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기를 넣은 책이 도착한 곳
404미디어의 에마누엘 마이버그가 8월 17일 공개한 기사는 방법부터 눈에 띄어. AI 회사가 사들이는 것으로 의심되는 희귀 서적 안에 위치 추적기를 넣고, 그 책이 어디로 가는지 따라간 거야. 책은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아마존 시설 VGT3에서 멈췄어.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가 이 기사의 본론이야. 아마존은 대량의 인쇄 서적을 사들여서 제본을 뜯어내고, 낱장을 스캔한 다음, 그 책을 폐기해. 스캔은 AI 모델 학습용 텍스트 데이터를 뽑기 위한 거고, 종이책은 그 과정에서 사라져. 마이버그는 이 작업이 이전까지 보도된 적 없다고 썼어.
이 팀의 로고가 상징적이야. 이빨을 드러낸 공룡이 책을 들고 있는 그림이야. 사내 팀 로고라 외부에 노출될 일이 없던 이미지인데,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어.
취재 방식 자체도 짚어 둘 만해. 기업이 공개하지 않는 물리적 공정을 확인하려면 문서나 내부 제보에 의존하는 게 보통인데, 404미디어는 물건에 추적기를 넣어 배송 경로를 따라가는 방식을 썼어. AI 학습 데이터가 웹 크롤링에서 물리적 조달로 옮겨 가면서, 취재 방법도 디지털에서 물류 추적으로 옮겨 간 셈이야.
아마존은 논평 요청에 이렇게 답했어. "고객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상업적 경로를 통해 책을 구매한다." 사실 관계를 부인하지 않았어. 구매가 합법적이라는 점만 강조하고, 파괴 부분은 언급하지 않은 답변이야.
아마존이 왜 이걸 하고 있나
아마존은 1994년에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회사야. 이 사실이 이번 기사에서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아이러니 때문만은 아니야. 아마존은 책 유통망을 세계에서 가장 잘 아는 회사고, 절판 도서와 희귀본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AI 학습 데이터가 고갈되고 있다는 게 이 행동의 직접적 배경이야. 웹에서 긁을 수 있는 고품질 텍스트는 이미 대부분 쓰였어. 남은 건 위키백과와 뉴스를 몇 번씩 재활용하거나, 합성 데이터를 만들어 쓰는 것 정도인데 둘 다 한계가 뚜렷해.
모델 붕괴(model collapse) 문제가 두 번째 이유야. AI가 만든 텍스트로 다시 AI를 학습시키면 세대를 거듭할수록 품질이 무너진다는 연구 결과가 2024년부터 계속 나왔어. 이 때문에 2022년 이전에 출판된 텍스트의 가치가 급등했어. 챗GPT 이후에 생산된 텍스트는 AI가 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거든. 종이책, 특히 오래된 책은 그 오염이 없는 몇 안 되는 데이터 원천이야.
희귀본과 절판본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서 나와. 이미 디지털화된 베스트셀러는 웹에 어떤 형태로든 텍스트가 돌아다녀. 반면 소량 출간되고 절판된 전문서, 지역 출판물, 오래된 학술서는 스캔본이 어디에도 없어. 학습 데이터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정보야.
그리고 이런 책들은 텍스트의 질 자체가 달라. 편집자가 붙어 있고, 교열을 거쳤고, 논리적 구조를 갖춘 장문이야. 웹 텍스트 대부분이 짧고 반복적이고 편집을 안 거친 것과 대조적이지. 모델이 긴 맥락을 유지하고 일관된 서술을 만드는 능력은 이런 데이터에서 나온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야. 그래서 같은 1기가바이트라도 책에서 나온 텍스트의 가치가 훨씬 높아.
아마존의 위치도 특수해. 아마존은 세계 최대 중고 서적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물류망을 직접 갖고 있고, 어떤 책이 어디에 재고로 남아 있는지 데이터로 알고 있어. 다른 AI 회사가 같은 일을 하려면 딜러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데, 아마존은 자기 플랫폼 안에서 해결할 수 있어. 30년 동안 책을 팔며 쌓은 인프라가 지금은 학습 데이터 조달망으로 쓰이고 있는 거야.
파괴적 스캔이라는 작업이 실제로 어떤 건지
'파괴적 스캔'이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는데, 실제 공정은 단순해. 재단기로 책등을 잘라 내면 제본이 풀리면서 낱장 뭉치가 돼. 그 뭉치를 자동 급지 스캐너에 넣으면 분당 수십 장에서 수백 장씩 이미지로 넘어가. 그다음 광학문자인식(OCR)으로 텍스트를 뽑고, 오탈자를 정리하고, 학습용 코퍼스에 넣어. 한 권을 처리하는 데 몇 분이면 충분해.
비파괴 스캔은 완전히 달라. 책을 V자 크레이들에 올려 놓고 한 장씩 사람이 넘기거나 로봇 팔로 넘겨야 해. 페이지가 굽어 있어서 이미지 보정도 따로 필요하고. 구글 북스가 이 방식을 썼는데, 수천만 권을 처리하는 데 10년 넘게 걸렸어. 속도 차이가 수십 배야.
즉 아마존의 선택은 기술적 무지가 아니라 명확한 비용 계산이야. 보존 가치를 비용 항목에 넣지 않으면, 파괴적 스캔이 압도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돼. 문제는 그 계산식에서 빠진 항목이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비용이라는 점이야.
한 가지 더 짚을 게 있어. 이 작업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 아무도 몰라. 404미디어는 "대량 배송"이라고만 표현했고, 구체적인 권수나 예산은 확인되지 않았어. 시설 하나(VGT3)의 존재가 확인된 것뿐이고, 같은 일을 하는 다른 시설이 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어. 규모를 모른다는 건 피해 규모도 모른다는 뜻이야.
이게 왜 논란이 되나
| 쟁점 | 내용 |
|---|---|
| 합법성 | 구매한 책을 파괴적으로 스캔하는 행위는 미국 법원에서 이미 공정이용으로 판단된 전례가 있어 |
| 윤리 | 희귀본은 대체 불가능해. 스캔본이 남아도 물건 자체는 사라져 |
| 보존 | 도서관·아카이브는 파괴하지 않는 스캔 방식을 쓰는데, 느리고 비싸 |
| 저자 보상 | 중고 희귀본 구매는 저자에게 인세가 가지 않아 |
| 데이터 독점 | 스캔 결과물은 아마존 내부에만 남고 공개되지 않아 |
법적으로만 보면 아마존이 하는 일은 회색지대가 아니야. 2025년 6월 바츠 대 앤스로픽 사건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윌리엄 앨섭 판사는, 앤스로픽이 합법적으로 구매한 인쇄 도서를 파괴적으로 스캔해 디지털본으로 대체한 행위는 공정이용이라고 판단했어. 포맷을 바꾼 것이지 복제본을 늘린 게 아니라는 논리였어. 같은 판결에서 700만 권 넘는 해적판 다운로드는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봤고, 그 부분이 결국 15억 달러 합의로 이어졌어(2026년 7월 최종 승인).
즉, 판례가 만들어 준 안전한 경로가 "사서 스캔하고 원본은 남기지 않는다"였고, 아마존은 그 경로를 따라가고 있는 거야. 앤스로픽이 소송으로 배운 교훈을 아마존이 그대로 적용한 셈이지.
논란의 중심은 그래서 합법성이 아니라 다른 데 있어. 희귀본은 한 번 없어지면 끝이라는 점이야. 스캔 파일은 아마존 서버에 남지만 공개되지 않아. 도서관이 열람할 수도, 연구자가 볼 수도, 다음 세대가 실물을 확인할 수도 없어. 문헌 하나가 사적 학습 데이터로 전환되면서 공공 영역에서는 사라지는 거야.
각자가 어떤 입장인지
아마존이 얻는 건 경쟁 우위야. 이 스캔 데이터는 아마존만 갖게 돼. 노바 계열 모델과 알렉사, 그리고 AWS를 통한 서비스에 쓰일 텐데, 다른 회사는 같은 책을 사서 같은 작업을 반복하지 않는 한 얻을 수 없어. 데이터가 곧 해자(moat)라는 오래된 명제가 물리적 형태로 나타난 거야.
희귀본 딜러에게는 새 고객이 생겼어. 잘 안 팔리던 절판 전문서가 대량으로 팔려 나가는 상황이야.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활발해지지만, 재고가 소진되면 되돌릴 수 없어. 중고 서적 시장은 재생산되지 않는 시장이거든.
저자와 출판사에게는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아. 중고 시장에서 책이 팔리면 저작권자에게 인세가 가지 않아. 초판이 이미 팔린 시점에 권리 소진 원칙이 적용되니까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저자 입장에서는 자기 책이 AI 학습에 쓰이는데 통보도 보상도 없는 상황이야.
도서관과 아카이브는 반대편에 서 있어. 인터넷 아카이브 같은 기관도 대량 스캔을 하지만, 원본을 보존하는 방식을 쓰거나 최소한 결과물을 공개해. 목적이 접근성 확대니까. 아마존의 스캔은 목적이 학습 데이터 확보라서 결과물이 공개될 이유가 없어. 같은 행위가 목적에 따라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는 사례야.
책을 대량으로 스캔했던 과거들
구글 북스가 가장 큰 선례야. 2004년부터 구글은 도서관과 협력해 수천만 권을 스캔했고, 미국 작가조합이 소송을 걸었어. 10년 넘는 소송 끝에 2015년 제2연방항소법원은 검색과 스니펫 제공이 공정이용이라고 판단했어. 다만 구글은 책을 파괴하지 않았어. 도서관 장서를 빌려 특수 장비로 스캔한 뒤 돌려줬지. 그리고 결과물의 일부를 검색으로 공개했어.
인터넷 아카이브는 다른 길에서 문제를 만났어. 스캔본을 도서관식으로 대출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하다 출판사들에게 소송을 당했고, 2023년 패소했어. 여기서 갈린 건 스캔 자체가 아니라 배포 방식이었어. 스캔은 괜찮지만 뿌리는 건 안 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지. 아이러니하게도 이 판결이 아마존식 접근에 유리하게 작용해. 뿌리지 않고 내부에서만 쓰면 이 리스크가 아예 없거든.
앤스로픽이 바로 직전 사례야. 구매한 책을 파괴적으로 스캔한 부분은 법원에서 인정받았고, 해적판을 쓴 부분은 15억 달러를 물었어. 이 판결이 업계에 준 신호는 명확했어. 돈을 내고 사서 쓰면 된다는 것.
아마존은 이 세 사례의 교훈을 다 반영한 형태야. 사서(앤스로픽 판결의 안전지대), 파괴적으로 스캔하고(비용 효율), 결과물은 배포하지 않아(인터넷 아카이브 판례 회피). 법적으로는 가장 방어적인 설계인데, 문화적으로는 가장 공격적인 형태야.
다른 회사들은 어떻게 나올까
오픈AI와 구글은 이미 출판사·매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쪽으로 움직여 왔어. 뉴스코퍼레이션, 악셀 슈프링어 같은 곳과 계약을 체결했고, 애플도 최근 퍼블리셔와 콘텐츠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어. 돈을 내고 권리를 사는 방식이야. 아마존식 접근보다 비싸지만 평판 리스크가 낮아.
메타는 과거 해적 데이터셋 사용으로 소송에 휘말린 전력이 있어서 조심스러울 거야. 다만 오픈 웨이트 전략을 쓰는 만큼 학습 데이터 출처에 대한 압박은 계속 받고 있어.
중국 쪽 랩들은 저작권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한 환경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확보해 왔어. 이 격차가 서구 랩들이 물리적 서적까지 손대는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해. 데이터 조달에서 밀리면 모델 품질에서 밀린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법적으로 안전하면서도 남들이 안 가진 데이터를 찾는 경쟁이 심해졌어. 종이책은 그 조건을 둘 다 만족하는 몇 안 되는 원천이야.
출판업계는 대응책을 찾는 중이야. 신간 계약서에 AI 학습 관련 조항을 넣는 흐름이 이미 자리 잡았는데, 문제는 중고 서적 시장에는 그 조항이 미치지 않는다는 거야. 절판된 책에 대한 통제권은 사실상 없어.
의회와 규제 당국이 움직일 여지도 있어. 지금 판례가 그린 선은 "합법적으로 산 책은 마음대로 해도 된다"인데, 이 선은 개인이 자기 책을 스캔하는 상황을 전제로 만들어진 거야. 기업이 산업 규모로 문화재를 소모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둔 판단은 아니었어. 희귀본이나 절판본에 대해서만이라도 별도 규정을 두자는 논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저자에게는 씁쓸한 현실 확인이야. 절판된 자기 책이 AI 학습에 쓰이는 걸 막을 법적 수단이 지금은 거의 없어. 신간 계약에서 조항을 챙기는 게 유일하게 가능한 대응인데, 이미 나온 책에는 소급되지 않아.
희귀본 수집가에게는 시장 변화가 실질적이야. 특정 분야 절판본의 가격이 오르고 있고, 물량 자체가 줄고 있어.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라면 지금이 더 구하기 어려워지는 구간이라고 봐도 돼.
AI 회사에게는 데이터 조달 전략의 참고 사례야. 웹 크롤링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물리적 매체가 남은 광맥이라는 판단이 확인된 셈이야. 다만 평판 비용이 크다는 것도 이번 보도가 보여줬어.
연구자와 도서관에게는 경고야. 특정 희귀본을 참조해야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면, 그 책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을 수 있어. 디지털 사본을 확보해 두는 게 안전해. 특히 소장처가 몇 곳 안 되는 자료라면 지금 확인해 두는 게 나아.
정책 담당자에게는 공백이 하나 드러났어. 저작권법은 복제와 배포를 규율하지 물건의 파괴를 규율하지 않아. 문화재 보호법은 지정된 문화재에만 적용되고, 대량 유통된 일반 서적은 대상이 아니야. 그 사이에 낀 '희귀하지만 문화재는 아닌 인쇄물'에 대해서는 아무 규정이 없어. 이번 보도가 그 틈을 정확히 비췄어.
일반 독자에게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어. 다만 "AI가 어디서 배웠는가"라는 질문에 이제 종이책 파쇄라는 답이 하나 추가됐다는 건 알아 둘 만해. 웹에서 긁었다는 답이 익숙했다면, 이제는 누군가 산 책을 잘라 스캔했다는 답도 함께 떠올려야 해. 학습 데이터의 물리적 원가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국면이야.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이거 불법 아니야? 지금 기준으로는 합법일 가능성이 높아. 2025년 바츠 대 앤스로픽 판결에서 법원은 구매한 책을 파괴적으로 스캔하는 행위를 공정이용으로 봤어. 아마존은 그 판례가 그린 선 안에서 움직이고 있어. 문제 삼으려면 법이 바뀌어야 해.
— 왜 굳이 책을 없애? 스캔만 하면 되잖아. 비파괴 스캔은 훨씬 느리고 비싸. 등을 잘라 낱장으로 만들면 고속 스캐너에 넣어 한 권을 몇 분 만에 처리할 수 있어. 대량 처리에서는 이 차이가 결정적이야. 보존 가치를 비용 항목으로 계산하지 않으면 나오는 결론이지.
— 스캔한 데이터를 나중에 공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가능성은 낮아 보여. 이 데이터의 가치가 배타성에서 나오거든. 공개하면 경쟁사도 같은 데이터를 쓰게 되니까 자산 가치가 사라져. 구글 북스가 일부를 검색으로 공개한 것과는 목적 자체가 달라. 다만 여론이 충분히 나빠지면 일부라도 공개하는 방식으로 타협할 여지는 남아 있어.
참고 자료
- We Tracked a Shipment of Rare Books. It Ended at an Amazon AI Training Facility (404 Media, 2026-08-17) — 이번 보도의 원문. 추적기 취재 방법, 라스베이거스 VGT3 시설, 공룡 로고, 아마존의 공식 답변이 여기 있어.
- Amazon, once an online bookseller, is destroying rare books to train AI models (TechCrunch, 2026-08-17) — 학습 데이터 고갈과 2022년 이전 텍스트의 가치라는 맥락을 정리한 후속 보도.
- Anthropic's landmark $1.5B copyright settlement is approved (TechCrunch, 2026-07-20) — 해적판 사용에 대한 15억 달러 합의의 최종 승인. 구매 경로와 해적 경로가 법적으로 어떻게 갈렸는지 확인할 수 있어.
- Mixed Decision in Anthropic AI Case (Authors Guild) — 바츠 대 앤스로픽 판결 요지. 구매 도서의 파괴적 스캔이 공정이용으로 인정된 근거와 저자 단체의 반박이 함께 정리돼 있어.
- Model collapse: scientists warn against letting AI eat its own tail (TechCrunch, 2024-07-24) — 왜 2022년 이전 인쇄물이 귀해졌는지를 설명하는 연구 배경.
수치와 기준은 보도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