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AI 토큰을 수출하는 나라가 될 거야" — 부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한 말이야
7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말했어. "AI 데이터센터는 토큰 팩토리다." 그러고는 한 문장을 더 붙였지. 우리가 AI 토큰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이게 왜 눈에 띄는 문장인지 설명이 좀 필요해. '토큰'은 언어모델이 글자를 잘라 처리하는 최소 단위야. 챗봇에 질문 하나 던지면 수백~수천 개 토큰이 오가고, 그 토큰을 만들어내는 계산은 결국 GPU가 돌아가는 데이터센터 안에서 일어나. 그러니까 부총리 말은 이런 뜻이야 — 반도체를 웨이퍼로 팔던 나라가, 이번엔 연산 결과 자체를 상품으로 팔겠다는 거지. 철강 팔던 나라가 자동차를 팔겠다고 선언한 것과 구조가 비슷해.
이 발언이 나온 자리는 그냥 축사 자리가 아니었어. 이날 과기정통부는 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와 함께 'AI 데이터센터(AIDC)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열었고, 산·학·연 400여개 기업·기관이 모였어. 정부 몫 공동의장은 배경훈 부총리, 민간 몫 초대 공동의장은 **정재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장(SK텔레콤 대표)**이야. 한 부처가 아니라 네 부처가 나란히 이름을 올린 협의체라는 게 포인트야. 전력은 산업부, 부지·인허가는 국토부, 자금은 금융위 소관이거든. 데이터센터가 IT 이슈가 아니라 국토·에너지·금융 복합 이슈라는 걸 정부가 조직도로 인정한 셈이야.
그리고 숫자가 하나 붙어. 18.4기가와트(GW). 정부가 6월에 발표한 'AI 데이터센터 국가 전략 산업화' 전략의 최종 목표치고, 이 얼라이언스는 그걸 실제로 굴리기 위한 민관 협력 창구야. 18.4GW가 얼마나 큰 숫자인지는 뒤에서 따로 다룰 거야. 미리 말하면, 이 기사에서 가장 불편한 부분이 거기야.
롯데호텔에 400곳이 왔지만, 진짜 명단은 의장석에 앉은 12개사야
400개 기관이라는 숫자는 크지만, 실제로 판을 움직이는 건 의장단 12개사야. 명단은 이래. 네이버클라우드, 삼성SDS, SK텔레콤, NHN클라우드, LS일렉트릭, LG유플러스, LG전자, GS, 카카오, KT, KTNF, 퓨리오사AI. 이 목록을 한 번 훑어보면 정부가 그리는 밸류체인이 그대로 보여.
클라우드·통신 쪽이 절반이야. 네이버클라우드·NHN클라우드·삼성SDS는 데이터센터를 짓고 굴려서 서비스로 파는 사업자고, 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통신 3사 전원이 들어왔어. 통신사가 왜 여기 있냐면,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 상당수가 통신사 자산이고 백본 네트워크도 이들 손에 있어서야. AIDC는 GPU 클러스터 사이를 오가는 트래픽이 어마어마해서 네트워크가 곧 성능이야. 통신 3사가 나란히 앉은 건 그 자체로 '이번엔 진짜 국가 프로젝트'라는 신호로 읽혀.
설비·전력 쪽은 LG전자와 LS일렉트릭이 대표야. LG전자는 데이터센터 냉각(칠러·액침·수랭) 사업을 밀고 있고, LS일렉트릭은 배전·변압·전력기기 쪽이야. 여기에 GS가 들어온 게 재미있는데, GS는 강원 동해권 AIDC 개발 주체로 이름이 오른 곳이야. 에너지 사업 하던 기업집단이 데이터센터 디벨로퍼로 정체성을 옮기는 중이라고 보면 돼.
국산 하드웨어는 KTNF와 퓨리오사AI가 맡았어. KTNF는 국내 서버 제조사고, 퓨리오사AI는 추론용 NPU를 만드는 팹리스야. 이 두 곳이 12개사에 들어간 이유는 명확해. 정부가 원하는 그림은 "엔비디아 GPU 사다가 창고 채우는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국산 칩과 국산 서버가 들어간 데이터센터"거든. 배경훈 부총리가 출범식에서 한 말도 정확히 그 맥락이야. AIDC 투자가 "단순히 건물을 세우고 서버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구축·운영 및 클라우드 기술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했어.
카카오가 기반 분과장을 맡은 것도 봐둘 만해. 기반 분과는 법·제도 개선, 인력 양성, 생태계 조성을 다루는 곳이라 협·단체와 학계, 법무법인이 주로 들어와. 카카오는 2022년 10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 국민 서비스가 멈췄던 회사고, 그 뒤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운영 노하우를 쌓았어. 규제·안전·이중화 논의에서 할 말이 많은 플레이어라는 뜻이야. 실무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분과 간사로 받쳐.
민간 공동의장 정재헌 대표는 이날 이렇게 정리했어. "과거의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데이터 창고였다면, AIDC는 지능을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수출 공장이다." 그리고 한마디 더 했지. "AI 시대의 경쟁은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 간 경쟁"이라고. 부총리의 '토큰 팩토리'와 대표의 '수출 공장'이 같은 비유를 쓴 건 우연이 아니야. 이번 출범식의 메시지는 사실상 하나로 맞춰져 있었어.
발표된 걸 그대로 정리해봤어
얼라이언스는 3개 분과 + 1개 태스크포스 구조야. 수요 분과(네이버클라우드)는 국산 솔루션을 실제로 써보고 대규모 테스트베드를 만드는 역할, 공급 분과(LG전자)는 핵심 기술 국산화와 기술 규격 표준화, 기반 분과(카카오)는 법·제도·인력이야. 그리고 별도로 수출산업화 TF를 뒀어. 여기가 이번 발표에서 가장 새로운 조각이야.
수출 전략은 두 갈래로 쪼개져 있어. 하나는 학습(training) 시장인데, 이건 글로벌 빅테크가 고객이야. 남의 모델을 우리 땅에서 학습시켜주고 값을 받는 구조지. 다른 하나는 추론(inference) 시장이고, 여기선 데이터센터를 설계·구축·운영까지 묶어 패키지로 수출한다는 구상이야. 정부가 구체적으로 거론한 타깃 국가는 UAE 등 수요국이야. 돈은 있는데 기술·운영 인력이 부족한 나라들을 노린다는 뜻이지.
일정도 나왔어. 올해 3분기에 분과별 추진 로드맵을 확정하고, 4분기에 첫 의장단 회의를 열면서 AIDC 특별법 초안을 다듬어. 내년 1분기에는 AI 데이터센터 사업단을 띄우고 클러스터 특구 지정에 들어가. 특별법에는 인허가 신속처리, 처리 기한이 지나면 자동 인정되는 조항, 전력 관련 평가 절차 완화 같은 내용이 담길 걸로 알려졌어. 여기서 확인해둘 게 있는데, 특별법은 아직 초안 단계야. 국회를 통과하기 전엔 아무것도 확정이 아니야.
숫자를 표로 정리하면 이렇게 돼.
| 항목 | 내용 |
|---|---|
| 출범식 | 2026년 7월 29일, 서울 롯데호텔서울 |
| 주관 부처 | 과기정통부·산업통상자원부·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 |
| 참여 규모 | 산·학·연 400여개 기업·기관 |
| 정부 공동의장 |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
| 민간 공동의장 | 정재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장(SK텔레콤 대표) |
| 의장단 | 12개사 |
| 분과 구성 | 수요(네이버클라우드)·공급(LG전자)·기반(카카오) |
| 별도 조직 | 수출산업화 TF |
| 분과 간사 | NIPA·IITP·KAIT |
| AIDC 최종 목표 | 2035년 18.4GW |
| 1단계 목표 | 8.4GW |
| 민간투자 규모 | 550조원(SK·GS·네이버 등) |
| 근거 전략 | 2026년 6월 'AI 데이터센터 국가 전략 산업화' |
| 국가AI컴퓨팅센터 | 전남 해남 솔라시도, 2028년 GPU 1만5000장 |
여기서 한 가지 정직하게 짚을 게 있어. 18.4GW의 단계 구분과 시점 표기가 매체마다 조금씩 달라. 어떤 보도는 2029년 8.4GW → 2035년 18.4GW로 정리했고, 다른 보도는 1단계 8.4GW를 2035년 목표로, 2단계는 SK 중심 확장으로 적었어. 지역 배분도 SK 울산 등 5GW·GS 동해 2.4GW·네이버 세종 1GW 같은 숫자가 돌아다니는데 합이 8.4GW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 정부가 확정 로드맵을 3분기에 낸다고 한 걸 보면, 아직 내부에서도 굳지 않은 숫자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
각자 얻는 게 있어 — 다만 18.4GW짜리 청구서는 누가 낼까
SK그룹이 가장 크게 웃는 쪽이야. 울산에 국내 최대 AIDC를 짓고 있고, 계열사 SK하이닉스는 HBM을 파는데다, SK텔레콤 대표가 민간 의장석까지 잡았어. 밸류체인 위아래를 동시에 쥔 유일한 그룹이라 정부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SK 몫이 커지는 구조야. 물론 그만큼 리스크도 SK에 몰려. 수요가 예상보다 안 나오면 감가상각을 떠안는 건 SK야.
네이버·카카오·삼성SDS 같은 클라우드 사업자는 다른 걸 노려. 국내 공공·금융 AI 수요를 국산 클라우드로 붙잡는 명분이야. 수요 분과장을 네이버클라우드가 맡은 건 사실상 "국산 솔루션 검증은 우리가 한다"는 자리를 확보한 거고, 이 검증 통과 목록에 오르는 게 국내 하드웨어 업체들에겐 생사가 걸린 일이야.
LG전자·LS일렉트릭·KTNF·퓨리오사AI 같은 공급단은 안정적인 첫 고객을 얻어. 특히 국산 NPU는 지금까지 "성능은 되는데 아무도 대규모로 안 써준다"는 벽에 막혀 있었어. 대규모 테스트베드가 실제로 깔리면 그 벽이 낮아져. 정부가 엔비디아에서 확보한 GPU가 26만장 규모(공공 약 5만장,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 민간 20만장 이상)라는 걸 감안하면, 국산 칩이 파고들 자리는 추론 쪽에 몰릴 수밖에 없어.
이제 불편한 질문. 18.4GW를 실제로 먹일 전기가 있냐는 거야. 이건 회의론자 몇 명의 트집이 아니라 산수 문제야. 18.4GW는 한국 최대전력 수요의 약 20% 수준이고, 한국형 원전 APR1400(1.4GW급) 기준으로 13기를 동시에 풀가동해야 나오는 양이야. 한 경제지 사설은 발전설비 건설비만 최소 65조~78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했어. 이건 특정 매체의 추정치고 정부 공식 수치는 아니지만, 자릿수 감각을 잡는 데는 쓸 만해.
더 어려운 건 발전이 아니라 송전이야. 동해안 발전단지나 호남 재생에너지 기지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충청권 데이터센터까지 끌어와야 하는데, 765kV 초고압 송전선 한 개가 나르는 양이 대략 4GW 수준이야. 단순 계산으로 4~5개 노선이 더 필요하고, 송전탑 사업은 주민 반대와 보상 문제로 평균 10년 이상 지연되는 게 한국의 현실이야. 전선에 무리하게 전류를 밀어넣으면 손실은 전류의 제곱으로 커지니까(I²R), 장거리 송전에서 수백 MW가 그냥 열로 사라진다는 계산도 나와. 에너지 쪽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재 전력망 구조로는 약속된 18.4GW를 공급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이 대목이야. 배경훈 부총리가 출범식에서 **"전력과 용수 확보까지 전폭 지원하겠다"**고 못 박은 건, 정부도 이게 최대 병목이란 걸 알고 있다는 뜻이지. 범부처 종합지원 TF가 부지·전력·용수·금융을 함께 다루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야. 다만 '지원하겠다'와 '10년 걸리는 송전선을 5년에 짓겠다'는 완전히 다른 말이야.
약점이 하나 더 있어. 수요 검증이 통째로 빠져 있다는 점이야. 18.4GW는 공급 목표치인데, 그만큼의 연산을 사갈 고객이 누구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약은 아직 공개된 게 없어. 국내 수요만으로는 이 규모를 못 채워. 그래서 정부가 수출산업화 TF를 만든 거고, 배경훈 부총리가 '수출국'이라는 단어를 쓴 거야. 논리 순서가 뒤집혀 있다는 걸 눈치챘을 거야 — 보통은 고객을 확보하고 공장을 짓는데, 여기선 공장을 먼저 짓고 고객을 찾는 구조야. 반도체 산업이 실제로 그렇게 컸으니 불가능한 순서는 아니지만, 데이터센터는 팹보다 감가상각이 빠르고 GPU 세대교체는 2년 주기야. 비어 있는 랙은 하루하루 값이 떨어져.
이 나라는 비슷한 영화를 두 번 봤어 — 바라카는 성공했고, 28GHz는 실패했어
성공 사례부터. 2009년 12월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UAE 아부다비의 바라카 원전 4기 사업을 204억 달러 규모로 따냈어. 한국형 원전 APR1400을 설계·건설·운영까지 묶어 파는 구조였고, 현대건설·삼성물산·두산 같은 기업이 컨소시엄에 들어갔지. 1호기는 2020년에 운전을 시작했어. 정부가 판을 깔고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인프라를 패키지로 수출한다 — 이번 AIDC 수출산업화 TF가 그리는 그림과 구조가 거의 같아. 심지어 타깃 국가로 거론되는 곳도 UAE고. 이 선례는 "한국이 그런 걸 해본 적 있다"는 실증이야.
실패 사례. 2018년 통신 3사는 5G 28GHz 주파수를 각각 800MHz 폭씩 낙찰받았어. 조건은 3년 안에 기지국 1만5000국 구축이었지. 결과는 다 알잖아. 아무도 못 채웠어. 정부는 2022년 12월 KT와 LG유플러스의 28GHz 할당을 취소했고, 2023년 5월엔 SK텔레콤 것까지 취소했어.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은 남았지만, 28GHz 생태계는 사실상 백지로 돌아갔어.
바라카와 28GHz의 차이가 뭐였을까. 바라카는 고객이 먼저 있었어. UAE가 발주하고 값을 지불하는 계약이 실체였지. 28GHz는 수요가 가정이었어. "빠른 5G가 깔리면 그걸 쓸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는 전제 위에 의무 조항만 얹었고, 서비스가 안 나오니 사업자는 투자를 미뤘고, 정부는 취소로 대응했어. AIDC 얼라이언스가 어느 쪽으로 갈지는 결국 토큰을 사갈 고객이 실제로 계약서에 나타나는가에 달렸어. 지금까지 나온 건 목표치와 조직도야. 계약은 아직 안 보여.
해외 선례도 하나 봐두면 좋아. 아일랜드 더블린은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했다가 계통이 감당을 못 해서, 2021년 이후 신규 전력 접속이 사실상 막혔어. 계통 운영사 EirGrid는 2022년에 2028년 전까지는 새 접속이 어렵다는 입장을 냈고, 규제기관 CRU는 2025년 12월 12일 이후 신청분에 적용되는 새 접속 규칙을 내놓으면서 전면 모라토리엄을 겨우 정리했어. 새 규칙의 핵심은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를 재생에너지·급전가능 설비 확충과 직접 묶는 거야. 유치에는 성공했는데 전기를 못 줘서 몇 년을 멈춰야 했던 나라가 이미 있다는 얘기지. 18.4GW를 말하는 쪽이 반드시 읽어야 할 사례야.
경쟁자들은 이미 다른 답안지를 쓰고 있어
미국은 자본으로 밀어. 2025년 초 발표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4년간 5000억 달러를 데이터센터에 쏟겠다는 계획이고,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연간 설비투자만 합쳐도 한국의 550조원 계획을 몇 년 안에 따라잡아. 미국의 약점도 같은 곳이야 — 전력. 미국에서도 건물은 다 지었는데 계통 접속을 못 받아 못 켜는 데이터센터가 나오고 있어. 즉 전력 병목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먼저 계통을 푸는 나라가 이기는 게임으로 바뀌는 중이야.
중국은 아예 지리로 풀었어. '동수서산(東數西算)' 정책은 전기가 싸고 남는 서부에 컴퓨팅 허브를 깔고, 데이터는 동부에서 보내 처리하는 구조야. 국가가 8개 허브를 지정해 배치했어. 한국이 지금 논의하는 '수도권 집중 완화 + 지역 클러스터'와 발상이 같은데, 중국은 4년 먼저 시작했고 토지·송전 결정을 훨씬 빠르게 밀 수 있어. 한국의 비교우위는 규모가 아니라 속도와 품질일 수밖에 없어. 정재헌 대표가 "AIDC는 속도전"이라고 강조한 이유야.
UAE는 한국이 노리는 고객이면서 동시에 경쟁자야. 아부다비는 2025년에 5GW 규모 AI 캠퍼스 구상을 내놨고, G42를 앞세워 미국 빅테크와 직접 손을 잡고 있어. 여기서 냉정한 질문이 나와. UAE가 미국·엔비디아와 직결된 프로젝트를 굴리는 상황에서, 한국이 파는 '패키지'의 차별점은 뭘까. 답이 될 수 있는 건 아마도 저렴하고 검증된 시공·운영 능력, 그리고 한국이 실제로 원전과 플랜트를 지어본 이력 정도야. 칩으로 차별화하긴 어려워.
일본과 유럽은 각자 다른 카드를 써. 일본은 정부 보조금으로 국내 데이터센터·GPU 투자를 밀면서 자국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뒀고, 유럽은 규제와 전력 요금 때문에 오히려 속도가 안 나. 결과적으로 아시아에서 '주권 AI 인프라'를 팔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일본·중국 정도로 좁혀져. 여기서 한국이 유리한 게 하나 있는데, HBM과 메모리야.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없이는 어느 나라도 GPU 서버를 못 만들어. 이 카드를 데이터센터 패키지에 어떻게 엮느냐가 이번 전략의 실질적인 승부처일 수도 있어.
경쟁 구도에서 한국이 진짜 신경 써야 할 상대는 어쩌면 다른 정부가 아니라 하이퍼스케일러 그 자체일 수도 있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은 이미 한국에 리전을 두고 있고, 필요하면 자기 돈으로 국내에 더 큰 시설을 지을 수 있어. 정부가 만든 국산 생태계와 이들 중 어느 쪽이 국내 기업에게 더 싸고 편한 선택인지는 시장이 판단할 문제고, 얼라이언스가 '국산 우선'을 명분으로만 밀면 결국 공공 수요에만 갇힐 위험이 있어. 수요 분과가 해야 하는 일이 사실 그거야 — 애국심이 아니라 가격과 성능으로 이기는 검증 결과를 만드는 것.
그래서 너한테는 뭐가 달라지는데
개발자라면 가장 먼저 체감할 변화는 국내 추론 자원의 가격과 접근성이야. 국가AI컴퓨팅센터가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 들어서고 2028년까지 GPU 1만5000장, 2030년까지 5만장 규모로 채워지면, 그 자원 일부는 산·학·연에 개방되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 삼성SDS 컨소시엄이 올해 3분기에 착공한다고 했으니 일단 삽은 뜨는 일정이야. 지금 해외 클라우드 리전에 붙어서 지연시간과 환율을 감당하던 팀에겐 선택지가 하나 늘어나는 셈이야. 다만 2028년은 아직 먼 얘기고, 그 사이엔 여전히 GPU 구하기 싸움이야.
투자자라면 이번 발표에서 실제로 돈이 흐르는 경로를 봐야 해. 발표 당일 시장에서 주목받은 건 AI 모델 회사가 아니라 전력기기·냉각·변압기·케이블 쪽이었어. 18.4GW가 절반만 실현돼도 배전반과 변압기와 칠러는 팔려. 반대로 리스크도 같은 자리에 있어. 특별법이 국회에서 늦어지거나 송전 계획이 밀리면 가장 먼저 조정되는 게 이 구간이야. 계약 공시와 착공 일정이 실적으로 바뀌는지를 확인하는 게 목표치를 세는 것보다 훨씬 유용해.
기업 실무자라면 2027년 1분기 클러스터 특구 지정과 AIDC 특별법 조항을 캘린더에 넣어둘 만해. 인허가 신속처리와 전력 평가 완화가 실제 법 조문으로 들어가면 부지 선정, 전력 계약, 세제 혜택의 셈이 다 바뀌어. 국산 솔루션 검증 테스트베드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회사라면 수요 분과 쪽 채널을 미리 확인해두는 게 좋고, 데이터센터 인접 지자체와 일하는 회사라면 특구 후보지 논의를 따라가는 게 낫겠지.
일반 사용자라면 두 가지가 남아. 하나는 서비스 품질이야. 국내에 대규모 AIDC가 깔리면 한국어 서비스의 응답 지연이 줄고, 민감한 데이터를 국내에 두라는 요구가 있는 공공·의료·금융 서비스에서 AI 적용이 빨라질 수 있어. 다른 하나는 전기요금과 지역 갈등이야.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를 만들겠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데, 그 요금이 원가에 못 미치면 차액은 결국 누군가 부담해. 송전선과 변전소가 어디에 들어서느냐도 곧 지역 뉴스가 될 거야. AI 이야기가 어느 순간 전기요금 고지서 이야기로 바뀌는 건, 미국과 아일랜드에서 이미 벌어진 일이야.
마지막으로 하나. 이번 출범식에서 정부가 반복한 표현이 "골든타임"이었어. 배경훈 부총리는 앞으로 3~5년이 AI 인프라 경쟁의 골든타임이라고 했지. 이 말은 야심이기도 하고 자기 압박이기도 해. 3~5년 안에 계통과 인허가와 고객을 다 못 만들면, 18.4GW는 목표치가 아니라 미완성 콘크리트가 될 수도 있으니까.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당장은 없어. 다만 국내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한국어 AI 서비스의 응답 속도와 가격이 달라질 수 있어. 반대로 전기요금 구조나 송전선 입지 문제로 체감할 가능성도 같이 있어.
— 18.4GW는 진짜 가능한 숫자야? 단정하긴 일러. 발전 설비만 원전 13기분이고 송전선도 4~5개 노선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와서, 계통 쪽에선 지금 구조로는 무리라는 지적이 강해. 정부도 전력·용수를 최대 난관으로 보고 범부처 TF를 만든 상태야.
— '토큰 수출'이라는 게 실제로 돈이 되는 사업이야? 아직 계약으로 확인된 건 없어. 정부가 말한 방식은 UAE 같은 나라에 데이터센터를 설계·구축·운영까지 패키지로 넘기는 쪽이고, 학습 시장은 글로벌 빅테크를 고객으로 본다는 구상이야. 목표와 조직도는 나왔지만 첫 수주가 나와야 판단이 가능해.
참고 자료
-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국가 전략 산업화를 위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협력체(얼라이언스)' 본격 가동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도자료 전문
- 수요·공급·기반 총망라…민·관 'AIDC 얼라이언스' 출범 — 전자신문
- 18.4GW AI 데이터센터 시대 연다…국산 기술·수출 이끌 민관 '원팀' 출범(종합) — 디지털데일리
- AIDC 얼라이언스 출범…"AI 데이터센터, 수출공장 돼야"(종합) — 머니투데이
- 배경훈 부총리 "AI 토큰 전세계로 수출하는 나라로 자리매김" — ZDNet Korea
- [AI 고속도로] AI 데이터센터 국가전략사업화 시동…인프라 생태계 전방위 육성 — ZDNet Korea
- [사설] '18.4GW'라는 전력 괴물…정부 AI 데이터센터 청사진의 감춰진 청구서 — 산경e뉴스
- Government, NVIDIA, and Leading Korean Companies Join Forces to Strengthen Capabilities in the AI Ecosystem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National AI Computing Center Establishment Plan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해남 국가AI컴퓨팅센터, 3분기 첫삽 뜬다 (2028년 GPU 1만5000장→2030년 5만장) — 서울경제
- LGU+·KT, 5G 28GHz 서비스 중단…주파수 할당 취소 확정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 CRU Publishes its Decision on New Electricity Connection Policy for Data Centres — 아일랜드 에너지규제위원회(CRU)
- EirGrid says no new applications for data centers in Dublin until 2028 — Data Center Dynamics
- Nuclear Power in the United Arab Emirates (바라카 원전 계약 개요) — World Nuclear Association
수치는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