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센서스를 다 깨부순 분기, 그리고 다음날 -12%

8월 4일 미국 장 마감 직후 아스테라랩스(Astera Labs, NASDAQ: ALAB)가 낸 2026년 2분기 성적표는 어느 항목을 봐도 흠잡을 데가 없었어. 매출 3억 9,240만 달러. 전 분기 대비 27%, 전년 동기 대비 104% 성장. 시장이 잡고 있던 컨센서스 3억 6,081만 달러를 3,000만 달러 넘게 웃돈 수치야. 조정 주당순이익은 0.80달러로 예상치 0.64달러를 25% 상회했고, 회사가 직접 제시했던 2분기 가이던스 상단 3억 6,500만 달러조차 2,700만 달러 넘게 뛰어넘었어.

더 놀라운 건 3분기 전망이었어. 5억 4,000만~5억 6,000만 달러. 중간값 5억 5,000만 달러 기준으로 한 분기 만에 40% 더 늘어난다는 얘기야. 조정 EPS 가이던스는 1.16~1.21달러로, 시장이 붙들고 있던 0.73달러의 거의 두 배였고. 반도체 회사가 매출 4억 달러 근처에서 분기 40% 성장을 예고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야. 성장률이 둔화되는 게 정상인 구간에서 오히려 가속하겠다고 말한 거니까.

그런데 다음 날인 8월 5일, 주가는 11.96% 빠져 318.43달러에 마감했어. 실적 발표 전날인 8월 4일 정규장에서 이미 12.65% 오른 361.67달러였고, 그 전날 8월 3일에도 3.16% 올랐던 참이었거든. 이틀 만에 16% 넘게 올려놓은 기대치를 실적이 채우고도 못 채운 셈이야. 이후 8월 6일 4.10%, 7일 0.81% 반등해 334.17달러로 그 주를 마쳤지만, 실적 발표 직전 고점은 회복하지 못했어.

이 괴리가 이번 분기의 진짜 이야기야. 숫자는 완벽했는데 시장이 왜 실망했는가. 답의 절반은 매출총이익률에 있고, 나머지 절반은 영업비용에 있어. 그리고 그 두 항목이 왜 이렇게 움직였는지를 이해하면, 아스테라랩스라는 회사가 지금 어떤 전환을 통과하고 있는지가 보여. 리타이머 회사에서 스위치 회사로 바뀌는 중이거든.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출신 셋이 만든 '연결' 회사

아스테라랩스는 2017년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시작했어. 창업자는 지텐드라 모한(Jitendra Mohan), 산자이 가젠드라(Sanjay Gajendra), 케이시 모리슨(Casey Morrison) 세 명. 셋 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서 제품 라인 총괄을 하던 사람들이야. 모한은 2012년 3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가젠드라는 2014년 7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TI에서 일했고, 같은 시기에 같은 문제를 보고 있었어. 데이터센터 안에서 칩과 칩을 잇는 배선 기술이 연산 성능이 올라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

이 관찰이 회사의 전부야. GPU가 아무리 빨라져도 GPU와 CPU, GPU와 메모리, GPU와 GPU 사이를 잇는 신호가 깨지면 아무 소용이 없어. PCI Express 신호는 기판 위에서 몇십 센티미터만 지나가도 감쇠하고 왜곡되거든. 그걸 중간에서 받아 다시 깨끗하게 복원해 내보내는 칩이 리타이머(retimer)야. 아스테라랩스의 첫 제품군 '에리즈(Aries)'가 바로 이거고, 지금도 회사의 매출 기둥이야. 스위치처럼 화려한 제품은 아니지만, AI 서버 한 대에 여러 개가 들어가고 세대가 올라갈 때마다 개수와 단가가 같이 올라가는 구조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은 리타이머를 두고 "계속 주는 소켓"이라고 표현했어.

제품군은 네 갈래로 늘어났어. 에리즈(PCIe/CXL 리타이머), 타우러스(Taurus, 이더넷 계열 스마트 케이블 모듈과 신호 조정), 레오(Leo, CXL 메모리 컨트롤러), 그리고 스콜피오(Scorpio, PCIe 패브릭 스위치). 여기에 코스모스(COSMOS)라는 소프트웨어 레이어가 얹혀서 링크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관리해. 하드웨어만 파는 게 아니라 "이 링크가 지금 몇 도이고 오류율이 얼마인지" 보여주는 관측성을 같이 판다는 게 이 회사의 차별화 포인트야.

2024년 3월 20일 나스닥에 상장했어.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을 2달러 넘긴 36달러로 확정됐고, 1,980만 주를 팔아 7억 1,280만 달러를 조달했지. 상장 첫날 종가는 62.03달러. 공모가 대비 72% 뛰었고 시가총액은 95억 달러 근처였어. 그때만 해도 "AI 인프라 부품주"라는 카테고리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던 시점이야. 2년이 조금 지난 지금 주가는 330달러대고, 창업자 두 명은 2025년 10월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어.

경영진 구성에도 최근 변화가 있었어. 창업 때부터 CFO를 맡아온 마이크 테이트(Mike Tate)가 2026년 3월 2일자로 물러났고, 후임으로 램버스(Rambus) CFO 출신 데스먼드 린치(Desmond Lynch)가 왔어. 테이트는 9월 1일까지 CEO 전략 자문으로 남아 인수인계를 하고 있고. 테이트는 마벨, 넷로직, 아나푸르나랩스를 거친 반도체 재무통이라 이 교체는 꽤 상징적이야. 스타트업 재무에서 대형 상장사 재무로 넘어가는 국면이라는 뜻이거든.

숫자를 뜯어보면 — PCIe 6가 절반을 넘었다

이번 분기에서 가장 중요한 한 줄은 매출이 아니라 구성비야. PCIe 6.0 기반 제품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었어. 1분기에는 약 3분의 1이었는데 한 분기 만에 여기까지 온 거야. PCIe 6는 레인당 64GT/s를 내는 규격이고, 신호 무결성이 훨씬 까다로워지는 대신 리타이머 같은 신호 조정 칩의 필요성이 급격히 커지는 세대야. 즉 아스테라랩스 입장에선 세대 전환 자체가 매출 증폭기인데, 그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였어.

두 번째 줄은 스콜피오야. 320레인 스콜피오 X-Series 스마트 패브릭 스위치가 2분기에 양산에 들어갔고, 복수의 레인 구성으로 선도 하이퍼스케일러 고객들에게 출하가 시작됐어. 이 제품은 5월 5일 공식 발표됐던 물건이야. 하드웨어로 구현된 하이퍼캐스트(Hypercast)와 인네트워크 컴퓨트 엔진이 들어가서, GPU들이 서로 값을 주고받는 집합 연산(collective operations)을 최대 2배까지 빠르게 처리한다는 게 회사 주장이고, 그 결과로 와트당 토큰 처리량이 개선된다고 설명해. 회사는 이 머천트 스케일업 스위치 실리콘 시장이 2030년 2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걸로 보고 있어.

경영진은 콘퍼런스콜에서 스콜피오가 3분기에 회사 최대 제품군이 될 거라고 못박았어. 원래 계획보다 한 분기 앞당겨진 거야. 스콜피오 X에 관여 중인 고객이 10곳을 넘고, 그중 여러 곳이 양산 전 단계나 검증 사이클에 들어가 있다고도 했고. 같은 분기에 에리즈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냈어. 신제품이 뜨는데 기존 주력이 같이 최고를 찍는 조합은 흔치 않아.

분기 매출 전분기 대비 전년 대비 당시 제시했던 가이던스
2025년 1분기 1억 5,940만 달러
2025년 2분기 1억 9,190만 달러 +20%
2025년 3분기 2억 3,060만 달러 +20% +104%
2025년 4분기 2억 7,060만 달러 +17% +92% 2억 4,500만~2억 5,300만 달러
2026년 1분기 3억 840만 달러 +14% +93% 2억 8,600만~2억 9,700만 달러
2026년 2분기 3억 9,240만 달러 +27% +104% 3억 5,500만~3억 6,500만 달러
2026년 3분기(전망) 5억 4,000만~5억 6,000만 달러 중간값 +40%

표를 보면 두 가지가 보여. 하나는 이 회사가 자기 가이던스를 매번, 그것도 상단을 크게 넘겨 초과 달성해 왔다는 것. 4분기엔 상단 대비 7% 초과, 1분기엔 3.8% 초과, 2분기엔 7.5% 초과였어. 다른 하나는 성장률이 둔화되기는커녕 재가속했다는 것. 14% → 27% → (전망) 40%. 2025년 연간 매출은 8억 5,25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15% 늘었는데, 2026년 상반기에만 이미 7억 80만 달러를 찍었어.

그런데 손익 구조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 2분기 GAAP 매출총이익률은 73.3%, 조정 기준은 73.7%였어. 1분기 GAAP 76.3%에서 3%포인트 빠진 거야. 3분기 가이던스는 약 72%로 더 내려가고, 경영진이 콘퍼런스콜에서 언급한 장기 목표치는 70%야. 이유는 단순해. 리타이머는 실리콘 면적 대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고, 스위치는 다이 크기가 훨씬 크고 원가 구조가 무거워. 스콜피오가 최대 제품군이 된다는 건 곧 믹스가 마진을 눌러 내린다는 뜻이야.

항목 2026년 1분기 2026년 2분기 2026년 3분기 가이던스
매출총이익률(GAAP) 76.3% 73.3% 약 72%
영업비용(GAAP) 1억 9,830만 달러 2억 3,200만~2억 3,600만 달러
영업비용(조정) 1억 5,600만~1억 6,000만 달러
희석 EPS(GAAP) 0.44달러 0.83달러 0.87~0.92달러
희석 EPS(조정) 0.61달러 0.80달러 1.16~1.21달러

영업비용이 두 번째 열쇠야. 2분기 GAAP 영업비용은 1억 9,830만 달러(연구개발 1억 3,590만, 영업·마케팅 2,640만, 일반관리 3,600만). 3분기엔 2억 3,200만~2억 3,600만 달러로 한 분기 만에 17~19% 더 늘어난다고 했어. 매출이 40% 늘 때 비용도 같이 뛰는 거야. 회사가 UALink 대응 스콜피오, 200G 타우러스, 차세대 레오를 동시에 개발 중이니 당연한 지출이긴 한데, "고성장을 사려면 비용을 얼마나 써야 하나"라는 질문이 처음으로 표면화된 분기였어.

수익성 지표도 GAAP과 조정 수치를 나눠 볼 필요가 있어. GAAP 영업이익은 8,920만 달러(영업이익률 22.7%), 조정 영업이익은 1억 5,350만 달러(39.1%)야. 그런데 GAAP 순이익이 1억 5,310만 달러로 GAAP 영업이익보다 훨씬 크지. 이자·기타수익 1,360만 달러에 더해 5,030만 달러의 법인세 환입이 잡혔기 때문이야. 그래서 이번 분기만큼은 GAAP EPS(0.83달러)가 조정 EPS(0.80달러)보다 높은, 반도체 성장주에선 잘 안 나오는 그림이 나왔어. 이 세금 항목은 반복되지 않는 성격이라 실질 수익력으로 읽으면 안 돼. 참고로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억 6,230만 달러였고, 6월 30일 기준 현금 1억 1,150만 달러에 유가증권 11억 4,150만 달러를 들고 있어. 순현금 12억 달러가 넘는 대차대조표야.

이 판에서 누가 뭘 챙기나

아스테라랩스가 챙기는 건 '자리'야. AI 서버 한 대 안에서 회사가 파는 부품 수를 늘리는 게 이 회사 전략의 전부인데, 리타이머 하나짜리 회사에서 리타이머+스위치+메모리 컨트롤러+이더넷 신호 조정까지 파는 회사로 넘어가면 XPU 한 개당 확보하는 매출(달러 콘텐츠)이 계단식으로 올라가. 경영진은 2027년 UALink를 지원하는 스콜피오 X 스위치를 내놓겠다고 했고, 고객이 PCI Express에서 UALink로 넘어갈수록 XPU당 콘텐츠가 더 커진다고 설명했어. 스위치는 리타이머보다 마진이 낮지만 단가가 훨씬 높고, 한번 자리를 잡으면 시스템 아키텍처에 묶여서 잘 안 빠져.

하이퍼스케일러가 챙기는 건 '선택지'야. 지금 대형 AI 사업자들은 엔비디아의 NVLink 생태계 밖에서도 GPU와 커스텀 가속기를 촘촘히 묶을 방법이 필요해. 자체 XPU를 만들면서 스케일업 패브릭까지 직접 설계하는 건 비용도 시간도 감당이 안 되니, 표준 기반의 머천트 스위치를 사서 쓰는 게 합리적이야. 아스테라랩스가 "10곳 넘는 고객이 스콜피오 X에 관여 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배경이 여기 있어. 특정 벤더에 잠기지 않으려는 수요가 실물 주문으로 바뀌고 있는 거지.

AMD와 UALink 진영도 간접적으로 이득을 봐. 7월 21일 발표된 타우러스 3.2T 스마트 리타이머·리드라이버에는 AMD의 아키텍처·전략 총괄 로버트 호무스(Robert Hormuth)가 직접 코멘트를 얹었어. 개방형 표준 진영 입장에선 "NVLink 말고도 실제로 출하되는 실리콘이 있다"는 증거가 필요한데, 아스테라랩스가 그 증거 역할을 하고 있어. 이 제품은 레인당 200G, 16레인 구성이고 이더넷·UALink·ESUN을 모두 지원하며 OCP 신호 조정기 표준 풋프린트를 따라. 같은 자리에 리타이머와 리드라이버를 기판 재설계 없이 바꿔 끼울 수 있는 '스마트 스왑' 개념이 핵심이야.

메모리 쪽도 조용히 이득을 봐. 레오 CXL 메모리 컨트롤러는 이번 분기에 신규 디자인 윈을 확보했고, 2027년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두 곳에 양산 공급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했어. CXL은 몇 년째 "곧 온다"는 말만 반복됐던 기술인데, 구체적인 연도와 고객 수가 언급된 건 의미가 있어. 메모리 확장 수요가 실제 볼륨으로 잡히기 시작하면 그 밑단에는 메모리 제조사들이 있고, 여기엔 한국 기업들도 포함돼.

투자자 입장에서 챙길 건 애매해. 실적은 완벽했지만 주가는 그걸 이미 반영하고 있었어. 8월 3~4일 이틀간 16% 넘게 오른 뒤 발표가 나왔고, 다음 날 12% 빠졌잖아. 이런 종목에서 '좋은 실적'은 더 이상 촉매가 아니야. 컨센서스를 얼마나 이기느냐가 아니라, 이미 가격에 박혀 있는 기대를 얼마나 초과하느냐가 문제인 구간에 들어와 있어.

이 영화, 우리는 본 적이 있어

가장 가까운 참고 사례는 아카시아 커뮤니케이션스(Acacia Communications)야. 광통신 DSP를 만들던 이 회사는 2016년 5월 23달러에 상장해 그해 120달러를 넘겼어. 2016년 매출은 4억 7,800만 달러로 두 배 뛰었고. 그런데 중국 네트워크 투자가 갑자기 식으면서 2017년 매출이 20% 감소했고, 2018년 4월 미국 상무부가 ZTE에 대한 부품 수출을 금지하자 주가는 하루에 36% 빠졌어. 아카시아 매출의 30%가 ZTE에서 나왔거든. 결국 2019년 7월 시스코가 주당 70달러, 약 26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고, 소송전을 거쳐 값을 올린 끝에 2021년 3월 거래가 마무리됐어. 기술은 진짜였는데 고객 집중이 회사의 운명을 정한 사례야.

더 최근 사례는 크레도 테크놀로지(Credo Technology)야. 액티브 전기 케이블(AEC)로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정면으로 받아낸 회사고, 2026 회계연도 매출이 약 13억 달러로 전년 대비 205.7% 늘었어. 그런데 주가는 2025년 12월 213달러를 찍은 뒤 100달러대로 내려앉았어.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차세대 AI 인프라 설계에서 케이블 기반 인터커넥트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붙었기 때문이야. 크레도 역시 상위 10개 고객이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구조야. 부품 회사의 주가는 지금 실적보다 다음 세대 아키텍처에서 자기 소켓이 살아남느냐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해.

성공 쪽 사례도 있어. 인파이(Inphi)는 고속 인터커넥트 실리콘으로 클라우드 전환기의 수혜를 정확히 받아냈고, 2021년 마벨에 100억 달러 규모로 인수됐어. 브로드컴은 PCIe 스위치와 이더넷 스위치를 20년 넘게 붙들고 있다가 AI 사이클에서 가장 큰 수확을 거뒀고. 공통점은 표준이 세대 전환할 때 이미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거야. 아스테라랩스가 PCIe 5에서 6으로 넘어가는 구간에 리타이머를 깔아둔 것도, 스위치로 확장하면서 UALink 대응을 2027년으로 못박은 것도 같은 문법이야.

다만 아스테라랩스에는 아카시아·크레도와 공유하는 리스크가 그대로 남아 있어. 매출이 소수의 하이퍼스케일러에 크게 쏠려 있다는 점이야. 회사는 분기마다 SEC에 제출하는 10-Q의 위험 집중(concentration of risk) 주석에서 주요 고객별 매출 비중을 공시하는데, AI 인프라 부품사 대부분이 그렇듯 상위 몇 곳이 대부분을 차지해. 이 구조에선 한 고객의 다음 세대 플랫폼에서 소켓을 잃는 것만으로 성장 곡선이 꺾일 수 있어. 지금은 고객이 늘어나는 국면(스콜피오 X 관여 고객 10곳 이상)이라 완화되는 방향이지만, 아직 완화가 끝난 건 아니야.

브로드컴·마벨·엔비디아는 뭘 하고 있나

가장 직접적인 위협은 엔비디아야. 엔비디아의 6세대 NVLink는 루빈 플랫폼에서 GPU당 3.6TB/s 대역폭을 내는데, 이는 PCIe Gen6 대비 14배가 넘는 수준이야. 순수 대역폭만 놓고 보면 PCIe 기반 스케일업은 게임이 안 돼. 아스테라랩스의 논리는 다른 데 있어. 모든 고객이 엔비디아 랙을 통째로 사는 건 아니고, 커스텀 XPU를 쓰는 곳은 개방형 패브릭이 필요하며, 그 시장이 2030년 200억 달러까지 큰다는 것.

그런데 엔비디아도 가만있지 않았어. 3월 31일 엔비디아는 마벨에 20억 달러를 투자하고 NVLink Fusion 생태계에 마벨을 편입시켰어. 마벨이 커스텀 XPU와 NVLink Fusion 호환 스케일업 네트워킹을 공급하고, 엔비디아는 베라 CPU·ConnectX NIC·블루필드 DPU·NVLink 인터커넥트·스펙트럼-X 스위치를 대는 구조야. 실리콘 포토닉스 협력도 포함됐고. 커스텀 실리콘을 쓰려는 고객까지 NVLink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이야. 개방형 진영 입장에선 가장 큰 잠재 우군 하나가 반쯤 넘어간 셈이지.

브로드컴은 또 다른 축이야. NVLink Fusion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구글 TPU를 10년 넘게 함께 설계해 왔으며 메타의 MTIA에도 관여하고 있어. PCIe 스위치와 이더넷 스위치 실리콘 양쪽에서 압도적인 물량을 가진 회사라, 아스테라랩스가 스위치 시장으로 들어간다는 건 곧 브로드컴의 안마당으로 들어간다는 뜻이야. 아스테라랩스가 내세우는 무기는 순수 스위칭 성능이 아니라 하이퍼캐스트·인네트워크 컴퓨트 같은 집합 연산 가속과 코스모스 소프트웨어의 관측성이야. 즉 "더 싼 스위치"가 아니라 "AI 워크로드에 맞춰 특화된 스위치"로 싸우겠다는 포지셔닝이야.

표준 자체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UALink 컨소시엄은 2025년 200G와 128G 기반 1.0 규격을 냈고, 2026년 2분기에 2.0을 공표했어. 4월에 인네트워크 컴퓨트, 칩렛 정의, 관리성, 200G 성능을 규정하는 네 개 사양이 한꺼번에 나왔지. 2027년에는 랙을 넘어 열(row) 단위까지 확장하는 3.0이 예고돼 있어. 아직 1.0 기반 실리콘이 대량 출하되기도 전에 2.0이 나온 셈이라 "규격만 앞서가고 실물이 없다"는 비판도 있어. 아스테라랩스는 그 공백을 PCIe 6 기반 스콜피오로 먼저 채우고 2027년에 UALink로 갈아탄다는 순서를 잡았어. 표준 전쟁의 결론을 기다리지 않고 지금 팔 수 있는 걸 판다는 실용적인 선택이야.

경쟁의 다음 전선은 광학이야. 회사는 컴퓨텍스 2026에서 PCIe 6 스케일업 광학 시연을 예고했고, 브로드컴·마벨·엔비디아 모두 공동 패키징 광학(CPO)에 투자하고 있어. 구리 배선이 물리적 한계에 부딪히는 지점에서 누가 먼저 실용적인 광 링크를 내놓느냐가 다음 사이클의 소켓 배분을 정할 거야. 여기선 아스테라랩스가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라는 게 약점이 될 수 있어. R&D 절대 규모에서 밀리니까.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인프라 엔지니어나 시스템 설계자에게 이번 발표의 실질적 의미는 "PCIe 6 기반 스케일업이 실험 단계를 지났다"는 신호야. PCIe 6 제품이 한 회사 매출의 절반을 넘었고 320레인 스위치가 양산에 들어갔다는 건, 이제 설계 문서에 PCIe 6 패브릭을 전제로 써도 부품 조달이 막히지 않는다는 뜻이거든. 다만 UALink 대응 제품은 2027년이니, 지금 새 클러스터를 설계한다면 PCIe 6로 갈지 UALink 세대를 기다릴지가 실제 의사결정 지점이 돼. 회사가 스마트 스왑 같은 풋프린트 호환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이 불확실성을 줄여주려는 거고.

기업 의사결정자 입장에선 공급망 다변화 카드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게 핵심이야. 지금까지 대규모 AI 학습 클러스터는 사실상 엔비디아 풀스택이거나, 아니면 자체 ASIC을 만들 역량이 있는 극소수만의 선택지였어. 표준 기반 머천트 스위치가 실제 양산 물량으로 나온다는 건 그 중간 지대가 열린다는 의미야. 물론 소프트웨어 성숙도, 검증 기간, 장애 대응 경험은 아직 엔비디아 쪽이 훨씬 두껍다는 걸 감안해야 해.

투자자에게는 세 가지 숫자를 같이 봐야 한다는 교훈이 남았어. 첫째는 매출총이익률 경로야. 76.3% → 73.3% → 약 72%, 장기 목표 70%. 스콜피오가 커질수록 마진은 내려가고, 성장이 마진을 얼마나 상쇄하는지가 밸류에이션의 핵심 변수가 돼. 둘째는 영업비용 증가율이야. 3분기 GAAP 영업비용이 한 분기 만에 17~19% 늘어나. 셋째는 GAAP 순이익에 섞인 5,030만 달러 세금 환입 같은 비반복 항목이야. 이걸 빼고 봐야 실제 수익력이 보여.

일반 사용자에게 직접적인 변화는 없어. 챗봇 응답이 빨라지거나 요금이 내려가는 건 훨씬 나중 일이야. 다만 흐름 하나는 알아둘 만해. AI 비용 곡선을 꺾는 시도가 이제 GPU 자체보다 GPU를 잇는 배선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 회사가 "와트당 토큰"이라는 지표를 앞세우는 것도 그 맥락이야. 같은 전력으로 더 많은 토큰을 만들어야 AI 서비스 단가가 내려가는데, 그 병목이 연산이 아니라 통신 구간에 있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자리 잡았어.

한국 관점에서 볼 지점도 있어. 레오 CXL 메모리 컨트롤러가 2027년 미국 하이퍼스케일러 두 곳에 양산 공급된다는 건, 미뤄져 왔던 CXL 메모리 확장 수요가 실제 일정표에 올라왔다는 뜻이야. CXL 모듈의 밑단에는 결국 D램이 있고, 거기엔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사업 기회가 걸려 있어. 아직 매출 규모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은 잡힌 셈이야.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직접적인 상관은 없어. 다만 AI 서비스 요금이 왜 잘 안 내려가는지 궁금했다면, 답의 일부가 여기 있어. GPU를 아무리 사도 그것들을 잇는 배선이 못 따라가면 실제 처리량이 안 나오거든. 이 회사가 파는 게 정확히 그 배선 부품이고, 매출이 1년에 두 배로 늘었다는 건 병목이 여전히 크다는 뜻이야.

— 실적이 다 좋았는데 왜 주가가 빠진 거야? 발표 전 이틀 동안 이미 16% 넘게 올라 있었어. 기대치가 실적보다 먼저 올라가 있었던 거야. 여기에 매출총이익률이 76.3%에서 73.3%로 내려가고 3분기 영업비용이 17~19% 더 는다는 점이 겹쳤어. 성장은 사되 그 성장의 질을 다시 계산하는 반응이었다고 보면 돼.

— 엔비디아 NVLink랑 붙어서 이길 수 있어? 정면으로 붙어 이긴다기보다 다른 시장을 먹는 그림에 가까워. NVLink 6세대는 GPU당 3.6TB/s로 PCIe Gen6의 14배가 넘어서 성능만으로는 비교가 안 돼. 다만 커스텀 가속기를 쓰는 고객에겐 개방형 패브릭이 필요하고, 그 수요가 실제 주문으로 잡히고 있어. 엔비디아가 마벨에 20억 달러를 넣어 NVLink Fusion 울타리를 넓힌 걸 보면 이 경쟁의 승패를 지금 단정하긴 일러.

참고 자료

숫자와 기준은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