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회사 값이 두 배가 됐어

8월 12일 러버블(Lovable)이 시리즈C 마감을 발표했어. 조달 규모는 4억 달러, 밸류에이션은 133억 달러야. 그런데 이 숫자보다 흥미로운 건 직전 라운드와의 간격이야.

이 회사가 시리즈B로 3억3,000만 달러를 받은 게 2025년 12월이고, 그때 밸류에이션이 66억 달러였어. 8개월 만에 정확히 두 배가 된 거야. 그리고 그 시리즈B도 이전 라운드 대비 세 배 넘게 오른 값이었어. 2025년 7월 시리즈A 때가 18억 달러였거든. 13개월 사이에 18억 → 66억 → 133억 달러야.

이번 라운드는 멘로벤처스와 EQT가 운용하는 스케일업유럽펀드(Scaleup Europe Fund)가 공동 주도했어. 두 번째 이름을 눈여겨볼 만해. EU 차원에서 유럽 스케일업 기업의 성장 자금을 대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야. 유럽에서 나온 AI 기업이 미국 자본에 팔려 가는 흐름에 대한 대응으로 기획된 성격이 있어.

그리고 투자자 명단이 지도처럼 펼쳐져. 유럽에서 발더튼캐피털과 카르미냑, 중남미에서 카섹벤처스와 LTS그로스, 아시아에서 텐센트와 월드이노베이션랩, 미국에서 리전트. 기존 투자자로는 액셀, 앤틀러, 캐피털G, DST글로벌, 에반틱캐피털, 허브스팟벤처스, 세일즈포스벤처스가 다시 들어왔고.

러버블이 어떤 회사냐면

러버블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작한 회사야. 제품을 처음 내놓은 게 2024년 11월이니까 아직 두 살이 안 됐어. 하는 일은 단순하게 요약돼. 채팅으로 "이런 앱을 만들어줘"라고 쓰면 실제로 동작하는 웹 애플리케이션이 나와. 코드를 몰라도 되고, 나온 결과물은 배포까지 이어져.

이 카테고리를 부르는 말이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야. 정확한 명세를 쓰는 대신 원하는 느낌을 말로 설명하고 결과를 보면서 고쳐 나가는 방식이지. 개발자용 도구인 커서·클로드 코드와 다른 점이 여기야. 그쪽은 코드를 쓰는 사람의 생산성을 올리는 도구고, 러버블은 코드를 안 쓰는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만들게 하는 도구야.

성장 지표는 꽤 구체적이야. 2024년 11월 출시 이후 만들어진 프로젝트가 6,000만 개를 넘었고, 러버블로 만든 앱들이 받는 월간 방문이 9억 회야. 매출 쪽은 2026년 6월에 연환산 5억 달러를 넘겼어. 출시 19개월 만의 숫자야.

기업 침투율도 눈에 띄어. 포춘 500 기업 중 약 67%에 러버블이 어떤 형태로든 들어가 있다고 밝혔어. 직전 발표 때가 50%였으니 그 사이에 또 올라간 거야. 고객으로 언급된 이름들도 규모가 있어. 아디다스, 엔비디아, 도이체텔레콤, 젠데스크, 핸드셰이크, 체커.

조직은 빠르게 커지고 있어. 올해 안에 450명 규모까지 채용할 계획이고, 스톡홀름 본거지를 유지하면서 런던·보스턴·샌프란시스코·뉴욕으로 확장해. 채용 중점 분야는 머신러닝, 제품, 인프라, 보안이야. 마지막 두 개가 이번 라운드의 방향을 말해줘.

4억 달러를 어디에 쓰겠다는 거냐면

먼저 이 회사의 자금 조달 이력을 한 줄로 세워볼게.

라운드 시점 조달액 밸류에이션 주도
시리즈A 2025년 7월 2억 달러 18억 달러 액셀
시리즈B 2025년 12월 3억3,000만 달러 66억 달러 캐피털G, 멘로벤처스
시리즈C 2026년 8월 4억 달러 133억 달러 멘로벤처스, 스케일업유럽펀드(EQT)

13개월에 세 라운드, 누적 조달 9억3,000만 달러야. 그리고 밸류에이션 배수를 계산해 보면 6월 기준 연환산 매출 5억 달러 대비 약 27배야. 소프트웨어 기업 기준으로는 매우 높은 배수인데, 성장률이 그걸 정당화하는 구조지.

자금 사용처로 밝힌 항목이 흥미로워. 결제 기능, SEO 도구, 기업용 통합, 보안, 거버넌스 도구야. 이 목록을 보면 회사가 어디로 가려는지가 보여. "앱을 만들어주는 도구"에서 "만든 앱으로 사업을 굴리게 해주는 플랫폼"으로 가겠다는 거야.

결제 기능이 특히 그래. 러버블로 만든 앱에 결제를 붙일 수 있게 되면, 사용자는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실제 매출을 내는 제품을 이 안에서 완성하게 돼. 그러면 이탈 비용이 급격히 올라가. SEO 도구도 같은 맥락이야. 만든 앱이 검색에서 발견되기 시작하면 그 앱을 다른 곳으로 옮길 이유가 사라지거든.

기업용 통합·보안·거버넌스는 다른 축이야. 포춘 500의 67%에 들어가 있다고 했지만, 그 대부분은 아마 팀 단위의 소규모 사용일 거야. 이걸 전사 계약으로 바꾸려면 SSO, 감사 로그, 데이터 거버넌스 같은 항목이 필요해. 지루한 기능들이지만 계약 규모를 한 자릿수 올리는 건 대개 이런 것들이야.

모델 전략도 이중이야. 러버블은 프론티어 모델을 쓸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자체 학습한 모델도 제공해. 이건 지금 이 카테고리의 핵심 딜레마에 대한 답이야. 남의 모델만 쓰면 원가를 통제할 수 없고, 자체 모델만 쓰면 프론티어 성능을 못 따라가. 둘 다 두는 게 비싸지만 현실적인 선택이지.

인프라 쪽도 정리해 뒀어. 2026년 6월 구글 클라우드와 다년 계약을 맺었고, 사용량을 다섯 배로 늘리는 조건이 포함됐어. 컴퓨팅 공급을 몇 년 단위로 묶어두는 건 지금 이 업계에서 가장 값나가는 계약 중 하나야.

이 회사가 만든 앱들이 받는 월간 방문 9억 회라는 숫자도 다시 볼 값어치가 있어. 보통 이런 지표는 허영 지표로 취급되는데, 이 경우엔 성격이 달라. 러버블로 만든 앱이 트래픽을 받으면 그 앱 화면 어딘가에 러버블이 노출되고, 그걸 본 사람 중 일부가 다시 러버블에서 앱을 만들어. 사용자가 만든 결과물이 다음 사용자를 데려오는 순환이야. 광고비 없이 도는 유통 채널이라는 뜻이고, 이 카테고리에서 진입 장벽이 낮다는 약점을 상쇄하는 거의 유일한 자산이기도 해.

반대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숫자들도 있어. 유료 전환율, 이탈률, 그리고 6,000만 개 프로젝트 중 실제로 운영 중인 비율이야. 매출이 5억 달러라는 건 확인됐지만, 그 매출이 소수의 기업 고객에서 나오는지 다수의 개인 구독에서 나오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어. 두 경우의 사업 안정성은 꽤 다르고, 다음 라운드나 상장에서 반드시 물어볼 질문이야.

이 라운드로 누가 뭘 챙기냐면

러버블이 챙기는 건 시간이야. 지금 이 카테고리는 기능 경쟁이 매우 빠르고, 여기에 프론티어 랩들이 직접 내려오고 있어. 4억 달러는 그 경쟁을 몇 년 더 버틸 활주로야. 그리고 밸류에이션이 두 배로 오른 상태에서 조달했다는 건 희석을 덜 하고 같은 돈을 받았다는 뜻이기도 해.

유럽 기술 생태계에게 이 라운드는 상징적이야. 유럽에서 시작한 AI 회사가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지 않고 스톡홀름 기반을 유지하면서 133억 달러 값을 받았어. 그리고 EU 차원의 펀드가 공동 주도로 들어갔지. 유럽 자본이 자국 스케일업을 끝까지 받쳐준 사례로 계속 인용될 가능성이 커.

텐센트를 비롯한 아시아 투자자들은 진입로를 샀어. 러버블이 아시아 시장에 본격 진출할 때 이 투자자들의 네트워크가 통로가 돼. 중남미 투자자(카섹, LTS그로스)가 들어온 것도 같은 구조야. 이 라운드의 투자자 구성 자체가 지역 확장 계획서처럼 읽혀.

기존 투자자들은 장부상 큰 수익을 봤어. 시리즈A에 18억 달러 밸류에이션으로 들어간 액셀은 13개월 만에 7배 넘는 평가익을 갖게 됐고. 다만 이건 아직 장부상 숫자야. 실현되려면 상장이나 매각이 필요해.

비개발자 창업자와 사내 팀은 실질적인 수혜자야. 결제·SEO·보안 기능이 붙으면 사내에서 임시로 만든 도구를 실제 제품으로 승격시키기가 쉬워져. 지금까지는 "러버블로 프로토타입 만들고 개발팀에 넘긴다"가 흔한 패턴이었는데, 그 넘기는 단계를 줄이겠다는 게 이번 투자의 목표야.

예전에도 이런 노코드 붐이 있었는데 결과는 갈렸어

코드를 안 써도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하겠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이전 세대의 결과가 참고점이 돼.

성공 사례는 분명히 있어. 웹사이트 빌더와 노코드 데이터베이스 도구들은 특정 용도에서 확고한 시장을 만들었어. 여기서 통한 공통점은 "완성된 결과물이 바로 쓸 수 있는 상태"였다는 거야. 사이트가 만들어지면 그대로 공개되고,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면 그대로 팀이 쓸 수 있었어. 러버블이 결제와 SEO에 투자하는 이유가 정확히 이 지점이야.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굴러가야 한다는 것.

실패 패턴도 반복적으로 관찰됐어. 이전 세대 노코드 도구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안 되더라"였어. 간단한 건 빨리 만들어지는데, 복잡해지기 시작하면 도구의 한계에 부딪히고 결국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게 되는 거야. 그러면 도구를 배운 시간이 통째로 낭비되고, 조직 안에서 그 도구의 평판이 무너져.

AI 기반 생성이 이 한계를 근본적으로 없앴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어. 낙관적인 근거는 생성된 결과물이 실제 코드라는 점이야. 막히면 코드를 직접 고칠 수 있으니 탈출구가 있어. 회의적인 근거는 그 코드의 유지보수성이야. 6,000만 개의 프로젝트 중 1년 뒤에도 살아 있는 게 몇 개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어.

또 하나 짚어둘 건 시장 구조야. 지금 이 카테고리에는 프론티어 랩이 직접 만든 제품, 클라우드 회사가 만든 제품, 그리고 러버블 같은 독립 회사가 뒤섞여 있어. 이전 세대 노코드 시장에서는 플랫폼 회사가 비슷한 기능을 기본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독립 회사들이 압박받는 패턴이 반복됐어.

경쟁자들은 어떻게 받아칠까

커서는 8월 14일 스페이스X 인수 완료로 자체 모델과 GPU를 확보했어. 개발자 대상 도구라 러버블과 직접 겹치지는 않지만, 원가 우위를 무기로 삼으면 가격 압박은 카테고리 전체로 번져.

앤스로픽과 오픈AI는 위에서 내려오고 있어. 클로드 코드는 8월 14일 오토 모드를 기본값으로 바꾸면서 자율 실행 폭을 넓혔고, 오픈AI는 속도를 끌어올렸어. 프론티어 랩이 애플리케이션 계층까지 직접 만들면 러버블 같은 회사는 모델 공급자와 경쟁자를 동시에 상대하는 상황이 돼. 러버블이 자체 모델을 병행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

클라우드 3사는 자기 플랫폼 안에서 비슷한 기능을 묶어 팔아. 이미 계약이 있는 기업 고객에게는 새 벤더 심사 없이 쓸 수 있다는 게 강력한 논거야. 러버블의 기업용 보안·거버넌스 투자는 이 논거에 맞서기 위한 준비이기도 해.

다른 바이브 코딩 스타트업들도 같은 시장에 있어. 이 카테고리는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 제품 차별화보다 유통과 브랜드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커. 러버블이 9억 회 월간 방문이라는 숫자를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야. 만들어진 앱들이 다시 트래픽을 데려오는 구조가 이 회사의 실질적 해자야.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비개발자 창업자에게는 선택지가 넓어져. 결제 기능이 붙으면 아이디어에서 매출까지의 거리가 짧아지고, 그건 실제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의 수를 늘려. 다만 만든 제품이 커졌을 때의 이전 경로는 미리 확인해 두는 게 좋아.

사내 개발팀에게는 요청의 성격이 바뀔 거야. 지금까지 "간단한 내부 도구 만들어 주세요"였던 요청이 "제가 만든 건데 보안 검토만 해주세요"로 바뀌는 흐름이야. 이건 일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성격이 바뀌는 거야. 검토와 거버넌스 쪽 부담이 커져.

기업 IT 담당자라면 지금 조직 안에서 이런 도구가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파악해 둘 필요가 있어. 포춘 500의 67%라는 숫자는 대부분 공식 조달을 거치지 않은 사용일 가능성이 커. 데이터가 어디로 나가는지, 만든 앱이 어디에 배포되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야.

보안 담당자에게는 새 감시 대상이 하나 늘어난 셈이야. 사내 누군가가 만든 앱이 어디에 배포돼 있고 어떤 데이터를 담고 있는지가 공식 자산 목록에 없을 가능성이 높아. 이런 도구의 확산 속도를 감안하면 정기적인 인벤토리 점검이 현실적인 대응이야.

투자자 관점에서는 매출 배수 27배를 지탱하는 게 성장률이라는 점이 핵심이야. 성장률이 유지되는지, 그리고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되는지가 다음 라운드의 밸류에이션을 결정해. 모델 API 비용을 얼마나 자체 모델로 대체하느냐가 그 이익률의 실체야.

디자이너와 기획자에게는 역할의 경계가 흐려지는 국면이야. 아이디어를 설명하면 동작하는 화면이 나오니까, 기획 문서와 프로토타입 사이의 구분이 사라져. 지금까지 손에 쥔 결과물로 논의하던 사람과 문서로 논의하던 사람 사이에 있던 시차가 없어지는 거야.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에게 이번 건은 하나의 사례 이상이야. EU 펀드가 공동 주도로 참여해 자국 기업의 성장 라운드를 받쳐준 구조가 실제로 작동했어. 이 모델이 반복되면 유럽 스케일업이 미국 자본에 조기 매각되는 패턴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어.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133억 달러, 너무 비싼 거 아니야? 연환산 매출 5억 달러 대비 27배니까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기준으로는 확실히 높아. 참고로 같은 주에 발표된 데이터브릭스의 배수도 비슷한 수준이었어. 다만 13개월 만에 밸류에이션이 7배 오른 회사에 평균 배수를 적용하는 게 맞는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어. 이런 배수는 성장률에 대한 베팅이라, 성장이 꺾이면 배수가 먼저 무너져.

—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앱, 진짜 쓸 만해? 용도에 따라 달라. 내부 도구나 랜딩 페이지, 간단한 CRUD 앱은 충분히 실용적이라는 게 지금까지의 사용 후기야. 복잡한 상태 관리나 대규모 트래픽이 걸리면 얘기가 달라져. 6,000만 개 프로젝트 중 실제로 운영되는 게 몇 개인지는 공개되지 않았고, 그게 이 카테고리의 진짜 지표야.

— 개발자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야? 지금 단계에서 단정하긴 확실히 일러. 지금까지 관찰되는 건 일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앞단이 바뀌는 거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줄고, 이미 만들어진 걸 검토·통합·운영해 달라는 요청이 늘어. 러버블이 이번 자금을 보안과 거버넌스에 쓰겠다고 한 것도 결국 그 검토 부담을 제품 안으로 흡수하겠다는 뜻이야.

참고 자료

숫자와 기준은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