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집에서 시작한 대화가 실리콘밸리 라운드테이블로 옮겨 붙었다

7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에서 한 테이블이 차려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그리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여기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합류 가능성이 거론되고,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의 참석 가능성까지 흘러나왔어. 형식은 발표회가 아니라 라운드테이블이야. 마이크 앞에서 악수하는 그림이 아니라, 앉아서 숫자를 맞춰보는 자리라는 뜻이지.

이 조합이 왜 특별한지는 참석자 명단을 역할별로 다시 읽어보면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심장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대는 두 축이다. 네이버는 그 가속기를 사다가 데이터센터에 꽂는 고객이자, 엔비디아와 손익을 나누는 사업 파트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로보틱스라는 피지컬 AI 수요처고, 오픈AI와 앤트로픽은 그 모든 인프라를 마지막에 태워버리는 모델 회사다. 메모리·칩·인프라·모델·응용이 한 테이블에 다 앉는 건 업계에서도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점도 우연이 아니다. 젠슨 황은 6월 4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 머물렀다. 6월 5일 홍대 인근 삼겹살집에서 이재용·최태원·이해진과 소주잔을 기울인 이른바 '삼소 회동'이 있었고, 사흘 뒤인 6월 8일에는 네이버와 엔비디아가 기가와트급 AI 팩토리 동맹을 공식 발표했다. 2025년 10월 APEC 정상회의 때의 '치맥 회동'에 이어 두 번째 비공식 자리였다. 서울에서 술잔으로 시작한 대화가 한 달 반 만에 실리콘밸리에서 계약서 언어로 옮겨가는 셈이야.

배경에는 자금이라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Korea JoongAng Daily가 7월 2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해진 의장은 김희철 네이버 CFO 등 경영진과 함께 이번 주 캐나다 브룩필드를 먼저 방문한 뒤 실리콘밸리로 이동하는 일정이다. 브룩필드가 네이버 AI 팩토리 프로젝트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논의되는 투자 규모가 10조원(약 68억 달러)을 넘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최태원 회장도 같은 주에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총수들이 같은 주에 같은 대륙으로 움직인 건, 각자의 숙제가 결국 한 사람의 캘린더로 수렴했기 때문이다.

네 명의 참석자, 네 개의 서로 다른 숙제

젠슨 황은 지금 '수요는 확실한데 공급이 안 따라오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엔비디아 뉴스룸이 6월 7일 낸 보도자료에서 그는 "쓸모 있는 AI가 도래했고, AI 팩토리 수요는 이례적"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6월 서울 방문에서 남긴 말은 더 직설적이었다. "여러분은 필요한 걸 다 갖고 있다. 우리는 파트너가 되러 왔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한국은 HBM 공급처이자, 자기 GPU를 대량으로 사줄 고객이자, 아시아·중동·유럽 수요를 받아낼 전진기지다.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이해진 의장은 202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25년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다. 복귀 명분이 바로 AI였고, 그 명분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 지금 서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만든, 세계에서 세 번째로 초거대 LLM을 자체 개발한 회사다. 각 세종은 국내 최대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고, 네이버는 GPU 클러스터를 직접 굴려본 운영 경험을 갖고 있다. 문제는 돈이다. 기가와트급 인프라는 조 단위가 아니라 수십조 단위 게임이라, 시가총액 규모로 자체 조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숙제는 조금 다르다. 두 회사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들어갈 HBM4 공급을 두고 협상 중이다. 동시에 두 회사는 6월 29일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호남권에 각각 400조원씩, 총 800조원을 투입해 메모리 팹 4기를 짓기로 했다. 5년 내 D램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규모의 증설은 수요가 확정되지 않으면 자살행위다. 엔비디아가 앞으로 몇 년간 얼마나 사줄 것인지를 확인하는 게 팹 착공보다 먼저다.

그리고 브룩필드가 있다. 1조 달러 이상을 굴리는 캐나다 대체투자 운용사로, 한국에서는 서울 국제금융센터(IFC) 소유주로 더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2025년 11월 19일 엔비디아, 쿠웨이트투자청(KIA)과 함께 1,000억 달러 규모 AI 인프라 프로그램을 띄웠다. 핵심 비히클인 브룩필드 AI 인프라 펀드(BAIIF)는 100억 달러 에쿼티를 목표로 출범해 이미 50억 달러 커밋을 확보했고, 투자 대상 1순위가 '엔비디아 DSX 레퍼런스 디자인 기반 AI 팩토리'다. 네이버가 지으려는 게 정확히 그거야. 우연이라기엔 퍼즐이 너무 잘 맞는다.

마지막으로 오픈AI와 앤트로픽. 이들이 실제로 참석했는지는 회동이 끝나야 확인되겠지만, 이름이 거론된 것만으로도 의제의 방향이 보인다. 앤트로픽은 자체 AI 칩을 2나노 공정으로 만들 파운드리를 찾고 있고, 삼성 파운드리가 후보로 언급된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들어갈 메모리를 삼성·SK와 논의해왔다. 모델 회사들이 직접 실리콘 밸류체인으로 내려오는 흐름이 이 테이블에 반영된 거지.

테이블에 올라간 숫자들: 55메가와트에서 1기가와트까지

이번 회동의 실질적 중심축은 네이버-엔비디아 AI 팩토리다. 6월 8일 네이버 발표에 따르면 이건 단순 GPU 구매 계약이 아니다. 네이버 보도자료는 이 제휴를 "밸류체인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동맹"이자 "사업 리스크와 성과를 함께 나누는 글로벌 핵심 파트너십"으로 규정했다. 기존의 기술 제휴와 선을 그은 표현이야. 인프라를 짓는 것부터 글로벌 고객을 찾아오는 것까지 양사가 함께 하고, 잘되면 같이 벌고 안되면 같이 물린다.

기술적 골격은 엔비디아 DSX 플랫폼이다. DSX는 칩·서버·소프트웨어·데이터센터 운영기술을 하나로 묶은 AI 팩토리 레퍼런스 아키텍처로, 학습과 추론 비용을 낮추고 구축 속도를 끌어올리는 걸 목표로 한다. 네이버는 여기에 각 세종 운영 노하우와 GPU 클러스터 운영 역량을 붙인다. 부가 프로젝트로는 네이버의 공간 데이터와 엔비디아 코스모스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한 '서울 월드 모델'이 있고, 차세대 하이퍼클로바X 학습도 이 인프라 위에서 돌아간다.

로드맵은 단계적이다.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로 시작해 같은 해 안에 국내외 합산 100메가와트, 2028년 200메가와트, 최종적으로 1기가와트급 네트워크를 목표로 한다. 1기가와트는 각 세종 용량의 약 4배 규모다. 커버 지역은 한국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태평양, 중동, 유럽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소버린 AI(각국이 자국 데이터·인프라로 AI 주권을 확보하는 개념)'를 팔겠다는 건데, 이건 엔비디아가 지난 2년간 중동과 유럽에서 밀어온 서사와 정확히 겹친다.

항목 내용
회동일 2026년 7월 24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인근
참석 이재용(삼성전자)·최태원(SK)·이해진(네이버)·젠슨 황(엔비디아), 정의선(현대차) 및 올트먼·아모데이 참석 가능성
네이버 AI 팩토리 1단계 2027년 상반기 55MW (각 세종 기반)
확장 로드맵 2027년 말 100MW → 2028년 200MW → 장기 1GW
자금 조달 논의 브룩필드, 10조원(약 68억 달러) 초과 규모 거론
브룩필드 AI 펀드 2025년 11월 출범, 엔비디아·KIA 참여, 최대 1,000억 달러 자산 취득 목표
2025년 10월 GPU 공급 한국 총 26만장 이상 (정부 5만, 삼성·SK·현대차 각 5만, 네이버클라우드 6만)
메모리 증설 삼성·SK하이닉스 호남권 팹 4기, 각 400조원씩 총 800조원

2025년 10월 APEC 때의 26만장 공급 합의를 다시 보면 이번 회동의 성격이 더 선명해진다. 당시 공급 물량은 GB200 그레이스 블랙웰과 일부 RTX 6000 시리즈로 구성됐고, GB200 한 장 가격을 3만~4만 달러로 잡으면 총액이 10조~14조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네이버클라우드가 6만장으로 민간 최대였다. 그때가 '칩을 몇 장 받느냐'의 협상이었다면, 지금은 '그 칩을 꽂을 건물과 전기와 자본을 어디서 구하느냐'의 협상이다. 논의의 단위가 장(枚)에서 메가와트로 바뀐 거야.

각자가 챙기는 것

네이버가 가장 절박하고,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쪽이다. 얻으려는 건 자본이다. 브룩필드와의 10조원대 논의가 지분 투자인지, 프로젝트 파이낸싱인지, SPC 공동출자인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구조에 따라 네이버가 지는 재무 부담과 가져가는 업사이드가 완전히 달라진다. 다만 브룩필드 AI 인프라 펀드에 엔비디아가 LP로 들어가 있다는 점은 협상 테이블에서 네이버에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엔비디아가 파트너로 낙점한 프로젝트에 엔비디아가 출자한 펀드가 들어오는 그림이니까.

엔비디아는 수요를 고정시킨다. AI 반도체 '고점론(피크아웃)'이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수십조~수백조 단위 인프라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는 사실 자체가 젠슨 황에게는 최고의 방어 논리다. 동시에 HBM4 물량을 두 공급사와 직접 조율할 수 있고, 팹 증설 규모까지 확인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병목이 GPU 다이가 아니라 HBM과 어드밴스드 패키징이라는 건 이미 여러 분기 실적 발표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세 가지를 노린다. HBM4 공급 물량 확보, 800조 호남 투자에 대한 수요 근거, 그리고 파운드리다. 앤트로픽의 커스텀 칩을 2나노 공정으로 수주할 가능성이 언급되는 건 삼성 파운드리에 상징적으로 중요하다. 메모리에서 벌고 파운드리에서 까먹는 구조를 바꾸려면 앵커 고객이 필요하고, AI 칩 설계사가 그 후보다. 다만 이건 아직 '거론'의 단계지 계약의 단계가 아니다.

SK그룹은 HBM 선두 지위를 지키는 게 1번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향 HBM에서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고, 그 지위가 삼성의 추격으로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게 최태원 회장의 과제다. 여기에 SK텔레콤이 6월 젠슨 황 방한 때 발표한 기가와트급 AI 클라우드 계획이 붙는다. SK는 메모리를 팔면서 동시에 AI 인프라를 사는, 네이버와 삼성의 포지션을 겹쳐 놓은 형태다.

한국 정부는 직접 참석자는 아니지만 사실상 이해당사자다. 6월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축으로 한 계획이 발표됐고,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 17조원 규모 국가 AI 데이터센터가 포함됐다. 민간 총수들이 실리콘밸리에서 무슨 약속을 받아오느냐가 이 계획의 신뢰도를 좌우한다.

앞선 사례들: 잘 풀린 쪽과 그러지 못한 쪽

성공 사례로 가장 자주 인용되는 건 SK하이닉스다. 2019년 HBM2E부터 엔비디아와 협업을 이어오다 HBM3에서 사실상 단독 공급 지위를 확보했고, 2023~2025년 AI 붐에서 그 선점이 그대로 실적으로 돌아왔다. 요점은 기술이 아니라 타이밍이었다. 시장이 열리기 전에 고객의 로드맵에 올라타 있었다는 것. 이번 회동에서 논의되는 HBM4 협상도 같은 구조다. 지금 맺는 합의가 2027~2028년 손익계산서에 나타난다.

반대 사례도 있다.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2025년 1월 발표한 스타게이트는 5,000억 달러라는 숫자로 시작했지만, 초기 자금 조달과 부지 확보가 발표만큼 빠르지 않다는 보도가 반복됐다. 대형 AI 인프라 프로젝트의 공통된 함정이 여기 있다. MOU와 로드맵은 발표하기 쉽지만, 전력 계통 연결과 변전소 증설, 냉각수, 인허가는 발표로 해결되지 않는다. 호남 800조 투자도 마찬가지다. 투자 방향은 나왔지만 세부 입지와 착공 시기, 전력·용수 대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한국 IT 기업의 글로벌 인프라 도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네이버의 이번 시도는 라인(LINE)과 비교할 만하다. 라인은 일본과 동남아에서 실제로 성공했지만, 2024년 일본 정부의 지분 정리 압박으로 네이버가 경영권에서 밀려나는 경험을 했다. 해외에서 인프라를 굴린다는 건 기술과 자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나라의 정치적 판단에 노출되는 일이라는 교훈이었다. 소버린 AI를 아시아·중동·유럽에 파는 사업도 정확히 같은 리스크 위에 서 있다.

또 하나 참고할 만한 건 사우디의 휴메인(HUMAIN)이다. 2025년 5월 출범해 엔비디아 GPU 수십만 장 도입을 발표했고, 국부펀드가 자본을 대고 엔비디아가 기술을 대는 모델이었다. 네이버 모델과의 결정적 차이는 자본의 출처다. 휴메인은 뒤에 PIF가 있었고, 네이버는 브룩필드 같은 사모 자본과 협상해야 한다. 사모 자본은 국부펀드보다 회수 일정에 엄격하다. 조건이 어떻게 붙느냐가 이 딜의 실질을 결정할 거야.

경쟁자들은 어떻게 나올까

가장 직접적인 반작용은 국내에서 나온다. KT와 카카오는 각각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와 손잡았고, LG그룹은 6월 젠슨 황 방한 때 로보틱스·자율주행·GPU 클라우드를 아우르는 AI 팩토리 협력을 발표했다.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글로벌 파트너' 타이틀을 가져간 이상, 나머지 사업자들은 차별화 축을 다시 잡아야 한다. 특히 GPU 클라우드는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영역이라, 55메가와트로 먼저 뜬 사업자와 나중에 들어가는 사업자의 단가 차이가 그대로 경쟁력 격차가 된다.

해외에서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변수다. AWS·구글클라우드·마이크로소프트 애저는 이미 한국에 리전을 두고 있고, 아시아 AI 수요를 자기 인프라로 흡수하려 한다. 네이버가 아시아·중동·유럽에 소버린 AI를 팔겠다고 할 때 부딪히는 상대가 바로 이들이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카운터는 예측 가능하다. 자체 실리콘(트레이니엄, TPU, 마이아)으로 단가를 낮추고,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춘 스택을 '더 싸다'는 논리로 미는 거지. 소버린이라는 명분과 단가라는 현실 사이에서 각국 정부가 어디에 서느냐가 승부처다.

메모리 쪽에서는 마이크론이 조용히 압박을 키우고 있다. HBM에서 삼성·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혀왔고, 미국 기업이라는 지정학적 프리미엄도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공급사를 셋으로 유지하는 건 협상력 측면에서 당연한 선택이다. 이번 회동에서 한국 두 회사가 얼마나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느냐는, 역설적으로 마이크론이 얼마나 잘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AI 칩 자체의 경쟁 구도도 무시할 수 없다. 구글은 TPU를 외부에 판매하는 쪽으로 움직였고, 앤트로픽은 자체 칩 설계를 검토 중이며, 오픈AI도 브로드컴과 커스텀 칩을 만들고 있다. 이 흐름이 커질수록 엔비디아가 한국 메모리·파운드리와 맺는 관계는 더 촘촘해질 수밖에 없다. 커스텀 칩이 늘어나도 HBM은 여전히 필요하고, 그 HBM을 만드는 곳은 결국 이천과 평택이니까.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개발자 입장에서 당장 달라지는 건 없다.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가 실제로 가동되면 국내에서 쓸 수 있는 GPU 시간의 총량이 늘어나고, 그때는 가격과 대기열에 영향이 온다. 지금 GPU 확보가 안 돼서 학습을 못 돌리고 있다면, 2027년을 기준선으로 두고 계획을 짜는 게 현실적이다. 다만 55메가와트 중 얼마가 외부 판매용이고 얼마가 네이버 자체 하이퍼클로바X 학습용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배분이 국내 스타트업의 체감 공급량을 결정한다.

투자자라면 볼 포인트는 세 개다. 첫째, 브룩필드 투자의 구조. 지분 투자면 네이버 주주 지분 희석 이슈가 생기고,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면 부채 부담이 생긴다. 둘째, HBM4 공급 계약의 물량과 기간. 셋째, 호남 800조 투자의 착공 일정.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전력과 용수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는 숫자로만 존재하는 계획이다. 발표된 총액보다 첫 삽이 언제 들어가느냐가 실질이다.

일반 사용자에게는 체감 거리가 멀다. 다만 하이퍼클로바X 차세대 모델이 이 인프라 위에서 학습된다는 점, 네이버 지도·검색에 붙는 AI 기능의 응답 속도와 품질이 결국 GPU 총량에서 나온다는 점은 기억해둘 만하다. '서울 월드 모델' 같은 공간 AI가 실제 서비스로 나온다면 지도·부동산·물류 쪽에서 먼저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 산업 전체로 보면 이번 회동은 포지션 확인 이벤트다. 한국은 엔비디아에게 공급자이자 고객이자 판매 채널이라는, 다른 나라에 없는 삼중 포지션을 갖고 있다. 이 포지션은 강점이지만 동시에 종속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엔비디아 아키텍처에 인프라를 맞추면 맞출수록 전환 비용은 올라간다. 소버린 AI를 말하면서 실리콘 주권은 미국 회사에 맡기는 구조를 어떻게 볼 것인지, 그 질문은 이번 회동에서 답이 나오지 않을 거야.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직접적인 영향은 당장 없어. 다만 국내에서 GPU를 빌려 쓰는 일을 하고 있다면 2027년 상반기가 하나의 분기점이 될 수 있고, 그 전까지는 공급 부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계획을 짤 때 그 시점을 기준선으로 잡는 게 안전해.

— 이게 왜 지금이야? 6월 8일 발표한 AI 팩토리를 실제로 지으려면 자본이 필요한데, 그 자본이 북미에 있기 때문이야. 여기에 HBM4 공급 협상과 800조 팹 투자 결정이 같은 분기에 겹쳤고, AI 반도체 고점론까지 시장에 떠돌고 있어. 여러 마감이 7월 말로 몰린 셈이지.

— 한국이 경쟁국보다 앞선 거야? 인프라 구축 속도만 보면 사우디나 UAE가 자본 동원력에서 앞선다고 봐야 해. 대신 한국은 메모리 공급망을 직접 쥐고 있다는 점이 다르고, 그게 협상 테이블에서 통하는 카드야. 다만 회동 결과가 구속력 있는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공개된 게 없어서 단정하긴 일러.

참고 자료

숫자와 기준은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