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아직 안 나왔어. 근데 판은 이미 다 깔렸거든

먼저 팩트 하나 정리하고 시작하자. 2026년 8월 2일 오늘 기준으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2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어. 카카오 IR 자료실에도, 네이버 IR 실적발표 페이지에도 2026년 1분기 자료가 여전히 최신이야. 지금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네이버 3조3천억, 카카오 2조" 같은 숫자는 전부 증권사 전망치 평균, 그러니까 컨센서스야. 카카오는 8월 6일, 네이버는 8월 7일에 발표해. 그러니까 지금은 경기 시작 전 라커룸 인터뷰 시간인 거지.

그런데 이 라커룸이 좀 시끄러워. 실적 발표를 열흘 남기고, 네이버는 엔비디아와 브룩필드로부터 100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자금을 확보했다고 발표했어. 엔비디아는 아예 네이버 주식을 사들여 주요 주주가 됐고. 같은 주에 LG AI연구원은 7500억 파라미터짜리 K-EXAONE 2.0을 허깅페이스에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던졌어. 상업적 이용 제한 없이. 카카오는 8월 초 카카오톡 안에서 검색·추천·결제까지 이어지는 에이전트를 공개할 거라는 관측이 시장에 깔려 있고.

이게 왜 중요하냐면, 두 회사 다 "2분기 숫자는 좋게 나올 것 같은데 그건 이미 반영됐다"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이기 때문이야. 커머스가 잘 나왔고, 광고가 버텨줬고, 핀테크가 밀어줬어. 다 아는 얘기지. 진짜 질문은 이거야. 그 다음은? 그러니까, 지금까지 쏟아부은 GPU 값과 데이터센터 감가상각비를 도대체 무슨 매출로 갚을 거냐는 질문. 그 답이 하반기 AI 에이전트고, 그 답의 미리보기가 지난 일주일에 다 나왔어.

재밌는 건 두 회사가 완전히 다른 답을 들고 나왔다는 거야. 네이버는 "우리가 인프라부터 검색 광고까지 다 갖는다"는 수직 통합 전략이고, 카카오는 "우리는 유통 채널이다, 모델은 빌려 쓴다"는 수평 제휴 전략이야. 둘 중 하나는 크게 틀릴 거고, 둘 다 반쯤 맞을 수도 있어. 이번 8월 첫째 주 실적 발표는 그 두 전략의 중간 성적표를 처음으로 나란히 놓고 볼 수 있는 자리인 거지.

그리고 그 뒤엔 훨씬 불편한 질문이 하나 더 있어. 한국 사람들이 이미 챗GPT를 월 2천만 명 넘게 쓰고 있는 상황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만든 AI 에이전트를 굳이 왜 써야 하냐는 질문. 이건 기술 문제가 아니라 유통 문제고, 두 회사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걸고 있는 승부수도 결국 여기로 수렴해.

링 위에 선 선수들

네이버. 2025년 2분기 매출 2조 9,151억 원, 영업이익 5,216억 원을 기록했던 회사야. 이건 컨센서스가 아니라 네이버가 직접 낸 보도자료 숫자니까 믿어도 돼. 부문별로는 서치플랫폼 1조 365억, 커머스 8,611억, 핀테크 4,117억, 콘텐츠 4,740억, 엔터프라이즈 1,317억이었고. 그리고 2026년 1분기에는 매출 3조 2,411억 원, 영업이익 5,418억 원을 냈어. 매출은 전년 대비 16.3%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7.2%밖에 안 늘었지. 이 갭이 바로 AI 투자비야. 순이익은 오히려 31% 줄었고. 돈을 더 많이 벌면서 이익은 덜 남기는 구간에 들어간 거야.

네이버의 무기는 세 개야. 첫째, 검색. 최수연 대표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AI 브리핑에 2분기부터 쇼핑·로컬 결합 생성형 AI 광고를 시범 운영하고 3분기에 수익화를 본격화하겠다"고 못 박았어. 둘째, AI탭. 4월 27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대상 베타로 시작해서 6월 26일 전체 사용자에게 정식 출시한 대화형 검색이야. 셋째, AI 팩토리. 이건 아예 다른 사업이야. GPU를 사서 남한테 빌려주는 인프라 장사.

카카오. 2025년 2분기에 매출 2조 283억 원, 영업이익 1,859억 원으로 당시 사상 최대 실적을 찍었어. 역시 카카오 공식 보도자료 숫자야. 2026년 1분기엔 매출 1조 9,421억 원(+11%), 영업이익 2,114억 원(+66%)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이 11%까지 올라갔어. 66%라는 증가율이 눈에 띄는데, 이건 사업이 갑자기 두 배로 잘돼서가 아니라 몸집을 줄인 효과가 크게 반영된 거야. 톡비즈 6,086억(+9%), 그중 광고가 3,384억(+16%), 비즈메시지가 27% 성장했고, 커머스는 2,700억(+1%)에 거래액 2.9조(+10%)였어.

카카오가 지난 1년 반 동안 한 일은 사실상 '다이어트'였어. 3월에는 카카오게임즈 지분을 37.93%에서 14.68%로 낮추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라인야후가 출자한 투자법인에 넘겼고, 5월에는 포털 다음의 운영사 AXZ를 AI 모델 개발사 업스테이지에 넘겼어. 지분 교환 방식이라 카카오는 업스테이지 신주를 받았고. 계열사는 87개까지 줄였다고 컨콜에서 밝혔지. 포털을 판 회사가 AI 검색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하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뒤집어 보면 "우리는 웹 포털이 아니라 메신저 회사다"라는 정체성 선언이기도 해.

그리고 판을 흔드는 제3자들. 엔비디아는 이제 네이버의 주주야. 브룩필드는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자산을 굴리는 글로벌 대체투자사고, AI 인프라 프로그램에 1,000억 달러 규모를 운용한다고 알려져 있어. 오픈AI는 2025년 2월 카카오와 국내 최초로 전략적 제휴를 맺은 파트너야. LG AI연구원은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사로서 7월 31일 K-EXAONE 2.0을 오픈소스로 풀었고. 이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한국 AI 시장에 말뚝을 박으면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선택지도 같이 좁아지고 있어.

마지막으로, 진짜 상대. 챗GPT야. 와이즈앱 집계 기준 2026년 4월 한국에서 챗GPT 월간 활성 사용자는 2,345만 명, 제미나이는 845만 명, 클로드는 241만 명이었어. 한국 인구를 생각하면 챗GPT는 이미 '국민 앱' 문턱을 넘었어. 네이버와 카카오가 싸우는 상대는 서로가 아니라 사실 이쪽이야.

숫자로 보는 판 — 뭐가 확정이고 뭐가 추정이야

여기서 아주 중요한 구분을 하나 하고 갈게. 지금 기사에 나오는 2분기 숫자는 전부 추정치야. 이투데이가 7월 26일자로 보도한 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 기준 네이버 매출 3조 3,663억 원, 영업이익 5,660억 원이었고, 파이낸셜뉴스가 7월 29일자로 보도한 건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 기준 매출 3조 3,686억 원(+15.6%), 영업이익 5,674억 원(+8.8%)이었어. 두 숫자가 미묘하게 다른 이유는 집계 기관이 다르고 집계 시점이 사흘 차이나기 때문이야. 어느 쪽도 네이버가 낸 숫자가 아니야.

카카오 쪽은 더 지저분해. 매체마다 매출 컨센서스가 2조 444억, 2조 492억, 2조 529억으로 갈리고, 영업이익도 2,234억, 2,239억, 2,263억으로 갈려. 그리고 여기서 한 가지 이상한 점을 짚고 갈게. 일부 보도는 카카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81% 증가"라고 썼는데, 카카오가 직접 발표한 2025년 2분기 영업이익은 1,859억 원이야. 2,239억을 1,859억으로 나누면 약 20% 증가야. 9.81%가 나오려면 기준이 되는 작년 숫자가 달라야 해. 그래서 나는 1차 자료인 카카오 보도자료 숫자를 기준으로 "약 20% 증가 전망"이라고 읽는 게 맞다고 봐. 이게 컨센서스 숫자를 그대로 받아쓰면 안 되는 이유야.

구분 네이버 카카오
2분기 실적 발표일 2026년 8월 7일(예정) 2026년 8월 6일(예정)
2025년 2분기 실적(확정, 회사 발표) 매출 2조 9,151억 / 영업이익 5,216억 매출 2조 283억 / 영업이익 1,859억
2026년 1분기 실적(확정, 회사 발표) 매출 3조 2,411억 / 영업이익 5,418억 매출 1조 9,421억 / 영업이익 2,114억
2026년 2분기 컨센서스(추정) 매출 3조 3,663억~3조 3,686억 / 영업이익 5,660억~5,674억 매출 약 2조 444억~2조 529억 / 영업이익 약 2,234억~2,263억
추정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 매출 +15%대, 영업이익 +8%대 매출 +1% 안팎, 영업이익 +20% 안팎
AI 대표 서비스 AI탭, AI 브리핑, 하이퍼클로바X 카나나 인 카카오톡, 카나나 검색, 챗GPT 포 카카오
모델 전략 자체 개발 + 엔비디아 네모트론 기반 고도화 자체 경량 모델 + 오픈AI API 병행
인프라 전략 자체 데이터센터(각 세종) + AI 팩토리 사업화 인프라 최소화, 외부 API 및 제휴 활용
하반기 수익화 트리거 AI 브리핑 CPC 광고 → 4분기 AI탭 광고 카카오톡 내 에이전트 커머스, 지면 확대 광고

표에서 제일 눈여겨볼 줄은 성장률 줄이야. 네이버는 매출이 15% 넘게 크는데 이익은 8%대로 큰다고 추정돼. 이 갭의 원인이 GPU 감가상각비, 월드컵 중계권료, 마케팅비라고 증권가는 보고 있어. 반대로 카카오는 매출이 1% 정도밖에 안 크는데 이익은 20% 가까이 큰다고 추정돼. 원인은 계열사 정리와 비용 통제. 그러니까 두 회사는 지금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거야. 하나는 몸집을 불리며 마진을 깎고 있고, 하나는 몸집을 줄이며 마진을 지키고 있어.

AI 인프라 쪽 숫자도 정리해 두자. 네이버·엔비디아·브룩필드가 7월 2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발표한 내용은 이래. 각 세종 데이터센터의 엔비디아 DSX AI 팩토리를 초기 55메가와트에서 200메가와트로 확장하고, 2028년까지 이 규모를 만든다는 계획이야. 총 100억 달러 프로젝트에서 브룩필드가 최대 90억 달러를 독점 자본 파트너로 대고, 엔비디아가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나머지는 네이버가 부담해. 그리고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게 있어 — 브룩필드의 90억 달러는 구속력 없는 텀시트야. 엔비디아 보도자료에도 nonbinding term sheet라고 명시돼 있어. 확정 자금이 아니라 협상 틀이라는 뜻이야.

엔비디아 쪽은 좀 더 확정적이야. 네이버는 엔비디아를 대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데, 보도에 따르면 약 1조 4,809억 원 규모로 보통주 724만 1,564주를 발행하고 증자 후 엔비디아 지분율은 4.5%가 돼. 네이버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건 22년 만이고 2008년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처음이라는 점도 같이 보도됐어. 이 지분 숫자들은 회사 보도자료보다 공시·언론 보도 기준으로 먼저 돌았기 때문에, 정확한 최종 조건은 실적 발표와 공시 원문으로 다시 확인하는 게 맞아. 장기적으로 네이버는 1기가와트 규모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고, 하드웨어는 엔비디아 베라 루빈과 블랙웰 아키텍처가 들어가.

각자의 이득 — 이 거래로 누가 뭘 챙기나

네이버가 챙기는 것. 제일 큰 건 시간이야. AI 팩토리를 자기 돈으로만 지으려면 현금흐름을 몇 년 갈아 넣어야 하는데, 브룩필드가 자본을 대면 네이버는 재무제표를 덜 다치게 하면서 규모를 키울 수 있어. 두 번째는 공급 확보야. 엔비디아가 주주가 되면 GPU 할당 순번에서 뒤로 밀릴 확률이 확 줄어. 세 번째는 서사야. "네이버는 광고 회사"라는 밸류에이션 프레임을 "네이버는 AI 인프라 회사"로 바꾸는 순간 주가에 붙는 배수 자체가 달라져. 실제로 발표 당일 네이버 주가는 장중 두 자릿수까지 뛰었다고 보도됐어. 네 번째는 모델이야. 하이퍼클로바X를 엔비디아 네모트론 3 울트라 오픈 모델 기반으로 고도화하겠다고 했고, 네이버는 한국 기업 최초로 네모트론 연합에 합류했어. 프런티어 모델을 처음부터 혼자 만들지 않겠다는 실용적인 선회야.

엔비디아가 챙기는 것. 아주 단순해. GPU를 팔 곳이야. 10억 달러를 투자해서 200메가와트짜리 DSX 배치를 확보하는 건, 투자 대비 매출로 따지면 엔비디아 입장에서 남는 장사야. 게다가 '소버린 AI'라는 정치적 명분까지 붙어. 각국 정부가 자국 데이터로 자국 모델을 돌려야 한다고 믿을수록 엔비디아 수요는 늘어나. 한국은 그 시나리오의 좋은 쇼케이스고. 여기에 지분까지 들고 있으니 네이버가 잘되면 그 상승분도 같이 먹어.

브룩필드가 챙기는 것. 인프라 펀드 입장에서 AI 데이터센터는 전기와 부동산과 장기 계약이 결합된 자산이야. 임차인 신용도가 좋고 계약 기간이 길면 채권처럼 굴릴 수 있지. 브룩필드가 원하는 건 네이버의 성장 스토리가 아니라 안정적인 현금흐름이야. 그래서 아직 텀시트가 구속력이 없다는 게 중요해 — 조건이 안 맞으면 안 할 수도 있다는 뜻이거든.

카카오가 챙기는 것. 카카오는 인프라 게임에서 아예 빠졌어. 대신 오픈AI 제휴로 모델을 빌려 쓰고, 자체 경량 모델은 온디바이스로 돌려. '챗GPT 포 카카오'는 작년 3분기 컨콜 시점 200만 명에서 800만 명으로 늘었다고 보도됐어. 카카오가 챙기는 건 자본지출 없는 AI 노출이야. 5,000만 명이 매일 여는 앱 안에 AI를 넣으면 사용자 획득 비용이 0에 수렴해. 그리고 정신아 대표가 말한 목표는 명확해 — 카카오톡 일평균 체류시간을 전년 대비 20% 늘리고, 그 시간을 광고 지면과 커머스 전환으로 바꾸는 것.

오픈AI가 챙기는 것. 한국 시장 유통망이야. 챗GPT 앱을 따로 깔게 하는 것보다 카카오톡 안에서 만나게 하는 게 훨씬 싸. 반대로 리스크도 있어. 카카오가 자체 모델 비중을 늘리거나 다른 파트너를 붙이면 오픈AI는 한국에서 유통 채널을 잃어. 실제로 2026년 2월에는 카카오가 새 AI 파트너로 구글을 낙점했다는 보도도 나왔어. 이건 단일 매체 보도 성격이 강해서 확정된 사실로 보긴 이르지만, 카카오가 모델을 하나에만 묶지 않으려 한다는 방향성 자체는 여러 보도에서 일관돼.

데자뷔 — 과거에 이런 승부가 어떻게 끝났나

성공 사례부터 보자. 2010년대 초 모바일 전환기에 네이버와 카카오는 정확히 반대 선택을 했어. 네이버는 검색을 모바일로 옮기고 웹툰·웹소설로 콘텐츠를 붙였고, 카카오는 메신저 하나로 앱 시장을 장악한 뒤 그 위에 게임·선물하기·택시를 얹었어. 결과적으로 둘 다 살아남았지. 핵심은 각자 이미 가진 자산의 성격을 정확히 알고 그 위에 붙였다는 거야. 네이버는 트래픽을 광고로 바꾸는 데 능했고, 카카오는 관계를 거래로 바꾸는 데 능했어. 이번 AI 에이전트 경쟁에서도 두 회사가 같은 문법을 쓰고 있다는 게 흥미로워. 네이버는 검색 결과 옆에 광고를 붙이려 하고, 카카오는 대화 옆에 결제를 붙이려 해.

실패 사례도 많아. 카카오의 계열사 확장이 대표적이야. 한때 100개가 넘던 계열사를 지금 87개까지 줄이는 중이고, 카카오게임즈 최대주주 자리를 넘겼고, 포털 다음을 팔았어. 문어발 확장의 청구서를 지금 지불하고 있는 셈이지. 이건 "플랫폼이 있으니 뭘 얹어도 된다"는 가정이 틀릴 수 있다는 증거야. 카카오톡 안에 AI 에이전트를 얹는 것도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어. 트래픽이 있다고 해서 그 트래픽이 AI 상담을 원한다는 보장은 없거든.

인프라 쪽 실패 사례도 봐야 해. 2010년대 중후반 통신사와 대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에 대규모로 투자했지만,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결국 AWS와 애저와 구글 클라우드가 대부분 가져갔어. 국산 클라우드는 공공 시장이라는 보호구역 안에서 주로 살아남았고. AI 팩토리도 같은 위험을 안고 있어. 200메가와트를 지어놨는데 그 컴퓨트를 살 국내 고객이 충분히 없으면, 그건 자산이 아니라 감가상각비 폭탄이 돼. 네이버가 "한국과 미국 기반 AI 혁신 기업에 프로덕션 규모 컴퓨트를 제공하겠다"고 굳이 미국을 언급한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봐.

반대로 성공한 인프라 베팅도 있어. 아마존은 자기가 쓰려고 만든 인프라를 팔아서 AWS를 만들었고, 그게 아마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사업이 됐어. 네이버가 그리는 그림도 정확히 이거야. 하이퍼클로바X와 AI탭을 돌리려면 어차피 필요한 컴퓨트를, 남는 만큼 파는 것. 다만 아마존이 AWS를 띄우는 데 걸린 시간은 5~10년이었고, 그동안 시장에 경쟁자가 거의 없었어. 지금 AI 컴퓨트 시장은 그렇지 않아.

경쟁자 카운터 플레이

오픈AI와 구글. 이쪽의 카운터는 이미 진행 중이야. 한국에서 챗GPT는 월 2천만 명 넘게 쓰고 있고, 제미나이는 1년 새 열 배 넘게 컸어. 이들이 쓰는 전략은 단순해 — 에이전트를 앱 밖으로 꺼내는 것. 챗GPT의 결제 기능이나 구글의 커머스 프로토콜처럼, 대화창 안에서 바로 사고 예약하게 만들면 네이버 검색이나 카카오톡을 거칠 이유가 줄어들어. 네이버와 카카오가 "우리는 한국 사용자의 맥락을 안다"고 강조하는 건, 정확히 이 지점을 방어하려는 거야. 지도, 예약, 결제, 배송 같은 로컬 실행 레이어는 아직 글로벌 모델이 약한 영역이거든.

LG AI연구원. 7월 31일 공개된 K-EXAONE 2.0은 네이버 입장에서 미묘한 사건이야. 총 7,500억 파라미터에 토큰당 활성 파라미터가 약 370억인 하이브리드 어텐션 MoE 구조고, 컨텍스트는 262,144 토큰, 지원 언어는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를 포함해 10개야. 24개 벤치마크 평균 70.1점으로 1.0의 63.3점보다 10% 이상 올랐다고 발표됐고. 결정적인 건 아파치 2.0 라이선스야. 상업적 이용에 제한이 없어. 국내 기업이 한국어 모델을 쓰려고 굳이 하이퍼클로바X API를 살 이유가 하나 줄어든 거지. 물론 모델 가중치가 공짜여도 7,500억 파라미터를 돌릴 GPU는 공짜가 아니야. 그리고 그 GPU를 빌려주는 게 네이버 AI 팩토리 사업이고. 그래서 이건 네이버에 위협이자 기회야.

업스테이지와 국내 AI 스타트업들. 업스테이지는 카카오에게서 포털 다음 운영사 AXZ를 인수했어. 자체 LLM 솔라를 다음의 검색 엔진과 콘텐츠 데이터에 결합해 차세대 AI 포털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야. 카카오가 버린 자산을 AI 회사가 주워서 검색으로 돌아온다는 구도인데, 이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아직 몰라. 다만 국내 검색 시장이 네이버 독주 구도에서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네이버의 AI 검색 광고 단가 계산도 같이 흔들려.

그리고 서로. 네이버와 카카오의 카운터 플레이는 사실 상대방 영역 침범이야. 네이버는 AI탭에서 예약과 구매까지 처리하려 하는데 이건 카카오가 노리는 에이전트 커머스 영역이고, 카카오는 카나나 검색을 베타로 돌리는데 이건 명백히 네이버 검색 영역이야. 두 회사가 서로의 마당에 들어가는 이유는 명확해 — AI 에이전트는 '검색'과 '커머스'와 '메신저'의 경계를 지우기 때문이야. 경계가 지워지면 기존 해자도 같이 지워져.

마지막 카운터는 사용자 자신이야. 이게 제일 무서워. AI 에이전트 광고 모델의 전제는 사용자가 에이전트의 추천을 믿고 클릭하거나 산다는 거야. 그런데 추천에 광고가 섞이는 순간 신뢰도는 떨어지기 시작해. 네이버가 AI 브리핑 광고를 CPC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하고, AI탭 광고는 4분기로 미룬 것도 이 균형 때문이라고 봐. 너무 빨리 수익화하면 서비스가 죽고, 너무 늦게 하면 투자비를 못 갚아.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투자자라면. 8월 6일과 7일에 봐야 할 건 매출도 영업이익도 아니야. 이미 컨센서스에 다 반영돼 있거든. 봐야 할 건 세 가지야. 첫째, 네이버 컨퍼런스콜에서 AI 팩토리의 매출 인식 시점과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는지. 200메가와트를 2028년까지 짓는다면 그 사이 감가상각은 어떻게 잡히는지. 둘째, 브룩필드 90억 달러가 구속력 있는 계약으로 전환됐는지, 아니면 여전히 텀시트인지. 셋째, 카카오가 8월 초 공개할 거라던 카카오톡 내 에이전트의 실제 스펙과 과금 모델. 이 세 개가 나머지 숫자보다 훨씬 중요해.

개발자라면. 지금이 국내 AI 생태계에서 선택지가 가장 많은 시기야. K-EXAONE 2.0이 아파치 2.0으로 풀렸으니 한국어 특화 모델을 라이선스 걱정 없이 파인튜닝할 수 있어. 카카오는 PlayMCP로 외부 에이전트를 카카오톡에 연동하는 길을 열었고, 오픈소스 에이전트 오픈클로 연동도 지원해. 네이버는 하반기 국내에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출시하겠다고 했고. 즉 앞으로 몇 달 안에 "내가 만든 에이전트를 어느 국민 앱에 태울 것인가"라는 유통 선택지가 생긴다는 뜻이야. 다만 플랫폼에 태우는 순간 수수료와 정책 리스크가 따라온다는 것도 같이 계산해야 해.

일반 사용자라면. 체감은 이미 시작됐어. 네이버 AI탭은 4월 27일 베타, 6월 26일 정식 출시를 거쳐 7월 15일 기준 사용자 1,000만 명을 넘었다고 보도됐어. 같은 보도에 따르면 일평균 질의 수는 베타 대비 7배, 1인당 질의 수는 1.7배 늘었고, 검색부터 의사결정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대 60~70% 줄었대. 다만 이건 회사가 내놓은 자체 측정치라는 점은 감안해야 해. 카카오 쪽은 카카오톡 대화 맥락을 읽고 선물이나 장소를 추천하는 방향이야. 편해지는 만큼, 내 대화와 검색 기록이 추천과 광고의 재료가 된다는 뜻이기도 해.

기업 담당자라면. 광고 예산 배분 기준이 바뀔 거야. 네이버가 3분기부터 AI 브리핑에 CPC 생성형 광고를 본격화하면, 검색 광고 인벤토리의 구조 자체가 달라져. 기존 파워링크처럼 키워드를 사는 게 아니라 '에이전트의 답변 안에 들어가는' 형태가 되면, 랭킹 최적화 노하우도 다시 짜야 해. 카카오는 비즈메시지가 1분기에 27% 성장했는데, 여기에 에이전트가 붙으면 발송 후 전환까지 한 번에 처리되는 구조가 될 수 있어. 어느 쪽이든 하반기에 파일럿 예산을 조금이라도 잡아두는 게 안전해.

한국 AI 생태계 전체로 보면. 지난 일주일은 상징적이었어. 정부 주도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LG가 오픈소스 모델을 냈고, 민간 최대 플랫폼 회사가 해외 자본 100억 달러를 끌어와 인프라를 짓겠다고 했어. 모델은 열고 인프라는 사고 서비스는 각자 만든다는 구도야. 이게 잘 굴러가면 한국은 소버린 AI의 드문 성공 사례가 되고, 안 굴러가면 비싼 GPU 창고 몇 개와 아무도 안 쓰는 오픈소스 모델이 남아. 8월 6일과 7일은 그 갈림길의 첫 번째 이정표인 셈이야.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당장은 없어. 다만 네이버 검색 결과가 링크 목록에서 AI 답변으로 바뀌고 카카오톡이 대화 옆에서 물건을 추천하기 시작하면, 네가 뭘 사고 어디를 갈지 결정하는 경로가 조용히 바뀌게 돼. 광고와 추천의 경계가 흐려지는 게 진짜 변화야.

— 컨센서스 잘 맞히는 거 아니야? 그냥 믿으면 안 돼? 분기 매출 방향 정도는 대체로 맞아. 근데 이번엔 신규 사업 회계 처리와 계열사 정리 효과가 섞여서 오차가 커질 여지가 있어. 실제로 카카오 영업이익 증가율만 봐도 매체마다 9.8%에서 21.7%까지 벌어져. 8월 6일과 7일 원문 발표 전까진 단정하긴 일러.

— 네이버 AI 팩토리, 진짜 돈 되는 사업 맞아? 아직 몰라. 브룩필드의 90억 달러는 구속력 없는 텀시트라고 엔비디아 보도자료에 명시돼 있고, 200메가와트 완공 목표도 2028년이야. 컴퓨트를 사줄 고객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진 매출이 아니라 계획이라고 보는 게 맞아.

참고 자료

숫자와 기준은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