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자기 AI 아바타를 만든 날, 시의회에는 추경안이 갔어
8월 10일 오후 2시 20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창업허브 공덕을 찾았어. 6층에 입주한 AI 콘텐츠 기업 에이아이파크에서 자신의 AI 아바타를 만들고, 그 아바타로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했지. 에이아이파크는 인물의 AI 아바타와 다국어 영상을 만드는 서울 소재 스타트업이고, CES 2026 혁신상을 받은 곳이야.
이어 2층 IR 미디어룸에서 청년 AI 스타트업 대표 5명과 간담회를 열었어. 에이아이파크(AI 콘텐츠), 타날리시스(특허 분석), 엘케이로보틱스(자율주행 로봇), 한국교육파트너스(교육용 소프트웨어), 업템포글로벌(다국어 콘텐츠). 분야가 골고루 흩어져 있는 구성이야.
그런데 이날의 진짜 뉴스는 사진 찍기 좋은 일정이 아니라 같은 날 시의회로 넘어간 서류에 있었어. 서울시가 민선 9기 첫 추가경정예산안 2조 8061억 원을 편성해 제출했고, 그 안에 '청년 AI 성장권 지원' 사업으로 56억 원이 새로 잡혔어. 만 19~29세 학생·취업준비생 50만 명에게 코딩과 AI 에이전트 기능을 쓸 수 있는 고급 생성형 AI 이용권을 1년간 지원한다는 내용이야.
오 시장이 밝힌 개념이 '청년 AI 기본권'이야.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모든 청년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공평한 출발선을 보장하겠다는 것. 그는 이렇게 말했어. "청년 AI 기본권 보장은 모든 청년에게 공평한 출발선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서울의 AI 기술 생태계를 키우는 첫걸음"이며, "AI를 활용하는 청년 인재가 AI를 만드는 창업가로, 다시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글로벌 AI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촘촘한 정책 사다리를 구축하겠다."
56억을 50만으로 나눠보면
여기서 계산을 한번 해볼 필요가 있어. 56억 원을 50만 명으로 나누면 1인당 약 1만 1200원이야. 1년 치로.
챗GPT 플러스가 월 20달러, 클로드 프로가 월 20달러, 제미나이 어드밴스드가 비슷한 수준이니 연간으로는 30만 원을 훌쩍 넘어. 1인당 1만 원대로 "코딩과 AI 에이전트 기능을 쓸 수 있는 고급 생성형 AI 이용권"을 1년 제공하는 건 정가 기준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숫자야.
이 간극이 뜻하는 건 셋 중 하나거나 그 조합이야. 첫째, 사업이 연중 일부 기간에만 집행되는 경우. 실제로 이 정책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된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번 추경은 시스템 구축과 초기 물량을 잡는 성격일 수 있어. 둘째, 서울시가 AI 사업자와 대량 계약을 맺어 정가보다 크게 낮은 단가를 받는 경우. 50만 명은 어떤 AI 회사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 협상력이 생겨. 셋째, 신청자 전원이 실제로 이용권을 받아 쓰는 게 아니라 실사용률이 훨씬 낮게 잡힌 경우.
서울시가 단가 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어느 쪽인지 확정할 수 없어. 다만 이 숫자를 그냥 지나치면 정책의 성격을 잘못 읽게 돼. 56억은 50만 명에게 프리미엄 구독을 사주는 예산이 아니라, 접근권을 여는 마중물에 가까운 규모야. 정책의 진짜 크기는 시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되는 사업 계획과, 내년 본예산에 얼마가 잡히느냐에서 드러날 거야.
전체 추경 안에서의 비중도 참고가 돼. 2조 8061억 원 중 56억이면 0.2%야. 같은 추경에는 생계·의료급여 확대 2221억 원, 전기차 구매 지원 403억 원, 야간경제 활성화 44억 원 등이 들어 있어. 서울시 관계자는 "제한된 가용재원을 민생 회복과 미래 성장, 생활안전 강화에 집중했다"고 설명했어.
| 사업 | 예산 |
|---|---|
| 2차 추경 총규모 | 2조 8061억 원 |
| 생계·의료급여 확대 | 2221억 원 |
| 전기차 구매 지원 | 403억 원 |
| 청년 AI 성장권 지원 | 56억 원 |
| 야간경제 활성화 | 44억 원 |
'기본권'이라는 단어를 쓴 게 중요한 이유
정책의 규모보다 프레임이 더 큰 변화일 수 있어.
지금까지 한국의 AI 정책은 대부분 산업 정책이었어. 과기정통부의 소버린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처럼 기업과 연구기관을 지원해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이었지. 교육 쪽으로 내려온 것도 최근 일이고,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AI 교육 for all' 기조가 그 흐름이야.
'기본권'은 결이 달라. 산업 육성도, 인재 양성도 아니고, 접근 자체를 권리로 규정하는 언어야. 수도나 전기, 인터넷처럼 있으면 편리한 게 아니라 없으면 불공평한 것으로 다룬다는 선언이지. 지자체가 이 표현을 정책명에 쓴 건 전국에서 처음이야.
이 프레임이 성립하려면 전제가 하나 필요해. AI 접근 여부가 실제로 기회의 격차를 만든다는 것. 이 전제는 지금 어느 정도 관찰되고 있어. 유료 AI 도구를 쓰는 개발자와 안 쓰는 개발자의 생산성 차이, 코딩 에이전트에 접근할 수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의 학습 속도 차이는 이미 현장에서 이야기되는 주제야. 특히 이번 지원 대상에 '코딩과 AI 에이전트 기능'이 명시된 건, 서울시가 챗봇 사용이 아니라 실무 도구 접근을 염두에 뒀다는 뜻이야.
반대로 이 프레임의 위험도 분명해. 기본권이라는 단어는 되돌리기 어려워. 한 번 권리로 규정하면 예산이 줄어들 때 축소가 아니라 박탈로 읽혀. 그리고 AI 서비스는 민간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이라, 그 기업이 가격을 올리거나 정책을 바꾸면 지자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생겨. 수도관은 시가 소유하지만 챗GPT는 아니거든.
대상을 만 19~29세로 끊은 것도 논쟁의 여지가 있어. AI 접근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집단이 청년이라는 판단은 이해가 되지만, 30대 이직 준비자나 재교육이 필요한 중장년은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아. 기본권이라는 언어를 쓰면 이 질문은 더 날카로워져. 권리에 나이 제한을 두는 건 설명이 필요한 일이거든. 서울시가 이걸 '청년 정책'의 틀 안에 넣은 건 예산 규모와 정책 계보를 고려한 현실적 선택으로 보이지만, 확대 요구는 시행 직후부터 나올 가능성이 커.
시점의 문제도 있어. AI 서비스의 가격은 지금 빠르게 내려가는 중이야. 오픈AI는 7월 30일 API 가격을 최대 80% 내렸고, 8월 6일에는 무료 이용자에게 텍스트 대화 무제한과 추론 버튼을 열었어. 메타는 30B급 오픈 모델을 아파치 2.0으로 풀었고. 이 흐름이 이어지면 2~3년 안에 '고급 생성형 AI'의 상당 부분이 무료로 내려올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이용권 사업의 효용은 줄고, 대신 무엇을 어떻게 쓰는지를 가르치는 쪽이 더 중요해져. 예산을 계정 구매에 쓸 것인지 교육에 쓸 것인지의 비중이 이 정책의 수명을 결정할 거야.
각자 뭘 챙기나
청년 이용자가 챙기는 건 도구야. 월 3만 원 안팎의 구독료는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에게 결코 작지 않아. 그 부담이 사라지면 이용의 문턱이 실질적으로 내려가. 특히 코딩과 에이전트 기능이 포함된다면, 개인 프로젝트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속도가 달라져.
AI 사업자가 챙기는 건 대규모 사용자 유입이야. 50만 명이면 어떤 회사에게도 의미 있는 규모고, 무료 기간이 끝난 뒤 유료 전환이 일어나면 그 자체로 사업이야. 서울시가 어떤 서비스를 선정하느냐가 국내 AI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결정이 돼. 국내 사업자를 포함할지, 글로벌 사업자만 쓸지도 논쟁거리가 될 수 있어.
서울 소재 AI 스타트업이 챙기는 건 정책 라인이야. 오 시장이 말한 "성장 사다리"는 이용권에서 끝나지 않고 창업 지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뜻해.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다섯 곳처럼 서울창업허브에 입주한 기업들이 그 사다리의 다음 칸에 해당해.
반대로 부담을 지는 쪽은 시의회와 재정이야. 추경은 심의를 거쳐야 하고, 신규 사업은 언제나 우선순위 논쟁의 대상이 돼. 생계·의료급여 확대에 2221억이 들어간 추경에서 청년 AI 이용권 56억을 어떻게 정당화할지는 심의 과정에서 나올 질문이야.
공공이 AI 접근권을 나눠준 해외 사례들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고, 앞선 사례들이 참고가 돼.
가장 앞선 사례는 에스토니아의 'AI 도약(AI Leap)' 프로그램이야. 에스토니아 정부는 2025년 9월부터 고등학생과 교사에게 오픈AI와 앤스로픽의 교육용 서비스 접근을 제공하는 국가 프로그램을 시작했어. 인구 130만의 소국이 국가 단위로 이걸 했다는 게 핵심이야. 규모가 작아 협상과 집행이 빨랐고, 교사 연수를 함께 설계했다는 점에서 도구만 던져주지 않았어.
또 하나는 캘리포니아 주립대(CSU) 시스템이야. 2025년 초 오픈AI와 계약해 46만 명 규모의 학생과 교직원에게 챗GPT Edu를 제공하기 시작했어. 대학 단위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였고, 대량 계약으로 1인당 단가를 크게 낮추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사례야. 서울시가 50만 명에 56억을 잡은 배경에도 이런 대량 계약 구조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을 가능성이 커.
성과가 애매했던 사례도 있어. 여러 나라가 시도한 디지털 기기 보급 사업이야.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대량으로 나눠준 정책들은 기기 자체는 전달했지만, 활용 교육과 콘텐츠가 따라붙지 않으면 사용률이 급격히 떨어졌어. 한국에서도 교육용 기기 보급 사업이 비슷한 지적을 받은 적이 있고. AI 이용권도 똑같은 위험을 안고 있어 — 계정을 나눠주는 것과 실제로 쓰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거든.
에스토니아와 CSU의 공통점이 여기서 드러나. 둘 다 도구 제공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붙였어. 서울시의 사업 계획에 이 부분이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성패를 가를 가능성이 커.
다른 주체들은 어떻게 움직일까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첫 번째 변수야. 이재명 정부는 'AI 교육 for all'을 내세웠고, 과기정통부는 소버린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5개 정예팀을 선정하는 사업을 굴리고 있어. 서울시의 이용권 사업은 이 국가 정책과 겹칠 수도, 보완할 수도 있어. 중복 지원 논란을 피하려면 역할 분담이 필요하고, 반대로 잘 맞물리면 국산 모델의 사용자 기반을 만드는 통로가 될 수 있어.
다른 광역지자체는 따라올 가능성이 커.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정책은 대체로 확산돼. 경기도나 부산이 유사 사업을 검토한다면 협상 단가는 더 내려가고, 동시에 지역 간 격차 문제가 새로 생겨. 서울 청년만 이용권을 받는 상황이 길어지면 그 자체가 형평성 이슈가 되거든.
국내 AI 기업에게는 기회이자 시험대야. 네이버나 SK텔레콤 같은 사업자가 이 사업의 공급자가 되면 대규모 사용자 확보와 데이터 축적이 가능해. 다만 학생과 취업준비생이 실제로 원하는 건 코딩과 에이전트 성능이고, 이 영역에서는 글로벌 서비스의 완성도가 앞서 있는 게 현실이야. 사업자 선정 기준이 국산 육성인지 이용자 효용인지에 따라 결과가 갈려.
글로벌 AI 기업은 이런 공공 계약을 적극적으로 노려. 학생 시절에 쓴 도구가 취업 후에도 이어지는 경향이 강해서, 교육·청년 대상 계약은 장기 고객 확보 수단이야. 오픈AI와 앤스로픽이 교육용 제품 라인을 따로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해.
대학과 교육기관도 이 판의 변수야. 이미 여러 대학이 개별적으로 AI 서비스 단체 계약을 검토하거나 체결해왔는데, 서울시가 50만 명 단위로 들어오면 그 개별 협상들은 의미가 옅어져. 반대로 서울시 이용권이 대학 계약과 중복되는 학생이 생기면 예산 낭비 지적이 나올 수 있어. 대상자 명부를 어떻게 관리하고 중복을 어떻게 걸러낼지가 실무적으로는 가장 성가신 부분이 될 가능성이 커. 신청주의로 갈지 자동 지급으로 갈지에 따라 실사용률도 크게 달라지고.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서울에 사는 19~29세라면 일단 지켜볼 일이야. 추경이 시의회를 통과해야 하고, 대상 서비스와 신청 방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어. 보도상으로는 본격 시행이 내년으로 잡혀 있으니, 지금 당장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니야. 확정되면 학생·취업준비생 요건과 신청 창구를 확인하는 게 첫 단계가 될 거야.
AI 도구를 이미 유료로 쓰고 있는 청년에게는 비용 절감 효과가 있어. 다만 어떤 서비스가 선정되는지에 따라 지금 쓰는 도구와 다를 수 있고, 그 경우 도구를 바꾸는 비용도 고려해야 해.
서울 소재 AI 스타트업에게는 정책 접점이 늘어나. 서울창업허브 입주와 시 지원 프로그램이 '성장 사다리'라는 이름으로 묶이는 흐름이라, 지원 사업 공고를 챙겨볼 이유가 생겼어.
정책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두 가지가 관전 포인트야. 첫째, 56억이라는 단가가 어떻게 설명되는지 — 대량 계약 단가인지 부분 집행인지. 둘째, 이용권만 주는지 교육 프로그램이 함께 가는지. 해외 사례가 보여준 성패의 갈림길이 정확히 여기 있어.
AI 업계 종사자에게는 공공 조달이 새로운 채널로 열린다는 신호야. 지자체가 50만 명 단위로 AI 서비스를 구매하는 시장이 생기면, B2C도 B2B도 아닌 B2G 라인이 만들어져. 이 계약을 누가 따내느냐는 국내 AI 시장의 점유율에 직접 영향을 줘.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서울에 사는 19~29세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이면 내년쯤 생성형 AI 구독료를 아낄 수 있어. 그 외 지역이거나 연령대가 다르면 당장은 해당이 없지만, 전국 최초 정책은 대체로 다른 지자체로 퍼지니 지켜볼 만해.
— 56억으로 50만 명한테 프리미엄 AI를 준다는 게 가능해? 정가 기준으로는 안 맞아. 1인당 1만 원대거든. 대량 계약으로 단가를 크게 낮췄거나, 연중 일부만 집행되거나, 실사용률을 낮게 잡았을 가능성이 있어. 서울시가 산정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서 지금은 단정하긴 일러.
— 'AI 기본권'이라는 말, 좀 과한 거 아냐? 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해. 다만 유료 AI 도구 접근 여부가 학습과 취업 준비의 속도 차이를 만든다는 관찰 자체는 현장에서 반복해서 나와. 문제는 이 표현이 한 번 쓰이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야. 예산이 줄어들 때 축소가 아니라 박탈로 읽히거든.
참고 자료
- 서울시 2.8조 추경…오세훈표 '청년 AI 이용권'에 56억 (한국경제, 2026-08-10) — 이번 기사의 1차 자료. 청년 AI 성장권 지원 56억 원, 대상 50만 명, 지원 기간 1년, 추경 내 다른 사업 예산이 정리돼 있어.
- 서울시, 2차 추경 2조8천억…청년 AI 지원·야간경제 띄운다 (이데일리) — 2조 8061억 원 추경안의 전체 구성과 시의회 제출 사실.
- 서울시, 청년 50만명에 'AI 이용권' 1년 지원 (헤럴드경제) — 지원 대상 요건과 '코딩·AI 에이전트 기능' 명시 부분.
- 야간경제 활성화·청년 AI 지원 '시동'…서울시, 2조8061억 추경 편성 (이투데이) — 추경 편성 배경과 서울시 관계자 설명.
- 오세훈 서울시장, 10일 청년 AI 스타트업과 간담회 (한국미디어뉴스) — 8월 10일 서울창업허브 공덕 일정, 참석 스타트업 5곳의 이름과 분야, 오 시장 발언 전문.
- 오세훈, '청년 AI 사다리' 발표…"청년에 AI서비스 무료이용권" (헤럴드경제) — 이 정책의 출발점이 된 '청년 AI 사다리' 구상.
- 오세훈, 서울 'AI 기본권' 공약…"50만 청년에 이용권 지원" (뉴스1) — 'AI 기본권' 개념이 처음 제시된 시점의 보도.
수치는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추경안은 시의회 심의 중이라 확정 예산과 다를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