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상한가, 월요일엔 8.8% 폭락
7월 31일 금요일 오후 3시 30분, 한국 증시는 역사를 썼어. 코스피가 하루에 1,001.89포인트, 17.91% 올라 6,595.45로 마감했거든. 하루 상승 폭 1,000포인트 돌파도, 상승률 17.91%도 전부 사상 처음이야. SK하이닉스는 29.95% 올라 171만 8,000원에 상한가로 문을 닫았는데, 이 종목이 상한가를 찍은 건 2009년 이후 17년 만이었어. 삼성전자는 26.81% 올라 26만 2,500원. 시가총액 1조 2,120억 달러로 '1조 달러 클럽'에 복귀하면서 글로벌 시총 순위가 두 계단 올라 12위가 됐다. 외국인은 이날 8조 7,709억 원을 순매수했는데 이것도 역대 최대 기록이야. 반대편에서 개인은 10조 3,834억 원을 순매도했고, 그 역시 역대 최대였다. 최태원 SK 회장이 전날 사둔 SK하이닉스 3,620주로 하루 만에 13억 원가량 평가이익을 봤다는 얘기까지 나왔어.
그리고 사흘 뒤. 8월 3일 월요일 장이 열리자마자 코스피는 6,358.27로 출발했다. 시작부터 237포인트, 3.60% 빠진 채였어. 장중에는 6,247.64까지 밀렸고, 결국 338.00포인트(5.12%) 내린 6,257.45로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2만 3,000원(8.76%) 떨어진 23만 9,500원, SK하이닉스는 15만 1,000원(8.79%) 떨어진 156만 7,000원. 금요일에 번 것의 절반 가까이를 월요일 하루에 반납한 셈이야.
이상한 건 그날 밤 미국 증시가 나빴던 게 아니라는 점이야. 아마존이 15.32% 폭등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3.02% 올랐어. 다우지수는 276.97포인트(0.53%), 나스닥은 251.68포인트(1.00%) 상승했다. AI 인프라에 돈을 쓰는 빅테크들의 실적이 좋았다는 뜻이고, 그 돈을 받아먹는 게 한국 메모리 회사들인데, 정작 한국 시장은 그 훈풍을 전혀 받지 못했어. 머니투데이는 이 괴리를 두고 "차익실현 매물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겹쳤다고 정리했다.
여기서 진짜 이상한 지점이 하나 더 있어. 실적이 나빠서 떨어진 게 아니거든. 불과 닷새 전인 7월 29일 SK하이닉스는 분기 영업이익 60조 원을, 그다음 날인 7월 30일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89조 원을 발표했어. 둘 다 사상 최대야. 회사는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는데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이 글에서는 그 간극이 어디서 나오는지, 엔 캐리 청산이라는 말이 실제로 무슨 뜻인지, 그리고 KB증권이 "과도한 저평가"라고 말할 때 그 판단이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를 하나씩 뜯어볼 거야.
이 판에 서 있는 사람들
첫 번째는 당연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야. 그런데 이 두 종목은 이제 그냥 '대형주'가 아니야.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둘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가량이거든. 이게 뭘 뜻하냐면, 이 두 종목이 8%씩 빠지면 지수는 산술적으로 4% 이상 빠진다는 거야. 8월 3일 코스피가 5.12% 내린 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거의 자동 반사에 가까웠다. 지수를 사는 인덱스 펀드든, 연금이든, 해외 ETF든, 한국 주식을 산다는 건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 두 종목을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없는 상태가 된 거지.
두 번째는 외국인이야.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46.70%, SK하이닉스는 51.22%. SK하이닉스는 이미 외국인이 과반을 들고 있어. 8월 3일 외국인은 9,914억 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은 779억 원을 순매도했어. 반대로 개인은 1조 420억 원을 순매수했다. 직전 거래일과 정확히 반대 그림이야. 금요일엔 외국인이 사고 개인이 팔았고, 월요일엔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샀어. 이틀 사이에 수급 방향이 통째로 뒤집힌 건데, 이런 게 펀더멘털로 설명되는 움직임일 리는 없지.
세 번째 등장인물은 좀 낯설 수도 있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다. 이 상품은 2026년 5월 27일 국내에 처음 상장됐는데, 50일 만에 시가총액이 4조 4,000억 원에서 11조 9,000억 원으로 불었고 전체 ETF 거래대금의 약 38%를 차지할 만큼 과열됐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에 개인 자금이 쏠린 거야. 문제는 레버리지 상품은 구조적으로 하락을 증폭한다는 거지. 가격이 빠지면 손절과 강제 청산이 나오고, 그게 다시 원주식 매도로 이어져. 금융당국은 7월 16일 신규 상장 무기한 중단과 기본예탁금 1,000만 원 → 3,000만 원(현금만 인정) 상향을 발표했고, 원래 8월 중이던 시행 시점을 7월 31일로 앞당겼어.
네 번째는 애널리스트들이야. KB증권 김동원 리서치본부장은 8월 3일 리포트에서 두 종목에 대해 매수 의견과 AI 반도체 최선호주 지위를 유지했어. 근거는 이래. "2026년 8월 현재 빅테크 고객사의 메모리와 AI 기판 수요 충족률은 6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 못 채운 수요가 다음 해로 이월되고, 그게 도미노처럼 3년간 이어진다는 논리야. 그러면서 "신규 메모리 팹 완공과 풀 가동에는 3년 이상 소요된다"며 공급 부족이 2029년 이후에나 풀릴 거라고 봤다. 반면 교보증권 쪽은 결국 빅테크의 클라우드·광고 사업이 실제로 얼마나 이익을 내주느냐가 변수라며, AI 수요는 투자자가 발을 뺄 때 끝난다는 취지의 신중론을 냈어. 같은 숫자를 보고도 결론이 갈리는 거지.
다섯 번째는 이 이야기의 배경에 깔린 일본은행이야.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엔 캐리 청산 우려'라는 문구 뒤에 서 있는 게 이 기관이거든. 일본은행은 2026년 6월 정책금리를 0.75%에서 1.0%로 올렸어. 1995년 이후 31년 만의 최고 수준이야. 그리고 7월 31일 회의에서는 1.0% 동결을 결정했는데, 8대 1로 갈렸어. 다카타 하지메 위원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해외발 수요 충격에 따른 물가 상방 리스크와 해외 금융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새 국면에 들어섰다는 의견을 냈다. 동결인데 매파 반대표가 나왔다는 건, 시장 입장에서 다음 인상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로 읽혀.
하루 만에 8% — 그 안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
먼저 7월이라는 달을 알아야 해. 코스피는 6월 말 8,476.48에서 시작해 7월 28일 6,023.66까지 밀렸어. 한 달도 안 돼 28.94% 빠진 거야. 이 낙폭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10월(-27.25%)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월(-23.13%)을 모두 넘어서는, 1990년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이었다. 7월 28일과 29일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됐어. 이건 사상 처음 있는 일이야. 최종적으로 7월 코스피 월간 하락률은 22%였고, 주요국 중 1위였다. 같은 기간 다른 나라 지수와 비교하면 격차가 선명해. 이건 글로벌 AI 조정이 아니라 한국 시장 고유의 사건이었다는 뜻이지.
그 바닥에서 7월 31일의 폭등이 나왔어. 원인은 여러 개가 겹쳤다. 간밤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강했고, 사흘 연속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가 들어왔고, 레버리지 ETF 규제가 그날부터 시행되면서 변동성의 원천 하나가 제거됐어. 실제로 그날 레버리지 거래대금은 이전의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는 보도가 나왔지. 여기에 시장에서는 미국 헤지펀드의 대규모 포지션 청산이 마무리되면서 반도체주를 짓누르던 수급 부담이 풀렸다는 해석도 돌았는데, 이건 공식 확인된 사안은 아니야.
그리고 8월 3일. 폭등의 반작용이 왔다. 이날 하락을 구성한 건 크게 세 가지야. 하나는 순수한 차익실현이다. 금요일에 26~30% 오른 종목을 월요일 아침에 파는 건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이고, 특히 외국인처럼 하루 만에 8조 원 넘게 사들인 주체가 일부만 되팔아도 시장은 흔들려. 둘은 엔 캐리 청산 우려. 셋은 지수 구조 그 자체다. 두 종목이 시총의 절반이니, 이 둘이 8%대로 빠지면 지수는 5%대로 빠질 수밖에 없어.
엔 캐리 트레이드가 뭔지 짚고 갈게. 간단해. 금리가 거의 0에 가까운 엔화를 빌려서, 그 돈을 금리가 높거나 수익률이 좋은 자산에 넣는 거야. 한국 반도체주도 그 자산 중 하나였고. 이 거래가 굴러가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해. 엔화 조달 금리가 낮게 유지될 것, 그리고 엔화가 강해지지 않을 것.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첫 번째 조건이 깨지고, 그 결과 엔화가 강해지면 두 번째 조건도 깨져. 그러면 빌린 엔화를 갚기 위해 해외 자산을 팔아야 하는데, 이때 파는 순서는 '가장 많이 오른 것부터, 가장 잘 팔리는 것부터'야. 한국 반도체 대형주는 그 두 조건을 완벽히 충족하는 자산이지. 종목이 나빠서 파는 게 아니라 유동성이 좋아서 팔리는 거야. 이게 펀더멘털과 주가가 따로 노는 첫 번째 이유다.
| 항목 | 2026-08-03 | 직전 거래일 (7월 31일) |
|---|---|---|
| 코스피 | 6,257.45 (-338.00p, -5.12%) | 6,595.45 (+1,001.89p, +17.91%, 사상 최대) |
| 코스피 시가 / 장중 저점 | 6,358.27 (-3.60%) / 6,247.64 | — |
| 삼성전자 | 239,500원 (-23,000원, -8.76%) | 262,500원 (+26.81%) |
| SK하이닉스 | 1,567,000원 (-151,000원, -8.79%) | 1,718,000원 (+29.95%, 2009년 이후 첫 상한가) |
| 외국인 수급 | 9,914억 원 순매도 | 8조 7,709억 원 순매수 (역대 최대) |
| 개인 / 기관 | 개인 1조 420억 순매수 / 기관 779억 순매도 | 개인 10조 3,834억 순매도 (역대 최대) |
| 외국인 지분율 | 삼성전자 46.70% / SK하이닉스 51.22% | — |
| 같은 날 미국 증시 | 아마존 +15.32%, MS +3.02%, 나스닥 +1.00% | — |
| SK하이닉스 2Q26 | 매출 79조 3,187억 / 영업이익 60조 5,426억 (영업이익률 76%) | 전년 대비 매출 +256.8%, 영업이익 +557.2% |
| 삼성전자 2Q26 | 매출 171조 4,995억 / 영업이익 89조 4,924억 (영업이익률 52.2%) | DS부문이 영업이익의 99.7% |
| 밸류에이션 (KB증권) | 삼성전자 2027E PER 3.8배 / SK하이닉스 3.6배 | 목표주가 60만 원 / 420만 원, 투자의견 매수 |
| 7월 코스피 | 월간 -22% (7/28 저점 기준 -28.94%) | 1990년 이후 최대 월간 낙폭 |
표에서 제일 눈에 걸리는 건 실적 줄이야. 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률 76%. 이건 소프트웨어 회사 수준의 마진이고, 장치산업에서는 사실상 본 적 없는 숫자야. 상반기 누적 매출은 131조 8,950억 원으로 처음 100조 원을 넘겼고, 현금성 자산 88조 원에 순현금 69조 4,000억 원까지 쌓였다. 삼성전자는 DS부문이 전체 영업이익의 99.7%를 차지했어. DS 매출 127조 5,000억 원에 영업이익 89조 2,000억 원. 스마트폰도 가전도 사실상 손익 기여가 없다시피 한, 완전히 메모리 회사가 된 실적표야.
그런데 SK하이닉스는 7월 29일 실적 발표 당일에 오히려 주가가 급락했어. 이유는 주주환원 정책이었다. 순현금 69조 원을 쌓아두고도 컨퍼런스콜에서 배당이나 자사주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았거든. 회사는 M15X 조기 가동과 2027년 용인 팹을 준비하면서 "캐펙스 규율"을 지키겠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은 많이 벌었는데 나한테 오는 건 없고 전부 다시 팹에 들어간다"로 읽힌 거지. 사이클 산업에서 이 메시지는 특히 무섭게 들려. 지금 짓는 팹이 3년 뒤 공급 과잉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걸 다들 알거든.
이 폭락에서 누가 뭘 얻나
가장 확실하게 얻는 쪽은 개인 투자자 중 이번에 산 사람들이야. 8월 3일 개인은 1조 420억 원을 순매수했어. 다만 이건 결과가 나와야 아는 얘기고, 7월 31일에 개인이 10조 3,834억 원을 순매도했다는 기록을 같이 봐야 해. 즉 개인은 폭등 당일에 대거 팔고 폭락 당일에 대거 샀어. 순서만 놓고 보면 최악의 타이밍이야. 이건 개인이 어리석어서가 아니라, 두 달 넘게 물려 있던 사람들이 반등에서 탈출하고, 그 광경을 본 다른 사람들이 조정에서 진입했기 때문에 생기는 구조적 패턴이지.
외국인은 이번 국면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어. 7월 31일 하루에 8조 7,709억 원어치를 담은 뒤 월요일에 9,914억 원어치를 되팔았다면, 산 물량의 대부분은 아직 들고 있다는 뜻이야. 시장을 흔들 수 있는 규모로 움직이면서 자기 포지션의 평균 단가를 유리하게 관리할 수 있는 건 이 정도 체급뿐이지. 그리고 삼성전자 46.70%, SK하이닉스 51.22%라는 지분율은 이들이 마음먹으면 지수를 어느 방향으로든 밀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메모리를 사야 하는 고객사, 그러니까 빅테크와 서버 업체들에게는 이 조정이 심리적 무기야. 메모리 가격 협상은 결국 "너희 없으면 안 된다"와 "우리 아니면 팔 데 없다" 사이의 힘겨루기인데, 공급사 주가가 반토막 나 있으면 협상 테이블의 공기가 달라져. 물론 KB증권 계산대로 수요 충족률이 60%뿐이라면 이 무기는 무딘 편이야. 살 물량이 모자라는 상황에서 가격을 후려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거든. 그래서 이 조정이 실제 계약 가격에 반영될지 여부가, 이번 하락이 '수급'인지 '펀더멘털'인지를 가르는 실질적 리트머스 시험지야.
반대로 명확하게 잃는 쪽은 레버리지 상품에 들어간 개인들이다. 2배 레버리지에서 기초자산이 8.8% 빠지면 하루에 17%가 넘게 증발해. 게다가 이런 상품은 변동성이 클수록 복리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라,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상품은 제자리로 못 돌아와. 7월 31일에 폭등한 날에도, 8월 3일에 폭락한 날에도, 레버리지 보유자는 양쪽에서 다 갉아먹혔을 가능성이 높아. 금융당국이 뒤늦게 규제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고, 실제로 '뒷북 규제' 논란이 나왔지.
그리고 한국 경제 전체에도 청구서가 날아와. 코스피 시총이 6월 말부터 7월 저점까지 2,800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는 집계가 있었어. 이 규모의 자산 손실은 소비와 세수, 퇴직연금 수익률, 그리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까지 순차적으로 건드린다. 지수가 두 종목에 이렇게까지 쏠린 시장에서는 반도체 사이클이 곧 국민 자산 사이클이 되는 거야. 이번 폭락이 남긴 가장 큰 정책적 숙제는 사실 그 쏠림 자체지.
예전에도 이런 적 있었지
가장 가까운 참고 사례는 2024년 8월 5일이야. 일본은행이 7월 31일 금리를 올리자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하게 풀렸고, 그 다음 월요일 닛케이225는 12.40% 떨어져 31,458.42로 마감했다.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두 번째로 큰 낙폭이었어. 코스피는 8.77% 내린 2,441.55로 마감했는데, 지수 포인트로는 사상 최대 하락 폭이었고 하락률로는 역대 4위였다. 그날 오후 2시 14분 서킷브레이커도 발동됐지. 결론이 중요해. 그 사건에서 기업 실적은 아무것도 망가지지 않았고, 지수는 몇 주 만에 대부분을 되돌렸어. 순수한 자금 이동이 만든 폭락은 대체로 빠르게 복구된다는 게 그때의 교훈이야. 이번 8월 3일에 '엔 캐리 청산 우려'라는 단어가 나온 것도, 시장이 2년 전의 그 기억을 그대로 꺼내 들었기 때문이지.
또 하나의 성공 사례는 2020년 3월이야. 코로나19 확산으로 코스피는 3월 19일 1,457.64까지 떨어졌어. 그때도 실물 충격은 진짜였지만 자산 가격의 낙폭은 그보다 훨씬 컸고, 유동성이 풀리자 지수는 그해 말 2,873.47로 끝났다. 아홉 달 만에 두 배야. 여기서 배울 건 낙관이 아니라 조건이야. 저 두 사례는 모두 '이익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이익 전망이 유지되는 폭락은 되돌아오고, 이익 전망이 꺾이는 폭락은 안 되돌아온다. 그게 사실상 유일한 판별식이야.
이제 실패 사례. 2018년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정확히 그 반대 케이스야. 2018년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이익 58조 8,900억 원, SK하이닉스는 20조 8,000억 원이라는 당시 사상 최대 실적을 냈어. 그런데 삼성전자 주가는 2018년 5월 23일 고점을 찍고 내려앉기 시작했고,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실제로 정점을 찍은 건 2018년 3분기였다. 주가가 이익보다 먼저 꺾인 거야. 2019년 D램 가격은 반토막 났고 이익도 대략 절반으로 줄었어. 뉴시스가 정리한 계산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18년 당시 PER 4.6배라는 역사적 저평가 구간에서도 이후 42% 더 떨어졌다. 지식경제연구소 박종훈 소장은 이걸 "PER의 함정"이라고 불렀어. 사이클 산업에서 정점의 실적은 가치의 확인이 아니라 하락의 출발점으로 읽힌다는 거지. "PER이 낮은 건 팩트지만, 중요한 건 이익이 계속 늘어나느냐"는 말이 핵심이야.
두 번째 실패 사례는 더 오래됐어. 2000년 닷컴 버블이야. 그때도 통신·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실제로 좋았고, 인터넷이라는 기술 자체는 진짜였어. 20년 뒤에 보면 그 기술 전망은 오히려 과소평가였지. 그런데도 주가는 몇 년에 걸쳐 무너졌다. 기술이 맞느냐와 주가가 맞느냐는 완전히 다른 질문이라는 걸 그때 배웠어야 했는데, 매 사이클마다 이 교훈은 새로 배워진다. 지금 AI 메모리 수요가 진짜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그렇다"일 거야. 그런데 그게 "그러니 지금 이 가격이 맞다"의 근거가 되지는 않아. KB증권의 3년 도미노 논리도, 교보증권의 빅테크 이익 검증 논리도, 사실은 둘 다 이 지점에서 갈리는 거지.
다른 선수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먼저 미국 메모리 진영. 마이크론은 이번 사이클에서 한국 두 회사와 같은 배를 타고 있지만, 미국 상장사라는 점에서 자금 성격이 달라. 엔 캐리 청산이나 한국 레버리지 ETF 규제 같은 한국 고유 변수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뜻이야. 만약 8월 3일의 하락이 정말 한국 수급 문제라면, 같은 기간 마이크론 주가가 얼마나 덜 빠졌는지가 그 가설의 검증 지표가 돼. 반대로 마이크론도 같이 무너졌다면 그건 글로벌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재평가라는 뜻이고, 그 경우 KB증권의 "과도한 저평가" 진단은 훨씬 위태로워져.
중국 쪽도 봐야 해. CXMT(창신메모리) 같은 중국 D램 업체의 점유율 확대는 이 사이클의 가장 현실적인 하방 리스크로 꼽혀. 지금은 HBM4 같은 최첨단 영역에서 격차가 크지만, 범용 D램에서 중국 물량이 늘면 가격 지지선이 아래로 밀린다. 뉴시스 기사가 지금 확인해야 할 지표로 D램 현물가와 함께 CXMT 점유율을 꼽은 것도 그래서야. 이건 분기 실적보다 훨씬 느리게 움직이지만, 방향이 정해지면 되돌리기 어려운 종류의 변수지.
빅테크 고객사들의 반격 카드는 두 가지야. 하나는 자체 설계 확대. 구글 TPU나 아마존 트레이니엄 같은 자체 칩은 메모리를 덜 쓰는 게 아니라 협상 구조를 바꾸는 무기야. 엔비디아를 거치지 않고 메모리 업체와 직접 붙으면 가격 구조가 달라지거든. 다른 하나는 투자 속도 조절이야. 7월 초 국내 증시 폭락의 방아쇠 중 하나가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이었다는 걸 떠올리면, 빅테크가 캐펙스 가이던스를 한 번만 낮춰도 한국 메모리주는 다시 흔들릴 수 있어. 반대로 8월 3일 밤 아마존이 15% 넘게 오른 건 그 회의론이 적어도 이번 분기에는 힘을 잃었다는 신호이기도 하고.
한국 금융당국의 다음 수도 변수야. 레버리지 ETF 예탁금 규제는 시행됐지만, 해외 상장 상품을 통한 우회 투자까지 막겠다는 방침이 어떻게 집행될지가 남았어. 여당·야당 모두 이 상품의 출시 과정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론한 상황이고, 규제가 더 강해지면 단기 변동성은 줄지만 거래대금 자체가 마르는 부작용도 따라와. 시장을 안정시키는 규제가 시장을 얇게 만드는 딜레마인데, 얇은 시장은 다음 충격에서 더 크게 흔들려.
마지막으로 일본은행. 7월 31일 동결은 만장일치가 아니었어. 8대 1이었고, 반대표를 던진 위원의 논거는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새 국면"이었다. 다음 회의에서 인상이 나온다면 엔화가 강해지고, 엔 캐리 청산 압력은 실제로 커진다. 한국 반도체주 투자자가 일본 중앙은행 회의록을 읽어야 하는 상황이 웃기게 들리지만, 시가총액의 절반이 두 종목에 몰리고 그 절반가량을 외국인이 들고 있는 시장에서는 이게 정상적인 리스크 관리야.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실용적인 결론은, 이번 하락에서 확인된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분리하라는 거야. 확인된 사실은 두 회사가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8월 3일 하락이 실적 발표나 고객 이탈 같은 사건 없이 발생했다는 것.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이 이익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야. KB증권은 3년을 말했고 교보증권은 빅테크의 실질 수익성이 변수라고 했어. 둘 다 예측이지 사실이 아니야. 그러니 "사상 최대 실적인데 반토막이니까 무조건 싸다"는 문장은 위험해. 2018년 SK하이닉스가 PER 4.6배에서 42% 더 빠졌다는 기록이 그 문장의 반례야. 확인해야 할 건 PER이 아니라 이익 전망의 방향이지.
개발자나 반도체·데이터센터 실무자한테는 신호가 좀 다르게 읽혀. 주가는 반토막이 났지만 현장의 물량 상황은 정반대야. 빅테크의 메모리·AI 기판 수요 충족률이 60%라는 건, 발주해도 60%밖에 못 받는다는 뜻이거든.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 출하를 2분기에 시작해 하반기에 본격 확대한다고 했고, M15X 조기 가동과 2027년 용인 팹까지 줄줄이 대기 중이야. 실무 관점에서는 향후 1~2년간 메모리 조달 리드타임과 단가가 프로젝트 일정의 제약 조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야. 서버 증설 계획을 짠다면 GPU 확보만큼이나 DRAM·HBM 확보 일정을 앞당겨 잡는 게 합리적이지. 주가 차트와 조달 현실이 반대 방향을 가리킬 때는, 대개 조달 현실 쪽이 먼저 맞는다.
투자자 관점에서 지금부터 봐야 할 체크포인트는 네 개로 압축돼. 첫째, D램 현물가격의 방향. 계약가보다 먼저 움직이고 사이클 전환의 선행 지표야. 둘째, 빅테크의 다음 분기 캐펙스 가이던스. 셋째, 외국인 수급이 7월 31일의 8조 원어치 매수를 계속 들고 가는지, 아니면 며칠에 걸쳐 되파는지. 넷째, 일본은행의 다음 결정과 엔화 환율. 이 네 개 중 하나라도 방향이 꺾이면 "수급 조정"이라는 해석은 유효기간을 잃어. 반대로 넷 다 유지되면 이번 하락은 몇 달 뒤 차트에서 그냥 긴 아래꼬리 하나로 남을 거야.
정책 담당자에게 남는 숙제는 훨씬 구조적이야. 두 종목이 시총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장은, 그 두 회사가 아무리 잘해도 안전하지 않아. 반도체 사이클이 곧 국민연금 수익률이고 퇴직연금 수익률이고 개인 자산이 되니까. 7월 한 달에 1990년 이후 최대 낙폭이 나오고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도, 개별 기업의 문제라기보다 이 쏠림 구조의 문제였다. 레버리지 상품 규제는 증상 처치에 가깝고, 진짜 처방은 상장 기업 다변화와 시장 폭 확대 쪽에 있어. 다만 그건 몇 년짜리 과제라 이번 국면에서 당장 효과를 낼 수는 없지.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안 사고 있는 사람한테도 이 이야기가 남기는 게 있어. 8월 3일 하루에 한국 시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개인의 판단과 무관하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계좌를 통과했고, 그건 대부분의 직장인 자산에 자동으로 연결돼 있어. 코스피가 뉴스가 되는 이유가 그거야. 두 회사의 분기 실적표가 사실상 국가 자산 곡선의 기울기를 결정하는 시장이 좋은 시장이냐는 질문은, 이번 폭락이 끝나고 나서도 남아 있을 거고.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직접 주식을 안 사도 상관이 있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코스피를 들고 있고, 그 코스피의 절반이 이 두 종목이거든. 8월 3일 같은 날은 네 연금 계좌 수익률에 그대로 반영돼. 다만 하루짜리 등락을 보고 뭘 바꿀 필요는 없고, 봐야 할 건 이익 전망이 꺾이는지야.
— 이게 왜 하필 지금이야? 직전 거래일에 코스피가 사상 최대인 17.91% 폭등했기 때문이야. 하루에 27~30% 오른 종목은 다음 거래일에 차익실현이 나오는 게 정상이고, 거기에 일본은행 금리 인상 기대에 따른 엔 캐리 청산 우려가 겹쳤어. 실적 악재나 고객 이탈 같은 새 사건은 이날 없었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야.
— 지금이 바닥이야, 아니면 더 빠져? 단정하긴 일러. KB증권은 수요 충족률 60%와 2029년까지의 공급 부족을 근거로 2027년 예상 PER 3.6~3.8배가 과도한 저평가라고 봤고, 반대편에는 2018년 SK하이닉스가 PER 4.6배에서 42% 더 빠진 기록이 있어. 사이클 산업에서 낮은 PER은 바닥의 증거가 아니라 이익 정점의 신호일 수도 있거든. 답은 D램 가격과 빅테크 캐펙스가 알려줄 거야.
참고 자료
- 머니투데이 — "구조대는 언제" 삼전닉스 또 급락...코스피 6200대 마감
- 헤럴드경제 — '또 도망가는 외인' 삼전닉스 8%대 급락, 코스피 하루 만에 내림세
- 국제뉴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8%대 폭락, 코스피 338p 급락 마감
- 서울신문 — 하루 1001p 폭등, SK하이닉스 상한가에 쏟아진 기록들
- 한국경제 — 코스피, 하루 만에 1000P 뛰었다…17.9% 역대 최대 폭등
- SK하이닉스 뉴스룸 — 2026년 2분기 경영실적 발표
- 디일렉 — SK하이닉스 2026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전문
- 디일렉 — 삼성전자 2026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전문
- 머니투데이 — 삼성전자 2분기 반도체부문 매출 127.5조, 영업이익 89.2조
- 이투데이 — KB證 "반도체, 최소 3년간 공급 부족 지속…삼전·SK하닉 최선호주"
- 뉴시스 — "사상 최대 실적인데 왜 반토막?" SK하이닉스 'PER의 함정'
- Bank of Japan — Statement on Monetary Policy (2026년 7월 31일)
- 뉴데일리 — 금융당국, 레버리지 ETF 규제 본격화: 신규상장 중단, 예탁금 3000만원 상향
- 조세금융신문 — 레버리지 ETF 규제 시계 당겼다, 3천만원 문턱 31일 적용
- 한국일보 — 코스피, 7월만 22% 급락해 주요국 중 하락률 1위
- 뉴스1 — "역사상 최악의 한달" 7월 코스피, 금융위기·IMF보다 더 폭락
- 데이터솜 — 2024년 8월 5일 코스피 8.77% 하락, 일일 하락률 역대 4위
숫자와 기준은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