1.6조와 2,840억, 그리고 시계를 보는 가격표

V4는 두 개 모델로 나뉜다. 성능이 필요한 곳에는 Pro, 양이 필요한 곳에는 Flash. 둘 다 Non-Think(비추론), Think High, Think Max라는 세 단계 추론 모드를 갖고 있어서 같은 모델에서 사고 예산을 조절할 수 있다. 모델 카드에 따르면 Think Max 모드가 "오픈소스 모델의 지식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표현돼 있는데, 이건 벤치마크 표를 봐야 감이 온다. V4-Pro는 MMLU 5-shot 90.1%, GSM8K 8-shot 92.6%, HumanEval 0-shot 76.8%를 기록했다. V4-Flash는 사고 모드에서 MMLU-Pro 86.4, LiveCodeBench 91.6, 100만 토큰 컨텍스트 검색 능력을 재는 MRCR에서 78.7을 찍었다. 커뮤니티 보도로는 V4-Pro가 SWE-bench Verified에서 80.6%를 기록해 클로드 오푸스 4.6(80.8%)과 0.2포인트 차이라는 수치가 돌지만, 이건 딥시크 공식 자료로 교차 확인되지 않은 값이라 그대로 믿기는 이르다.

가격표가 이번 발표의 진짜 뇌관이다. 딥시크는 5월에 V4 API에 최대 75% 할인을 걸어 업계 가격 전쟁을 촉발했고, 바이트댄스와 텐센트가 줄줄이 요금을 내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두 달 만에 방향을 틀어서,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는 오히려 두 배를 받겠다고 나선 거야. 회사가 밝힌 이유는 "자원의 더 나은 분배와 서비스 안정성 강화"다. 바꿔 말하면 오프피크 가격을 유지하는 대가로 피크 시간 부하를 가격으로 밀어내겠다는 것. 전력 요금제의 계시별 요금(TOU)을 토큰에 그대로 옮겨온 셈이지.

항목 V4-Flash (오프피크) V4-Flash (피크) V4-Pro (오프피크) V4-Pro (피크)
입력 · 캐시 히트 (100만 토큰) $0.0028 2배 $0.003625 2배
입력 · 캐시 미스 (100만 토큰) $0.14 2배 $0.435 $0.87
출력 (100만 토큰) $0.28 $0.56 $0.87 $1.74
총 파라미터 / 활성 2,840억 / 130억 1조 6,000억 / 490억
컨텍스트 / 최대 출력 100만 / 38.4만 토큰 100만 / 38.4만 토큰
라이선스 MIT (프리뷰 기준) MIT (프리뷰 기준)

위안화 기준으로 보면 V4-Pro 출력이 평시 100만 토큰당 6위안에서 피크 12위안으로, 캐시 미스 입력이 3위안에서 6위안으로 오른다. 피크 시간은 베이징 시간 09:00~12:00과 14:00~18:00, 하루 총 7시간이다. 한국은 베이징보다 1시간 빠르니까 한국 시간으로는 오전 10시~오후 1시, 오후 3시~7시가 비싼 구간이 된다. 한국 개발자 기준으로는 업무 시간 대부분이 피크에 걸린다는 뜻이야. 반대로 새벽에 배치 잡을 돌리는 팀은 아무 영향이 없다.

한 가지 짚어둘 것. 4월 프리뷰 시점의 V4-Pro와 V4-Flash 가중치는 MIT 라이선스로 허깅페이스와 모델스코프에 공개됐고, vLLM·SGLang·트랜스포머스에서 돌릴 수 있다. 다만 오늘 GA 전환과 함께 가중치가 새 체크포인트로 갱신되는지, 라이선스 조건이 그대로인지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 확인되지 않았다. V4-Flash에 이미지 입력이 추가된다는 커뮤니티 관측도 돌지만 공식 문서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자체 호스팅을 계획 중이라면 오늘 자 모델 카드의 커밋 해시를 직접 확인하는 게 맞다.

각자 뭘 챙기나

딥시크가 챙기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서빙 원가의 통제권. 1.6조 파라미터 MoE를 100만 토큰 컨텍스트로 돌리는 건 아무리 CSA/HCA로 FLOPs를 27%까지 줄였다 해도 KV 캐시 메모리가 만만치 않다. 피크 시간에 가격을 두 배로 올리면 수익이 늘거나 부하가 빠지거나 둘 중 하나인데, 딥시크 입장에선 어느 쪽이든 이득이야. 다른 하나는 모델 라인업 정리. deepseek-chat/deepseek-reasoner라는 "추론 여부로 나눈" 이름은 세 단계 사고 모드가 한 모델 안에 들어간 지금 구조에서는 의미가 없어졌다. Pro/Flash라는 "크기로 나눈" 이름으로 갈아타면서 앞으로 V5, V6가 나와도 같은 이름 체계를 재사용할 수 있게 됐지.

화웨이는 이번 건에서 조용히 가장 큰 걸 챙긴다. 어센드 910C 클러스터에서 1.6조 파라미터 모델의 사후학습을 돌렸다는 레퍼런스는 중국 국내 시장에서 엔비디아 대체재로서의 신뢰도를 크게 올린다. 딥시크가 만든 MXFP4 저정밀 포맷, 다중 하드웨어 컴파일을 가능하게 하는 TileLang, 어센드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MegaMoE 융합 커널은 전부 오픈소스로 풀렸다. 다른 중국 랩들이 어센드로 넘어갈 때 밟을 길이 이미 깔린 셈이야.

중국 클라우드·API 재판매 사업자들은 애매하다. 오프피크 가격이 유지되니 저가 경쟁의 바닥은 그대로인데, 피크 시간대 원가가 두 배가 되면 정액제 상품을 파는 쪽은 마진이 눌린다. SCMP가 지적했듯 지난 2년을 지배한 "원가 리더십" 전략이 인프라 수요 앞에서 지속 불가능해졌다는 신호로 읽는 시각도 있다. 재판매 사업자 입장에선 오프피크 배치 처리로 트래픽을 밀어내는 게 유일한 방어책이 된다.

서구 프론티어 랩들은 이 가격표를 무시하기 어렵다. V4-Flash 출력이 100만 토큰당 $0.28인데, 같은 등급 성능을 주장하는 미국 상용 모델들은 대체로 그 몇 배 위에 있다. 게다가 V4는 가중치가 MIT로 풀려 있어서 "너무 비싸면 그냥 직접 돌린다"는 옵션이 실재한다. 이건 가격표 그 자체보다 협상 테이블에서의 앵커 역할이 크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계산이 하나 더 붙는다. 데이터 주권·보안 이슈로 중국 API를 직접 못 쓰는 조직이 많은데, MIT 오픈웨이트라면 국내 GPU에 얹어 폐쇄망에서 돌릴 수 있다. 다만 1.6조 파라미터 Pro는 FP4 혼합 정밀도라 해도 서빙 하드웨어 요구가 크고, 현실적으로는 2,840억/활성 130억인 Flash 쪽이 국내 도입 후보가 된다.

프리뷰에서 GA로 넘어가는 다리, 건넌 쪽과 무너진 쪽

프리뷰 딱지를 떼면서 옛 모델명을 죽이는 건 업계에서 반복돼온 의식이다. 성공 사례부터 보면, 오픈AI가 2023~2024년에 text-davinci-003 계열 컴플리션 모델들을 단계적으로 종료하고 챗 컴플리션 규격으로 통일한 전환이 있다. 그때도 마이그레이션 가이드를 내고 유예 기간을 뒀고, 결과적으로 API 표면이 단순해지면서 생태계 전체가 이득을 봤다. 지금 딥시크가 OpenAI 규격과 Anthropic 규격을 동시에 받으면서 모델명만 갈아끼우라고 안내하는 것도 그 학습의 산물이야.

실패 쪽 사례도 많다. 구글이 2023~2024년 사이 PaLM API를 제미나이로 전환하면서 엔드포인트와 SDK를 동시에 바꿨을 때, 그리고 여러 클라우드가 프리뷰 API를 GA로 올리며 응답 스키마를 살짝 손댔을 때, 조용히 깨진 프로덕션이 적지 않았다. 공통점은 "이름만 바뀐다"고 공지해놓고 실제로는 토크나이저나 기본 파라미터가 함께 바뀌었다는 것. 딥시크의 이번 전환도 프리뷰 체크포인트와 GA 체크포인트가 동일한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프롬프트를 세밀하게 튜닝해둔 팀이라면 A/B로 회귀 테스트를 돌려보는 게 안전하다.

딥시크 자신의 전례도 참고가 된다. 2025년 R1 출시 직후 API가 며칠간 신규 가입을 막을 정도로 몰렸고, 그때 딥시크가 택한 해법은 가격 인상이 아니라 오프피크 대폭 할인(UTC 16:30~00:30에 50~75% 할인)이었다. 당근으로 수요를 옮기려던 시도였지. 1년 반이 지나 같은 문제에 채찍을 꺼내 든 게 이번 피크 요금제다. 같은 회사가 같은 문제에 정반대 도구를 쓴다는 건, 오프피크 할인만으로는 낮 시간 부하가 안 빠졌다는 자백이기도 하다.

경쟁자들은 어떻게 나올까

가장 직접적인 압박은 문샷AI(Moonshot AI)에서 온다. 킴이 K3가 7월 16일 API로 먼저 나왔고, 총 2조 8,000억 파라미터에 100만 토큰 컨텍스트, 네이티브 멀티모달 입력을 갖췄다. 그리고 완전한 오픈 가중치를 7월 27일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딥시크 V4 GA 사흘 뒤야. 파라미터 규모로만 보면 K3가 V4-Pro의 1.75배고, 멀티모달은 딥시크가 이번 사이클에서 아예 포기한 영역이다. 네이선 램버트를 비롯한 관측자들은 K3를 "역대 가장 강한 오픈 모델"로 평가하면서 클로드와 GPT 최상위 모델을 제외한 모든 경쟁자를 넘어섰다고 봤다. 딥시크가 "중국 오픈소스의 얼굴"이라는 자리를 독점하던 시대는 끝났다는 뜻이지.

타이밍도 얄궂다. 상하이 WAIC 2026이 7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열렸다. 1,000개 넘는 전시사와 300개 이상의 글로벌 신제품 데뷔가 몰린 자리였는데, 딥시크의 GA는 그 행사가 끝난 뒤로 밀렸다. 반대로 문샷은 WAIC 개막 하루 전에 K3를 던졌다. 중국 AI 업계의 연중 최대 무대에서 헤드라인을 가져간 쪽은 문샷이었고, 딥시크는 조용한 주에 정식 전환과 모델명 폐기를 처리하는 모양새가 됐다.

바이트댄스(더우바오)와 알리바바(큐원)는 다른 각도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자체 클라우드를 갖고 있어서 딥시크처럼 서빙 원가를 요금제로 밀어낼 필요가 적다. "우리는 시간대별 할증 없다"를 마케팅 포인트로 쓰는 게 가장 쉬운 카운터다. 실제로 딥시크가 5월 75% 할인으로 가격 전쟁을 걸었을 때 이들이 따라 내렸던 걸 생각하면, 이번엔 따라 올리지 않는 것만으로 반사이익을 얻는다. 다만 큐원 계열은 오픈웨이트 라인업의 다양성(작은 모델부터 큰 모델까지)이 강점이라 MIT 1.6조 모델과 정면으로 붙기보다 파인튜닝 생태계 쪽에서 방어할 공산이 크다.

서구 쪽 대응은 좀 더 느리게 온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이미 배치 API와 프롬프트 캐싱으로 실질 단가를 크게 낮춰뒀고, 딥시크의 캐시 히트 가격($0.0028~$0.003625/100만 토큰)이 사실상 무료에 가깝다는 것도 캐싱 경쟁의 연장선이다. 이들이 곧바로 표시 가격을 내릴 가능성은 낮지만, 엔터프라이즈 계약 협상에서 "V4-Flash는 $0.28인데요"가 자주 등장할 거라는 건 예측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오픈웨이트 전선에서는 메타와 미스트랄이 어떤 답을 내놓는지가 남았다. 2.8조(K3)와 1.6조(V4-Pro)가 MIT 급 라이선스로 풀리는 시장에서 어정쩡한 크기와 제한적 라이선스는 설 자리가 좁아진다.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개발자에게 오늘 할 일은 하나다. 코드베이스에서 deepseek-chatdeepseek-reasoner 문자열을 전부 찾아서 deepseek-v4-flash 또는 deepseek-v4-pro로 바꾸는 것. 환경변수, CI 시크릿, 랭체인/라마인덱스 설정 파일, 노트북 안에 하드코딩된 값까지 포함이다. 그다음은 스케줄 조정이다. 배치 임베딩이나 대량 요약처럼 지연에 둔감한 작업은 한국 시간 밤 8시 이후로 옮기면 그대로 반값이 된다. 실시간 챗봇처럼 시간을 못 고르는 워크로드라면, 평균 단가가 사실상 오른다는 걸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이번 발표의 신호는 가격이 아니라 방향이다. 2년 동안 "중국 AI는 원가로 이긴다"는 서사가 시장을 지배했는데, 그 서사를 만든 당사자가 처음으로 "수요가 몰리면 비싸게 받는다"고 선언했다. 이건 추론 수요가 공급을 넘어섰다는 뜻이거나, 컴퓨트 확보가 여전히 병목이라는 뜻이거나, 둘 다다. 딥시크가 4월에 외부 파이낸싱을 열었다는 사실과 붙여 보면 후자 쪽 무게가 커진다. 중국 AI 밸류에이션을 볼 때 "토큰 단가"만 보는 모델은 이제 수정이 필요하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사실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 딥시크 앱과 웹 챗은 계속 무료고, 내부적으로 어떤 모델이 도는지는 화면에 크게 안 적힌다. 다만 100만 토큰 컨텍스트가 모든 공식 서비스의 기본이 됐다는 건 체감이 될 수 있어. 긴 PDF 여러 개를 한 번에 던져놓고 대화를 이어가도 앞부분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MRCR 78.7이라는 수치가 그 능력을 재는 지표인데,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고 100만 토큰 지점에서도 다섯 번 중 네 번은 제대로 찾아온다는 정도로 읽으면 된다.

한국 산업 관점에서는 오픈웨이트라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 기업이 중국 API에 데이터를 보내는 건 규제·보안 양쪽에서 부담이지만, MIT 가중치를 받아 국내 인프라에서 돌리는 건 얘기가 다르다. 활성 파라미터 130억짜리 V4-Flash는 국내 GPU 클러스터에서 현실적으로 서빙 가능한 급이고, 한국어 성능만 검증되면 소버린 AI 논의의 실질적 옵션이 된다. 반대로 국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에는 압박이다. 32조 토큰으로 학습된 MIT 모델이 공짜로 굴러다니는 시장에서, 비슷한 성능의 자체 모델을 유료로 팔 논리를 새로 만들어야 하니까.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딥시크 API를 직접 안 쓴다면 오늘은 아무 일도 안 일어나. 다만 네가 쓰는 국내외 AI 서비스 중 상당수가 뒤에서 딥시크 계열을 섞어 쓰고 있고, 그쪽이 모델명 교체를 놓쳤다면 오늘 밤부터 이상하게 느려지거나 답이 안 오는 순간이 생길 수 있어.

— 이게 왜 지금이야? WAIC 끝난 다음 주에? 딥시크는 원래 마케팅 타이밍을 안 맞추는 회사로 유명해. 6월 30일에 예고한 "7월 중순"에서 며칠 밀린 것뿐이라는 해석도 있고, 문샷 K3와 정면 충돌을 피했다는 해석도 있어. 어느 쪽인지 회사가 밝힌 적은 없어서 단정하긴 일러.

— 킴이 K3보다 앞선 거야? 파라미터 수(2.8조 vs 1.6조)와 멀티모달 지원만 놓고 보면 K3가 위야. 하지만 V4는 추론 FLOPs를 27%까지 줄인 효율 설계와 이미 3개월간 검증된 API 안정성이 있고, 서빙 단가가 훨씬 낮아. K3 가중치가 7월 27일에 실제로 풀리기 전까진 같은 조건에서 비교가 안 되니까, 순위를 매기는 건 다음 주 이후 얘기야.

참고 자료

수치는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