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유럽에서 AI인 척 안 하는 게 법이 돼

2026년 8월 2일. 날짜만 놓고 보면 일요일이고,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이 열리는 것도 아니야. 그런데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유럽연합 27개국에서 AI 제품을 만들거나 쓰는 모든 회사의 법적 지위가 바뀌어. EU AI법(Regulation (EU) 2024/1689) 제50조 투명성 의무가 적용되기 시작하고, 동시에 각국 시장감독당국이 그걸 집행할 수 있게 되거든.

내용 자체는 놀랄 만큼 상식적이야. 사람과 직접 대화하는 AI 시스템은 자기가 AI라는 걸 알려야 해. 생성형 AI가 만든 오디오·이미지·영상·텍스트에는 기계가 읽을 수 있는 표시가 붙어야 해. 딥페이크를 배포하는 쪽은 그게 인공적으로 생성되거나 조작된 콘텐츠라고 공개해야 해. 감정인식이나 생체정보 분류 시스템에 노출되는 사람에게는 그 사실을 알려야 하고. 조문을 읽으면 "그거 원래 당연한 거 아니야?" 소리가 나오는 수준이야.

문제는 이게 처음으로 돈이 걸린 당연한 이야기가 된다는 거야. AI법 제99조 4항은 제50조를 포함한 사업자 의무 위반에 대해 최대 1500만 유로 또는 전 세계 연간 총매출의 3% 중 높은 쪽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못 박아뒀어. 중소기업이면 반대로 낮은 쪽이 상한이 되고. 제50조가 2024년 8월에 발효된 법 조문이라는 점은 2년 내내 그대로였는데, 그걸 강제할 손이 없었던 거지. 8월 2일에 그 손이 생겨.

같은 날 하나 더 켜져. 집행위원회와 그 산하 AI 오피스가 범용AI(GPAI) 모델 제공자를 상대로 갖는 권한이야. 문서·정보 제출을 요구하고(제91조), 모델을 직접 평가하고 API나 소스코드를 포함한 기술적 접근을 요청하고(제92조), 미준수나 심각한 시스템 리스크가 확인되면 조치를 요구하거나 극단적으로는 모델을 시장에서 제한할 수 있어(제93조). 지금까지 GPAI 규정은 2025년 8월 2일부터 "법적으로는" 적용되고 있었지만, 벌금 조항인 제101조는 시행이 유예돼 있었어. 그것도 8월 2일에 풀려.

그러니까 이 날짜의 정체는 이거야. 새 규칙이 생기는 날이 아니라, 이미 있던 규칙에 이빨이 생기는 날.

이 판에 서 있는 사람들 — 그리고 아직 안 나타난 사람들

첫 번째 주체는 집행위원회 산하 AI 오피스야. 지난 1년 동안 이 조직이 한 일의 대부분은 규칙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규칙을 어떻게 지킬지 설명하는 문서를 만드는 거였어. 5월 8일 제50조 이행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고 공개 의견수렴에 부쳤고, 6월 3일 의견수렴을 닫은 뒤 7월 20일에 최종 가이드라인을 채택했어. 집행 시작 13일 전이야. 규제 대상 입장에서 넉넉한 준비 기간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두 번째 주체는 각국 시장감독당국이야. 그리고 여기가 이 이야기에서 가장 허술한 지점이야. AI법은 회원국들에게 2025년 8월 2일까지 시장감독당국과 통보기관을 지정하라고 요구했는데, 그 기한을 지킨 나라는 27개국 중 8개국이었다고 보도됐어. 2026년 6월 기준으로도 두 종류 기관을 모두 지정한 나라가 9개국 수준이라는 집계가 나왔고. 핀란드가 2025년 12월 22일 전면적인 집행 권한을 갖춘 첫 회원국이 됐고 교통통신청(Traficom)이 2026년 1월 1일부터 실질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보도, 독일이 연방망규제청(Bundesnetzagentur)을, 스페인이 전담기구 AESIA를 세웠고 아일랜드는 15개 기관에 권한을 쪼개는 분산 모델을 택했다는 보도가 있어.

이게 무슨 뜻이냐면, 8월 2일 이후 유럽의 AI 집행 지도는 균일하지 않다는 거야. 법은 27개국에 동시에 적용되는데, 그 법을 실제로 들고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관은 나라마다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해. 규제 대상 기업 입장에서 이건 "안심해도 된다"가 아니라 "어디서 먼저 맞을지 모른다"에 가까워. 준비된 나라의 당국이 첫 사례를 만들면 그게 사실상 유럽 전체의 해석 기준이 되거든.

세 번째 주체는 규제 대상인 기업들이야. 그리고 이쪽에서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어. 집행위는 제50조 준수를 돕는 자율 규범인 'AI 생성 콘텐츠 투명성 실천규약(Code of Practice on Transparency of AI-generated Content)'을 만들었는데, 2025년 9월 공개 의견수렴으로 시작해 11월 5일 킥오프 총회, 12월 17일 1차 초안, 2026년 3월 3일 2차 초안을 거쳐 6월 10일 최종본이 나왔어. 집행위는 7월 8일, AI 이사회는 7월 9일에 이 규약이 제50조 2·4·5항의 실질적 이행을 돕기에 적절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보도됐고.

그리고 7월 31일 — 어제 — 집행위가 서명 현황을 공개했어. 약 190개 조직이 서명했고, 제공자용 섹션 1에 83곳, 배포자용 섹션 2에 152곳이야. 섹션 1 서명자로 이름이 올라간 곳에 알레프 알파, 앤스로픽, 블랙 포레스트 랩스, 코히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미스트랄, 오픈AI, 신테시아가 있어. 섹션 2에는 불가리, 패스트웹, 게티 이미지, 이베르드롤라, 레노버, 루프트한자 같은 이름이 있고. 집행위는 서명자의 약 절반이 규모가 작고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어.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건, 실천규약 서명은 자발적이라는 거야. 서명하면 규약 준수를 통해 제50조 의무 이행을 입증할 수 있고, 서명 안 하면 다른 방식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집행위는 그 경우 정보 제출 요구를 더 많이 받게 될 거라고 명시했어. 채찍이 아니라 행정 부담의 차이로 유인을 만든 구조야.

실제로 뭐가 의무가 되는 건데

조문을 하나씩 뜯어보자. 제50조 1항은 제공자에게 걸린 의무야. 자연인과 직접 상호작용하도록 만들어진 AI 시스템은 사용자가 AI와 대화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설계·개발돼야 해. 예외는 "합리적으로 잘 아는 관찰자 입장에서 명백한 경우"고, 범죄 탐지·수사 목적으로 법이 허용한 시스템도 빠져. 다만 범죄 신고를 위해 일반에 공개된 시스템은 예외의 예외라 다시 의무 대상이야.

2항이 기술적으로 제일 골치 아파. 합성 오디오·이미지·영상·텍스트를 생성하는 AI 시스템의 제공자는 출력물이 기계판독 가능한 형식으로 표시되고 인공적으로 생성 또는 조작된 것으로 탐지 가능하도록 해야 해. 그 기술적 해법은 효과적이고 상호운용 가능하고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는데, 조문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한"이라는 단서를 달았어. 예외도 있어. 보조적 편집 기능만 수행하거나 입력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바꾸지 않는 경우는 빠지고, 집행위 FAQ에 따르면 숫자·기호·문자의 짧은 시퀀스나 소스코드도 표시 대상이 아니야.

4항은 배포자 쪽 의무야. 딥페이크를 구성하는 이미지·오디오·영상을 배포하는 자는 그 콘텐츠가 인공적으로 생성 또는 조작됐다는 사실을 공개해야 해. 다만 명백히 예술적·창작적·풍자적·허구적인 저작물의 일부인 경우엔 작품의 표시나 향유를 방해하지 않는 적절한 방식으로만 공개하면 돼. 텍스트에 대해서는 범위가 좁아. 공중에게 알리기 위해 공표되는 공익적 사안에 관한 텍스트만 대상이고, 사람이 검토하고 편집 책임을 지는 경우엔 면제야. 집행위 가이드라인은 순수하게 정보 전달이나 상업적 성격을 갖는 딥페이크는 완화된 라벨링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짚었다고 보도됐어.

5항은 타이밍이야. 이 정보들은 "늦어도 최초 상호작용 또는 노출 시점에" 명확하고 구별 가능한 방식으로 제공돼야 해. 대화 끝나고 하단에 작은 글씨로 붙이는 방식은 안 된다는 뜻이야.

유예도 있어. 8월 2일 이전에 이미 시장에 나와 있던 생성형 AI 시스템에 대해서는 표시·탐지 의무 이행이 12월 2일까지 4개월 유예돼. 그리고 8월 2일 이전에 생성된 콘텐츠는 소급해서 라벨을 붙일 필요가 없어. 집행위 문서는 이를 두고 "2026년 8월 2일 이전에 생성된 콘텐츠는 소급적으로 라벨링될 필요가 없다"고 명시했어.

날짜와 숫자로 정리하면 이렇게 돼.

항목 내용 적용 시점
제50조 1항 — 챗봇 고지 AI와 상호작용 중임을 고지 (명백한 경우 제외) 2026-08-02
제50조 2항 — 기계판독 표시 합성 콘텐츠에 워터마크·메타데이터 등 탐지 가능 표시 2026-08-02 (기존 시스템은 2026-12-02)
제50조 3항 — 감정인식·생체 분류 노출된 사람에게 시스템 작동 사실 고지 2026-08-02
제50조 4항 — 딥페이크·공익 텍스트 인공 생성·조작 사실 공개 (예술·풍자는 완화, 인간 편집 텍스트는 면제) 2026-08-02
제99조 4항 — 제재 상한 1500만 유로 또는 전 세계 매출 3% 중 높은 쪽 2026-08-02
제99조 3항 — 금지 관행(제5조) 3500만 유로 또는 7% 중 높은 쪽 2025-02-02부터
제99조 5항 — 허위·불완전 정보 제출 750만 유로 또는 1% 중 높은 쪽 2026-08-02
GPAI 집행권(제91~93조·제101조) 정보요구·모델평가·조치요구·과징금 2026-08-02
고위험 AI(부속서 III) 디지털 옴니버스로 연기됐다고 보도 2027-12-02

마지막 줄이 이 표에서 제일 중요할 수도 있어. 원래 8월 2일은 부속서 III 고위험 시스템 의무가 함께 시작되는 날이었어. 그런데 2026년 5월 7일 이사회·의회·집행위가 'AI 디지털 옴니버스'에 잠정 합의하면서 부속서 III 독립형 시스템은 2027년 12월 2일로, 부속서 I 제품 내장형은 2028년 8월 2일로 밀렸다고 보도됐어. 이사회 최종 승인은 6월 29일이었고. 핵심은 이거야 — 제50조는 그 연기 목록에 없었어. AI법에서 실제로 예정대로 집행에 들어간 몇 안 되는 조항 중 하나가 투명성 의무인 거야.

각자가 여기서 챙기는 것

집행위 입장에서 이건 신뢰 회복 카드야. 지난 1년 동안 AI법은 "너무 이르다, 너무 무겁다"는 산업계 압박과 미국 행정부의 노골적인 반발에 시달렸고, 실제로 고위험 조항은 밀렸어. 그 와중에 투명성 의무를 예정대로 살려두는 건 "우리는 필요한 만큼 유연하되 핵심은 지킨다"는 신호야. 게다가 제50조는 EU 규제 중 드물게 일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조항이야. 챗봇이 챗봇이라고 말하고, 딥페이크에 라벨이 붙는 건 규제의 성과를 설명하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주거든.

대형 AI 제공자 입장의 계산은 좀 더 복잡해. 구글·오픈AI·메타·마이크로소프트·앤스로픽·미스트랄이 모두 섹션 1에 서명했다는 건, 이들이 규약을 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예측 가능성의 도구로 봤다는 뜻이야. 워터마킹 기술은 어차피 각사가 이미 투자해온 영역이고, 규약을 따르면 27개국 감독당국이 제각각 다른 기준을 들이대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 표준을 만드는 자리에 앉는 게 표준을 당하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이지.

다만 서명이 곧 동의는 아니야. 구글은 7월 24일 자사 블로그에서 서명 사실을 알리면서 동시에 불만을 적었어. EU 담당 정부업무·공공정책 책임자 카렌 마생 명의의 글은 자사 워터마킹 기술 신시드(SynthID)와 C2PA 표준 채택을 앞세우면서도, "기술적 해법이 여전히 진화하는 중인데 규제 복잡성을 더하는 것은 경쟁력과 단순화라는 유럽의 목표와 상충할 수 있다"고 썼어. AI 라벨과 고지가 과도해지면 사용자를 명확하게 하는 게 아니라 압도해서 투명성이라는 목표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고. 서명은 하되 다음 라운드의 협상 카드는 미리 깔아두는 자세야.

배포자 쪽 서명자 명단은 또 다른 그림을 보여줘. 불가리, 루프트한자, 이베르드롤라, 레노버, 게티 이미지, 패스트웹. AI 회사가 아니라 AI를 쓰는 회사들이야. 섹션 2 서명자가 152곳으로 섹션 1(83곳)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제50조 4항의 딥페이크·텍스트 공개 의무는 마케팅 소재에 생성 이미지를 쓰는 모든 브랜드에 걸리거든. 이들에게 규약은 규제 준수 매뉴얼이자,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집행위 규약을 따랐다"고 말할 수 있는 방패야.

중소기업 쪽 이득도 실질적이야. 서명자의 절반가량이 소규모·신생 기업이라는 집행위 설명은 홍보 문구만은 아니야. 자체 법무팀 없이 워터마킹 요건을 해석해야 하는 회사에게 규약은 사실상 무료 컴플라이언스 컨설팅이고, 제99조 6항이 중소기업에는 정률과 정액 중 낮은 쪽을 상한으로 적용한다는 점도 부담을 크게 낮춰줘.

라벨 의무의 역사 — 에너지 라벨과 쿠키 배너 사이

표시 의무라는 규제 도구는 EU가 수십 년간 써온 물건이야. 성공 사례로 가장 자주 꼽히는 건 에너지 라벨이야. 1990년대부터 가전제품에 A부터 G까지 등급을 붙이게 한 이 제도는 소비자 선택을 실제로 바꿨고, 더 중요하게는 제조사가 라벨 등급을 목표로 제품을 설계하게 만들었어. 등급 인플레가 심해지자 2021년 EU는 A+++ 같은 계단을 걷어내고 A~G로 재조정하는 대공사를 했고, 그 과정 자체가 라벨 제도가 살아 있는 규제라는 증거였지. 표시가 행동을 바꾼 케이스야.

실패 사례는 훨씬 유명해. 쿠키 배너야. 2009년 개정 ePrivacy 지침과 2018년 GDPR이 결합하면서 유럽의 모든 웹사이트에 동의 팝업이 붙었어. 의도는 이용자에게 통제권을 주는 거였는데, 결과는 아무도 읽지 않는 팝업을 습관적으로 클릭하는 문화였어. '동의 피로'라는 단어가 생겼고, 다크 패턴으로 동의를 유도하는 설계가 산업이 됐지. EU 스스로도 이걸 문제로 인정해서 디지털 옴니버스 논의에서 쿠키 규칙 손질이 의제에 올랐고. 규제가 요구한 건 '고지'였는데 시장이 만들어낸 건 '고지의 외형'이었던 거야.

기계판독 표시 쪽에는 더 뼈아픈 실패 사례가 있어. Do Not Track이야. 2011년 무렵 브라우저가 서버에 "나를 추적하지 마"라는 헤더를 보내는 표준으로 출발했고, 기술적으로는 완벽하게 작동했어. 문제는 그 신호를 존중할 의무가 아무한테도 없었다는 거야. 결국 W3C는 2019년 표준화 작업을 접었고, 헤더는 남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신호가 됐어. 제50조 2항의 기계판독 표시가 이 길을 피하려면, 표시를 붙이는 쪽뿐 아니라 그 표시를 읽고 사용자에게 보여줄 플랫폼 쪽 동기가 함께 있어야 해. AI법은 전자는 의무화했지만 후자는 아직 아니야.

그래서 제50조의 성패는 조문이 아니라 생태계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아. 워터마크가 스크린샷·재압축·크롭을 견디는지, 서로 다른 회사의 표시 방식이 상호운용되는지, 소셜 플랫폼이 그 표시를 실제로 UI에 노출하는지. 구글이 애플·일레븐랩스·카카오·엔비디아·오픈AI와 상호운용 가능한 워터마킹 도구 확산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건 이 지점을 의식한 움직임이야. 여기가 풀리면 에너지 라벨이 되고, 안 풀리면 쿠키 배너가 돼.

미국과 중국은 지금 뭘 계산하고 있나

가장 눈에 띄는 건 캘리포니아야. 캘리포니아 AI 투명성법(SB 942)은 원래 2026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었는데, 2025년 10월 13일 개빈 뉴섬 주지사가 서명한 AB 853이 시행일을 2026년 8월 2일로 미뤘어. EU와 같은 날이야. 대형 온라인 플랫폼과 생성형 AI 호스팅 플랫폼에 대한 신규 의무는 2027년 1월 1일부터 적용되고. 우연의 일치인지 조율인지는 공개된 바 없지만, 결과적으로 대서양 양쪽에서 AI 콘텐츠 출처 표시 의무가 같은 날 시작되는 그림이 만들어졌어. 글로벌 제품을 만드는 회사 입장에서는 이게 오히려 다행이야. 두 개의 다른 날짜에 두 개의 다른 기준을 맞추는 것보다 낫거든.

중국은 이미 1년 가까이 먼저 가 있어. 'AI 생성 합성 콘텐츠 표시 관리 방법'이 2025년 9월 1일 시행됐고, 텍스트·이미지·오디오·영상·가상장면에 명시적 라벨과 암묵적 라벨을 모두 요구해. 암묵적 라벨은 파일 메타데이터에 심는 방식이고, 라벨을 악의적으로 삭제·변조·위조·은폐하는 행위와 그런 행위를 돕는 도구 제공까지 금지했어. EU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한'이라는 단서를 단 자리에서 중국은 단서 없이 못을 박은 셈이야. 규제 강도로만 보면 중국이 앞서 있고, EU 규약의 상호운용성 논의는 사실상 중국 방식과의 호환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어.

미국 연방 차원은 정반대 방향이야. 연방 수준의 포괄적 AI 표시 의무는 없고, 주별 입법을 연방이 선점(preempt)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돼왔어. 미국 대형 AI 기업들이 EU 규약에 대거 서명한 건 그래서 조금 아이러니해. 본국에서는 규제 최소화를 주장하면서 유럽 시장에서는 규제 설계에 참여하는 이중 전략인데, 이건 모순이라기보다 시장별 최적화에 가까워. 유럽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상, 규칙을 만드는 방에 앉는 게 합리적이니까.

경쟁 구도에서 진짜 미묘한 자리는 오픈소스 진영이야. GPAI 가이드라인은 AI 모델을 실질적으로 수정한 자만 제공자 의무를 지고 사소한 변경은 아니라는 원칙, 그리고 오픈소스 제공자에 대한 면제 조건을 정리해뒀어. 그런데 제50조 2항의 기계판독 표시는 모델이 아니라 시스템 출력에 걸리는 의무야. 가중치를 받아 자기 서비스에 얹은 쪽이 표시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인데, 소규모 파인튜너와 앱 개발자에게 이건 결코 가볍지 않아. 대형 제공자는 워터마킹을 API에 기본 탑재해 해결할 수 있지만, 로컬에서 오픈 모델을 돌리는 쪽은 스스로 붙여야 하거든.

마지막으로 플랫폼들. 매우 큰 온라인 플랫폼(VLOP)이나 검색엔진에 통합된 AI 시스템에 대해서는 AI 오피스가 직접 감독 권한을 갖고, 여기에 디지털서비스법(DSA) 의무가 겹쳐. 즉 대형 플랫폼은 "표시를 붙이는 의무"와 "표시된 콘텐츠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두 겹의 압박을 동시에 받게 돼. 제50조가 쿠키 배너가 될지 에너지 라벨이 될지를 결정할 열쇠를 사실상 이들이 쥐고 있는 셈이야.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개발자라면 — EU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지금 확인할 게 세 가지야. 첫째, 챗봇·음성봇·상담 자동응답에 AI 고지가 최초 응답 시점에 명확하게 노출되는지. 둘째, 생성 이미지·영상·음성·텍스트에 기계판독 표시가 붙는지 — 상용 API를 쓴다면 제공자가 붙여주는지 확인하고, 오픈 가중치를 직접 돌린다면 직접 붙여야 해. 셋째, 8월 2일 이전부터 운영 중이던 시스템이라면 12월 2일까지 4개월의 여유가 있다는 걸 계획에 반영해. 다만 신규 출시분에는 그 유예가 없어.

콘텐츠·마케팅 실무자라면 — 여기가 의외로 노출이 커. 광고에 AI로 만든 인물 이미지를 쓰거나, 실존 인물·장소·사건을 닮은 영상을 생성했다면 제50조 4항의 딥페이크 공개 의무 대상일 수 있어. 예술적·풍자적 맥락은 완화 대상이지만, 집행위 가이드라인은 순수 정보성·상업성 콘텐츠는 그 완화를 못 받는다는 취지로 정리했다고 보도됐어. 그리고 공익적 사안에 관한 텍스트를 AI로 써서 공표한다면 사람이 검토하고 편집 책임을 지는 절차를 문서로 남겨두는 게 안전해. 그 절차가 곧 면제 요건이거든.

법무·컴플라이언스라면 — 8월 2일 이후 판단해야 할 첫 질문은 "우리가 제공자인가 배포자인가"야. 같은 회사가 두 역할을 다 하는 경우가 흔하고, 의무 내용이 다르거든. 실천규약 서명 여부도 결정 사항이야. 서명은 의무가 아니지만, 서명하지 않으면 집행위 표현대로 정보 제출 요구를 더 많이 받게 되고 준수 입증 책임을 스스로 설계해야 해. 그리고 27개국 집행 역량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을 리스크 지도에 반영해. 당국이 준비된 나라부터 첫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일반 사용자라면 — 앞으로 몇 달 동안 유럽에서 쓰는 서비스에 작은 표시들이 늘어나는 걸 보게 될 거야. "AI와 대화 중입니다" 같은 배너, 생성 이미지 구석의 라벨, 영상 설명란의 고지 문구. 솔직히 말하면 이게 얼마나 유용할지는 아직 몰라. 쿠키 배너처럼 눈에 안 들어오는 배경 소음이 될 수도 있고, 에너지 라벨처럼 판단 기준이 될 수도 있어. 갈림길은 표시가 있느냐가 아니라 플랫폼이 그 표시를 얼마나 잘 보여주느냐에 있어.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8월 2일에 누가 벌금을 맞아? 아마 아무도. 시장감독당국을 완전히 갖춘 회원국이 소수라고 보도된 상황이고, 제재는 조사·의견진술 절차를 거쳐야 하니까 며칠 만에 나올 수 없어. 다만 이날부터 조사 시계가 돌기 시작한다는 게 핵심이야. 지금 하는 행위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태로 바뀌는 거지.

— 워터마크는 어차피 지우면 되는 거 아니야? 기술적으로 완전히 견고한 표시는 아직 없어. 재압축·크롭·스크린샷에 견디는 정도는 방식마다 다르고, AI법 2항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한 한"이라는 단서를 단 것도 그래서야. 중국 규정처럼 라벨 제거 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이 EU 쪽엔 같은 형태로 없다는 점도 차이야. 이게 실효성 있는 장치가 될지는 단정하긴 일러.

— 한국 회사도 이거 지켜야 해? EU 시장에 AI 시스템을 내놓거나 EU 내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어. AI법은 GDPR처럼 역외 적용 구조를 갖고 있거든. 다만 개별 서비스가 제공자인지 배포자인지, 어떤 항이 걸리는지는 사안마다 달라서 일반화하긴 어려워. EU 매출이 있다면 법률 검토를 미룰 이유는 없어 보여.

참고 자료

수치는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