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뉴스를 사러 다니고 있어 — 이번엔 정액이 아니야

8월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어. 애플이 최근 몇 달 사이 여러 언론사에 접촉해서 다년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는 내용이야. 목적은 하나야. 올가을 정식 출시되는 시리 AI가 "오늘 무슨 일 있었어?"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게 만드는 것.

여기서 진짜 눈여겨볼 건 금액이 아니라 지급 방식이야. 애플이 테이블에 올린 건 정액 라이선스가 아니라 변동형 보상이야. 파트너 언론사의 콘텐츠가 실제로 사용될 때마다 돈이 나가는 구조. 지금까지 AI 회사들이 언론사와 맺어온 계약은 대부분 "우리가 당신 아카이브 전체를 쓸게, 대신 연간 얼마"였거든. 애플은 그 관행을 뒤집는 제안을 하고 있는 거야.

예산 규모도 나왔어. 9자릿수. 달러 기준으로 최소 1억 달러, 최대 10억 달러 미만이라는 뜻이야. 애플이 이 정도 숫자를 뉴스 콘텐츠 한 가지에 배정한 적은 없었어. 참고로 2023년 말 애플이 언론사들에 제시했던 학습용 아카이브 라이선스는 5000만 달러 수준이었고, 그때는 대부분 성사되지 않았어. 3년 만에 자릿수가 하나 올라간 셈이야.

애플은 이 보도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어. 그러니까 아직 서명된 계약이 있다는 얘기가 아니야. 협상 중이라는 보도고, 조건이 바뀌거나 아예 무산될 수도 있어. 그럼에도 이 뉴스가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어. 애플이 시리 AI를 출시 몇 주 앞두고 뉴스 라이선스를 급하게 챙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제품의 가장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를 알려주거든.

등장인물 — 2년 늦은 시리, 상처 입은 언론사, 그리고 그 사이에 낀 제미나이

먼저 애플. 설명이 필요 없는 회사지만 AI에서만큼은 이상하리만치 늦었어. 2024년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시리"를 약속했는데, 그 시리가 실제로 나온 건 2026년 6월 8일 WWDC야. 약속과 출시 사이에 2년이 있었고, 그 2년 동안 애플은 "AI에 뒤처진 회사"라는 꼬리표를 계속 달고 다녔어.

새 시리 — 애플이 공식 명칭으로 '시리 AI(Siri AI)'라고 부르는 물건 — 는 세 가지 축으로 설계됐어. 개인 맥락 이해(메시지·메일·사진을 가로질러 아는 것), 화면 인식(지금 보고 있는 화면에 대해 묻는 것), 그리고 광범위한 세계 지식이야. 애플 공식 발표문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웹에서 거의 모든 주제에 대한 최신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거야. 크레이그 페더리기는 시리 AI가 앱을 가로질러 행동을 대신 수행하는 부분을 강조했어.

문제는 저 '최신 정보'라는 말이야. 개인 맥락은 기기 안에 있고, 화면 인식도 기기 안에서 끝나.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로 처리해도 애플이 통제하는 영역이야. 그런데 "오늘 그 사건 어떻게 됐어?"에 답하려면 바깥 세상의 정보가 필요하고, 그 정보는 대부분 누군가가 취재해서 쓴 기사야. 여기서 애플의 통제권이 끊겨.

두 번째 등장인물이 언론사들이야. 이들은 지난 3년간 AI 회사들과 두 갈래 길을 걸었어. 한쪽은 계약이야. 악셀 슈프링어, 르몽드, 콘데나스트 같은 곳이 오픈AI와 손을 잡았고, 뉴욕타임스는 2025년 5월 아마존과 AI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어. 다른 한쪽은 소송이야. 같은 뉴욕타임스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걸었고, 여러 매체가 뒤를 따랐어. 협상과 소송을 동시에 굴리는 게 지금 언론사들의 표준 전략이야.

세 번째는 좀 얄궂은 등장인물이야. 시리 AI의 두뇌는 애플이 만든 게 아니야. 보도된 바에 따르면 애플은 구글에서 커스터마이즈한 1.2조 파라미터급 제미나이 모델을 빌려 쓰고, 연간 10억 달러 규모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어. 애플 자체 클라우드 모델(1500억 파라미터급)의 8배 규모야. 그러니까 애플은 두뇌 임차료로 10억 달러를 쓰면서, 그 두뇌에 먹일 오늘자 뉴스에 9자릿수를 추가로 태우려는 중인 거야.

마지막 등장인물은 사람이 아니라 사건이야. 2024년 12월, 애플 인텔리전스의 알림 요약 기능이 BBC 기사를 잘못 요약해서 존재하지 않는 헤드라인을 만들어냈어. 용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식의, 사실이 아닌 문장이 아이폰 잠금화면에 떴지. BBC가 공개적으로 항의했고, 국경없는기자회는 기능 자체를 내리라고 요구했어. 애플은 2025년 1월 iOS 18.3에서 뉴스·엔터테인먼트 앱의 알림 요약을 꺼버렸고, 그 상태가 1년 넘게 지속됐어. 이 사건이 지금 협상의 배경음악이야.

제안의 실체 — "정액"에서 "쓴 만큼"으로

보도된 조건을 정리하면 이래. 계약 형태는 다년. 지급 방식은 사용량 연동. 언론사 콘텐츠가 시리 AI의 답변에 실제로 쓰였을 때 그 횟수에 비례해 돈이 나가. 예산 총액은 9자릿수로 논의됐어. 애플은 이 구조를 "고정 수수료로 광범위한 접근권을 사는" 업계 관행과 명시적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전해져.

이게 왜 다른 이야기인지는 다른 계약들과 나란히 놓고 보면 선명해져.

사업자 / 프로그램 구조 공개된 규모 지급 기준 시점
애플 — 시리 AI (협상 중) 다년 + 사용량 연동 9자릿수 예산 논의 콘텐츠가 답변에 사용될 때 2026-08 보도
애플 — 학습용 아카이브 제안 다년 정액 5000만 달러+ 아카이브 일괄 라이선스 2023-12 (대부분 무산)
아마존 — 뉴욕타임스 다년 정액 연 2000만~2500만 달러 추정 학습 + 알렉사 요약 표시 2025-05
오픈AI — 악셀 슈프링어 외 다년 정액 비공개 학습 + 챗GPT 인용 2023-12~
퍼플렉시티 — 코멧 플러스 구독 수익 배분 4250만 달러 풀, 80% 배분 답변에 인용될 때 2024-07~
애플 뉴스+ 구독 수익 배분 비공개 독자가 읽은 시간 2019-03~

표를 보면 애플의 제안이 어느 계보에 서 있는지가 보여. 정액 라이선스 계보가 아니라, 오히려 애플 자신이 뉴스+에서 오래 굴려온 "읽힌 만큼 나눠준다" 계보에 가까워. 애플은 2019년 뉴스+를 시작할 때부터 독자 체류 시간 기준으로 구독료를 배분했고, 2021년에는 뉴스 파트너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격을 갖춘 언론사의 인앱 구독 수수료를 첫해부터 15%로 낮춰줬어. 애플에게 "사용량 기반 배분"은 새 발명이 아니라 익숙한 도구야.

다만 뉴스와 AI 답변은 계산 단위가 달라. 뉴스+는 사람이 기사를 열고 읽은 시간을 세면 되지만, AI 답변은 "이 답변에 이 기사가 얼마나 기여했나"를 세야 해. 모델이 세 개 매체의 기사를 종합해 두 문장으로 답했다면 지분은 어떻게 나눠? 인용 링크를 달았을 때만 카운트할 건지, 링크 없이 사실만 가져갔을 때도 카운트할 건지도 정해야 해. 이 정의가 계약서 몇 줄로 정리되는 순간 그게 업계 표준이 될 가능성이 커.

그리고 언론사 입장에서 이 구조는 양날의 검이야. 시리가 자주 인용하는 대형 매체는 정액 계약보다 훨씬 많이 받을 수 있어. 반대로 니치 매체는 수입이 들쭉날쭉해지고 예측이 안 돼. 스트리밍 음원 정산과 구조가 똑같아. 애플 뮤직에서 상위 아티스트가 대부분의 로열티를 가져가는 그 그림이, 뉴스에서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야.

한 가지 더. 이 협상은 시간에 쫓기고 있어. 시리 AI는 iOS 27·iPadOS 27·macOS 27과 함께 올가을 정식 출시 예정이고, 7월 13일 퍼블릭 베타로 이미 일반 사용자 손에 들어갔어. 영어 전용에 대기자 명단이 붙었고, EU에서는 디지털시장법(DMA) 때문에 iOS·iPadOS 버전이 아예 빠졌어. 애플은 규제 당국이 자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문에서 밝혔지. 출시가 코앞인데 뉴스 공급 계약이 아직 협상 중이라는 건, 이 부분이 마지막까지 정리되지 않았다는 신호야.

각자의 이득 — 애플은 면책을, 언론사는 새 정산 모델을

애플이 얻는 건 두 가지야. 하나는 정확도, 다른 하나는 책임 분산이야. 정확도는 자명해. 라이선스된 최신 기사를 직접 받아 답변을 구성하면, 웹을 긁어와 요약하는 것보다 오류 확률이 낮아져. 그런데 진짜 노림수는 두 번째일 수 있어. 계약을 맺고 대가를 지불한 콘텐츠로 답을 만들면, 알림 요약 사태 같은 일이 또 벌어져도 "무단으로 긁어다 왜곡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있어. 애플처럼 브랜드가 자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에는 이 방어선이 1억 달러 값을 해.

언론사가 얻는 건 돈보다 가시성일 수 있어. 사용량 기반 정산은 필연적으로 리포팅을 동반해. 내 기사가 시리 답변에 몇 번 쓰였는지 숫자로 받는다는 뜻이야. 지금 언론사들이 AI 회사에 가장 화가 나 있는 지점이 "얼마나 쓰이는지도 모르겠는데 트래픽은 사라졌다"는 거였거든. 사용량 데이터는 다음 협상의 무기가 돼. 오픈AI나 구글과 재계약할 때 "애플은 이만큼 세서 이만큼 줬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거야.

대형 매체는 여기서 확실히 유리해. 시리가 속보나 정치·스포츠 질문에 답할 때 인용할 확률이 높은 건 결국 취재 규모가 큰 곳이야. 월스트리트저널의 모회사 뉴스코퍼레이션은 이미 애플과 상업적 관계가 있고, 저널은 애플 뉴스+ 초기 참여 매체이기도 해. 이런 곳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아.

중소·전문 매체의 계산은 복잡해. 사용량 기반은 하방이 없어. 인용되지 않으면 0이야. 정액 계약이라면 최소한의 현금흐름이 보장되는데, 애플 모델에서는 그 안전판이 사라져. 대신 특정 분야에서 압도적인 매체 — 지역 뉴스, 산업 전문지 — 는 질문이 그쪽으로 들어올 때 독점적으로 인용될 수 있어서 단가가 높아질 여지도 있어.

구글은 조용한 수혜자야. 시리 AI의 두뇌가 제미나이인 이상, 애플이 뉴스를 잘 갖출수록 그 위에서 도는 모델의 답변 품질이 올라가. 애플이 언론사에 지불하는 돈은 구글에 가지 않지만, 애플이 제미나이에 지불하는 연 10억 달러의 정당성은 강화돼. 애플 사용자 수억 명이 "시리가 요즘 뉴스도 잘 아네"라고 느끼면, 그 체감의 절반은 구글 모델의 실적으로 잡히는 셈이야.

사용자가 얻는 건 단순해. 시리한테 오늘 뉴스를 물어봐도 되는 상태. 지금까지 아이폰 사용자에게 "시리는 최신 정보를 모른다"는 건 상수였어. 그게 바뀌면 아이폰에서 뉴스 앱을 열지 않고도 상황을 파악하는 경로가 하나 생겨. 그런데 바로 이 지점이 언론사에는 위협이기도 해. 답을 얻고 나면 원문에 갈 이유가 줄거든. 사용량 정산은 그 상실을 얼마나 메워주느냐의 문제야.

규제 당국에도 재료가 생겨. EU는 이미 DMA를 이유로 시리 AI의 iOS 출시를 막아섰고, 각국 경쟁 당국은 AI 답변이 언론 트래픽을 흡수하는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어. "플랫폼이 뉴스를 쓰면 대가를 지불한다"는 선례가 민간 계약으로 먼저 만들어지면, 그게 나중에 법제화의 기준선이 될 가능성이 있어. 호주 뉴스 미디어 협상 규약이 검색·SNS에서 했던 역할을, AI 답변에서 애플 계약이 할 수도 있다는 뜻이야.

과거 유사 사례 — 성공한 계약과 무산된 계약

성공 사례부터 보자. 오픈AI와 악셀 슈프링어의 2023년 12월 계약이 이 분야의 출발점으로 꼽혀. 챗봇 답변에 요약과 출처를 표시하고, 콘텐츠를 학습에도 쓰는 조건이었어. 이후 르몽드, 프리사 미디어, 콘데나스트, 악시오스로 이어졌고, 계약 자체는 안정적으로 굴러갔어. 성공 요인은 단순했어. 조건이 정액이라 양쪽 다 계산이 쉬웠거든. 언론사는 예산을 세울 수 있었고, 오픈AI는 리스크를 상수로 만들 수 있었어.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의 2025년 5월 계약도 참고할 만해. 뉴스 기사뿐 아니라 NYT 쿠킹의 레시피, 디 애슬레틱의 스포츠 기사까지 포함해서 알렉사 응답에 실시간 요약과 짧은 발췌를 노출하고 학습에도 쓰는 구조였어. 연간 2000만~2500만 달러 수준으로 보도됐지. 여기서 얻을 교훈은 규모야. 뉴욕타임스 하나가 연 2000만 달러대라면, 9자릿수 예산으로 애플이 확보할 수 있는 건 대형 매체 몇 곳과 중형 다수 정도야. 언론 산업 전체를 사는 돈은 아니라는 얘기야.

실패 사례로 가장 직접적인 건 애플 자신의 전적이야. 2023년 12월, 애플은 콘데나스트·NBC뉴스·IAC 등에 5000만 달러 이상 규모의 다년 계약을 제안했어. 생성형 AI 학습에 뉴스 아카이브를 쓰겠다는 내용이었지. 반응은 미지근했어. 이유가 두 가지로 정리됐는데, 하나는 요구하는 권리 범위가 금액에 비해 지나치게 넓다는 것, 다른 하나는 애플이 그 콘텐츠를 어떻게 쓰든 법적 책임은 언론사가 진다는 조항이었어. 결국 대부분 성사되지 않았어. 지금의 사용량 기반 제안은 그 실패에 대한 학습으로 읽을 수 있어. 권리를 통째로 사지 않고, 쓴 만큼만 사겠다는 거니까.

또 하나의 실패는 퍼플렉시티 쪽 사례야. 2024년 7월 퍼블리셔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타임, 슈피겔, 포춘, 앙트러프러너, 텍사스 트리뷴 같은 곳을 파트너로 세웠고, 이후 코멧 플러스로 발전해 4250만 달러 풀에서 80%를 언론사에 배분하는 구조를 내놨어. 방향은 애플이 지금 논의 중인 것과 거의 같아.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저작권 분쟁을 잠재우지 못했어. 무단 크롤링 논란이 계속됐고, 일부 매체는 프로그램 참여와 별개로 법적 대응을 이어갔어. 교훈은 명확해. 사용량 정산 자체가 신뢰를 만들어주진 않아. 무엇을 셀지, 누가 셀지, 그 숫자를 검증할 수 있는지가 없으면 정산 모델은 홍보 문구로 끝나.

가장 큰 실패 케이스는 소송이야. 뉴욕타임스가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이 소송의 존재 자체가 모든 AI-언론 협상의 배경 조건이 됐어. 협상이 깨지면 다음 카드는 법정이라는 게 양쪽 모두에게 학습된 상태야. 애플이 출시 직전에 굳이 9자릿수를 태우려는 이유도 여기 있을 거야. 소송 한 번의 비용은 라이선스료보다 비쌀 수 있거든.

경쟁자 카운터 플레이 — 정액 진영이 흔들린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건 오픈AI야. 챗GPT는 이미 검색과 결합해 최신 정보를 다루고 있고, 언론사와의 계약은 대부분 정액이야. 애플이 사용량 기반으로 시장 표준을 흔들면, 재계약 시점마다 언론사들이 "우리가 얼마나 쓰였는지 숫자로 달라"고 요구하게 돼. 정액의 장점이던 예측 가능성이 협상력의 약점으로 바뀌는 순간이야. 반대로 오픈AI가 사용량 데이터를 공개하기 시작하면, 그 숫자가 곧 "AI가 언론 트래픽을 얼마나 대체했는가"의 증거로 쓰일 수도 있어. 공개하기도, 안 하기도 곤란한 위치야.

구글의 처지는 더 미묘해. 시리 AI에 모델을 공급하는 파트너이면서, 동시에 AI 오버뷰와 AI 모드로 언론 트래픽을 가장 많이 흡수한다는 비판을 받는 당사자야. 구글은 지금까지 뉴스 라이선스에 대해 "검색 노출 자체가 대가"라는 논리를 유지해 왔어. 애플이 돈을 지불하는 선례를 만들면 그 논리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져. 특히 EU와 여러 국가에서 언론 사용료 관련 규제 논의가 살아 있는 상황이라, 민간 계약의 존재는 규제 측 논거를 강화해.

아마존은 이미 같은 방향으로 한 발 나가 있어. 알렉사+에 뉴욕타임스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물린 게 2025년이야. 애플과 아마존은 각각 아이폰과 스마트 스피커라는 서로 다른 관문을 쥐고 있어서 직접 충돌은 덜하지만, 언론사 협상 테이블에서는 두 회사의 조건이 계속 비교당하게 돼. 아마존이 정액을 유지하면 "안정성"을, 애플이 사용량으로 가면 "상방"을 파는 구도가 만들어져.

메타는 정반대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 메타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뉴스 링크 노출 자체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어. 뉴스가 사업에 필수적이지 않다면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아예 취급하지 않는 게 합리적이라는 계산이지. 애플이 뉴스를 사는 동안 메타가 뉴스를 버리는 그림이 나올 수 있고, 그 대비 자체가 언론 산업에는 또 다른 압력이 돼.

퍼플렉시티와 신생 AI 검색 업체들에게 애플의 움직임은 위협이야. 이들이 내세운 차별점 중 하나가 "우리는 언론사와 수익을 나눈다"였는데, 애플이 훨씬 큰 예산으로 같은 모델을 들고 들어오면 그 차별점이 희석돼. 4250만 달러 풀과 9자릿수 예산은 체급이 다르니까. 다만 규모가 작은 쪽이 유리한 지점도 있어. 정산 로직을 빠르게 바꾸고 실험할 수 있다는 점이야. 애플의 계약은 한 번 굳으면 수정이 느려.

언론사 연합체들도 카운터 플레이의 주체야. 개별 협상에서 애플에 유리한 조건이 굳어지는 걸 막으려면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이미 퍼져 있어. 사용량 정의, 최소 보장액, 감사 권한 — 이 세 가지가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 특히 최소 보장액이 없으면 중소 매체가 사실상 무보수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서, 이 조항을 두고 줄다리기가 벌어질 거야.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개발자에게는 당장 바뀌는 게 없어. 다만 시리 AI가 최신 정보에 접근하는 경로가 "웹 크롤링"이 아니라 "라이선스된 피드"로 굳어지면, 뉴스·콘텐츠 관련 앱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어. 애플이 앞으로 이 피드를 앱 개발자에게 API로 개방할지, 아니면 시리 전용으로 닫아둘지가 갈림길이야. 지금까지 애플 뉴스는 철저히 닫힌 생태계였고, 이번에도 그럴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게 안전해.

언론사 실무자에게는 지금이 준비 시점이야. 사용량 기반 계약이 표준이 되면 필요한 게 달라져. 기사 단위 식별자, 구조화된 메타데이터, 실시간 피드 제공 능력 — 이런 인프라가 없으면 정산 자체가 불가능해. 애플 뉴스 포맷을 이미 다루고 있는 매체는 유리한 출발선에 있어. 그리고 계약 검토 시 반드시 봐야 할 조항은 세 개야. 사용의 정의, 최소 보장액, 그리고 사용량 데이터에 대한 감사 권한.

투자자에게는 애플의 AI 원가 구조가 새 관전 포인트야. 모델 임차료(보도 기준 연 10억 달러대)에 콘텐츠 라이선스(9자릿수)가 얹히면, 시리 AI는 애플이 무료로 제공하는 기능 중 원가가 가장 높은 축에 들어가. 애플이 이걸 어떻게 회수할지가 다음 질문이야. 서비스 매출 확대, 하드웨어 교체 주기 단축, 아니면 언젠가의 유료 구독. 셋 다 근거가 있고 아직 답은 안 나왔어.

일반 사용자에게는 올가을 아이폰을 업데이트했을 때 체감할 부분이야. 시리한테 오늘 뉴스를 물어보는 게 되는지, 답변에 출처가 붙는지, 그 출처를 눌렀을 때 원문으로 가는지가 관전 포인트야. 특히 세 번째가 중요해. 링크가 잘 보이는 위치에 붙으면 언론사와 애플의 관계는 협력에 가까워지고, 답변만 주고 링크가 구석에 박히면 갈등으로 갈 거야. 그리고 EU 거주자라면 iOS·iPadOS에서는 시리 AI 자체를 아직 못 써. 맥과 비전 프로에서만 돌아가.

기업 실무자에게는 콘텐츠 자산의 가격표가 다시 매겨지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만해. 뉴스뿐 아니라 산업 데이터, 리포트, 매뉴얼 같은 전문 콘텐츠를 보유한 조직이라면 "AI 답변에 우리 자료가 쓰일 때 대가를 받는다"는 구조가 실제로 굴러가는지 지켜볼 이유가 있어. 애플 계약이 성사되면 그게 협상 선례가 되거든.

미디어 스타트업에게는 기회와 함정이 같이 있어. 사용량 기반 정산이 표준이 되면 "AI에 잘 인용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새로운 최적화 목표가 돼. 검색엔진 최적화가 그랬듯 답변엔진 최적화가 뒤따를 거야. 함정은 그 최적화가 저널리즘의 품질과 항상 같은 방향이 아니라는 점이야. 인용되기 좋은 형식과 읽을 가치가 있는 기사는 종종 다르거든.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어느 언론사가 계약한 거야? 아직 아무도 공개되지 않았어.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도 구체적인 매체 이름은 없었고, 애플은 논평을 거부했어. 다만 저널의 모회사인 뉴스코퍼레이션이 애플과 이미 상업적 관계가 있다는 점은 보도에 언급됐어. 정식 발표는 시리 AI 출시 시점에 맞춰 나올 가능성이 커.

— 시리가 뉴스를 잘 알게 되면 뉴스 앱은 안 봐도 되는 거야? 단정하긴 일러. 시리 AI가 답변에 출처를 어떻게 붙이는지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거든. 지금 애플이 공식적으로 밝힌 건 "웹에서 최신 정보를 가져온다"는 수준까지야. 요약만 주고 끝나는 형태라면 뉴스 앱 방문은 줄겠지만, 그 경우 언론사들이 계약을 유지할 이유도 함께 줄어들어서 애플도 마냥 그렇게 만들긴 어려워.

— 9자릿수면 언론사한테 큰돈 아니야? 전체로 보면 그렇지만 나눠보면 얘기가 달라져. 아마존이 뉴욕타임스 한 곳에 연 2000만~2500만 달러를 쓴 걸로 보도됐거든. 같은 단가라면 1억 달러대 예산으로는 대형 매체 몇 곳이 한계야. 게다가 사용량 기반이면 그 예산은 상한이지 보장액이 아니야. 실제로 얼마가 지급될지는 사람들이 시리한테 뉴스를 얼마나 물어보느냐에 달려 있어.

참고 자료

수치는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