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는 그대로 두고 눈만 붙였는데, 세 개를 이겼어
딥시크가 8월 21일 첫 멀티모달 모델을 내놨어. 이름은 deepseek-v4-flash-vision-exp. 이름 끝에 붙은 exp가 말해주듯 실험 모델이고, 가중치 공개 없이 API로 먼저 풀렸어.
재밌는 건 딥시크가 이걸 소개한 방식이야. "새 모델을 만들었다"가 아니라 "V4-Flash에 이미지 입력을 붙였다"고 설명했어. 그리고 그 말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하나 붙였어 — 순수 텍스트 능력(에이전트, 추론, 세계 지식)은 기존 V4-Flash와 동등하게 유지된다는 거야.
이게 왜 중요하냐면, 멀티모달을 붙이면서 텍스트 성능이 깎이는 건 이 바닥의 오래된 세금이거든. 비전 인코더를 얹고 이미지-텍스트 정렬 학습을 돌리면 원래 잘하던 코딩이나 수학이 미묘하게 무뎌지는 일이 흔했어. 딥시크는 그 세금을 안 냈다고 주장하는 거야.
그리고 시각이 필요한 에이전트 벤치마크로 가면 이야기가 더 재밌어져. 딥시크는 이 모델이 V4-Flash 대비 "큰 도약"을 했고 멀티모달 에이전트 능력이 Opus 4.8에 근접했다고 밝혔어. 그런데 실제 숫자를 뜯어보면 근접 정도가 아니라 세 개 벤치마크에서는 아예 앞섰어.
등장인물 정리 — 딥시크, V4-Flash, 그리고 Opus 4.8
딥시크는 설명이 좀 필요해. 중국 항저우 기반의 AI 연구소인데, 헤지펀드 하이플라이어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출신이 늘 따라다녀. 2025년 초 R1으로 세계를 한 번 흔들었고, 그 뒤로도 "프론티어 성능을 훨씬 싼 값에"라는 포지션을 놓지 않고 있어. 이 회사가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한 게 하나 있었는데, 그게 멀티모달이야.
V4-Flash는 딥시크의 경량·고속 라인이야. 플래그십이 아니라 "빠르고 싸게 많이 돌리는" 용도로 설계된 모델이지. 딥시크가 첫 멀티모달을 플래그십이 아니라 Flash 라인에 붙인 건 우연이 아니야. 비전이 실제로 돈이 되는 지점은 대부분 대량 처리거든 — 스크린샷 수천 장, 문서 스캔 수만 페이지, 브라우저 자동화 루프의 매 스텝마다 찍히는 화면. 여기서 필요한 건 최고 지능이 아니라 감당 가능한 단가야.
Opus 4.8은 비교 대상으로 세워진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이야. 딥시크가 자기 경량 모델의 비교군으로 상대 회사의 최상위 라인을 고른 것 자체가 메시지야. "우리 Flash가 너희 Opus랑 붙는다"는 말을 벤치마크 표로 하고 있는 거지.
이 구도가 예전 R1 때와 똑같다는 걸 눈치챘을 거야. 딥시크의 공식은 늘 같아. 성능 곡선의 맨 꼭대기를 노리는 게 아니라, 꼭대기 근처를 훨씬 싼 값에 재현해서 가격표로 판을 흔드는 거.
그리고 이번엔 그 공식에 하나가 더 붙었어. 딥시크는 멀티모달을 별도 모델로 만들지 않고 기존 라인의 확장으로 붙였어. 이게 사용자 입장에서 뜻하는 건 마이그레이션 비용이 거의 없다는 거야. V4-Flash로 짜둔 프롬프트와 툴 정의를 그대로 두고 모델 ID만 바꾸면 이미지가 들어가. Chat Completions, Messages, Responses 세 가지 API 형식을 모두 지원한다고 밝혔으니, 앤트로픽 스타일이든 오픈AI 스타일이든 쓰던 코드 모양을 유지할 수 있어. 새 모델을 평가할 때 가장 큰 장벽이 보통 "다시 짜야 하나"인데 그걸 없앤 거지.
벤치마크를 뜯어보면
공개된 숫자를 정리하면 이래.
| 벤치마크 | DeepSeek-V4-Flash-Vision-Exp | Opus 4.8 | 차이 |
|---|---|---|---|
| DeepSWE | 우세 | — | +1.3 |
| Agents' Last Exam | 우세 | — | +1.6 |
| ZeroBench | 우세 | — | +1.0 |
| ApexBench | 36.5 | 39.4 | −2.9 |
| NL2Repo | 57.7 | 69.7 | −12.0 |
이 표를 정직하게 읽으면 이래. 딥시크가 이긴 세 개는 격차가 1~2점 수준이야. 벤치마크 노이즈 범위에 걸치는 폭이라 "확실히 더 낫다"고 말하기엔 이른 차이지. 반대로 진 두 개 중 NL2Repo는 12점 차야. 이건 노이즈가 아니라 실력 차이로 봐야 해.
NL2Repo가 뭘 재는지 보면 이 격차의 성격이 보여. 자연어 요구사항에서 레포지토리 단위의 코드를 만들어내는 과제야. 파일 여러 개, 의존성, 프로젝트 구조를 한꺼번에 다뤄야 하고, 긴 호흡의 계획 능력이 필요해. 딥시크가 가장 약한 지점이 정확히 거기라는 거야 — 짧고 국소적인 판단은 따라잡았는데, 길고 구조적인 작업은 아직 12점 뒤에 있어.
반대로 딥시크가 이긴 ZeroBench는 성격이 달라. 사람에게는 쉽지만 모델에게는 유독 어려운 시각 추론 문제를 모아둔 벤치마크야. 여기서 앞섰다는 건 이미지 자체를 읽는 능력, 그러니까 "화면에 뭐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기초 시각 능력이 준수하다는 뜻이지.
그래서 종합하면 이래. 이 모델은 보는 건 잘하고, 보면서 오래 계획하는 건 아직 덜 됐어. 그리고 딥시크 스스로 모델 이름에 exp를 박아 그 미완성을 인정하고 있어.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게 있어. 딥시크가 공개한 건 벤치마크 비교 이미지 한 장이고, 평가 프로토콜 전문이나 재현 코드는 릴리스 노트에 없었어. 어떤 프롬프트로 몇 번 돌려 평균을 냈는지, 툴 사용을 허용했는지 같은 조건이 안 보여. 1~2점 차이가 의미를 가지려면 그 조건이 공개돼야 하는데 아직은 아니야. 그러니까 지금 표에서 읽어야 할 건 "딥시크가 이겼다"가 아니라 "같은 링에 올라왔다" 정도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뉴스지만, 그 이상으로 읽으면 과해.
이미지 입력 규격을 뜯어보면
공식 Vision 가이드에 적힌 한도가 꽤 구체적이야. 지원 포맷은 JPEG, PNG, GIF, WebP. 한 요청에 이미지를 최대 600장까지 넣을 수 있고, Files API를 안 쓰면 총 64MiB, Files API로 올린 이미지까지 합치면 200MiB까지 올라가. 개별 이미지는 base64나 URL로 넣을 때 32MiB, Files API 경유면 64MiB야. 외부 URL은 8192자를 넘으면 안 돼.
해상도 쪽에 함정이 하나 있어. 변당 최대 8192픽셀인데, 한 요청에 이미지를 15장 이상 넣으면 이 상한이 4096으로 떨어져. 스캔 문서처럼 작은 글씨가 많은 입력을 배치로 밀어 넣다가 이 조건에 걸리면 인식률이 조용히 나빠질 수 있어. 배치 크기를 15장 미만으로 끊는 게 안전한 기본값이야.
과금 구조는 앞서 말한 대로 이미지 한 장당 최대 384토큰이고, 시스템이 자동으로 800×800 근처로 리사이즈해서 그 상한을 지켜. 이 설계가 주는 건 예측 가능성이야. 원본이 4K든 1080p든 청구서에 찍히는 토큰 수의 상한이 같아. 반대로 말하면 아주 세밀한 디테일이 필요한 작업 — 예를 들어 고해상도 회로도에서 작은 라벨을 읽어내는 일 — 에서는 리사이즈 때문에 정보가 날아갈 수 있어. 용도를 가려서 써야 해.
각자의 이득 — 이 발표에서 누가 뭘 가져가나
딥시크가 가져가는 건 카테고리 진입 그 자체야. 지금까지 딥시크를 쓸 수 없었던 워크로드가 통째로 하나 있었어 — 화면을 봐야 하는 에이전트, 문서 이미지 파이프라인, UI 자동화. 그 문이 열린 거야. 성능이 최고가 아니어도 상관없어. "쓸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늘어난 것만으로 가격 협상 테이블의 모양이 바뀌거든.
개발자가 가져가는 건 단가야. 딥시크는 이미지를 장당 최대 384토큰으로 환산하고, 그걸 V4-Flash 텍스트 요금으로 과금한다고 밝혔어. 이미지를 자동으로 800×800 근처로 리사이즈해서 토큰 상한을 묶어두는 구조야. 이게 실무에서 뜻하는 건 명확해 — 이미지 100만 장을 처리해도 비용이 예측 가능한 선형으로 늘어나. 고해상도 이미지를 타일로 쪼개 토큰이 폭발하는 방식과는 청구서 모양이 완전히 달라.
Files API도 같이 열렸는데 이게 은근히 커. 이미지를 한 번 올리고 file_id로 여러 요청에서 재참조할 수 있고, 업로드 자체는 무료야. 같은 이미지를 반복해서 물어보는 에이전트 루프에서 왕복 대역폭과 지연이 통째로 사라져.
앤트로픽이 가져가는 건... 솔직히 별로 없어. 다만 NL2Repo 12점 차는 앤트로픽 영업팀이 한동안 들고 다닐 슬라이드가 될 거야. "짧은 시각 과제는 따라왔지만 실제 소프트웨어 작업은 아직"이라는 프레임이지.
기존 비전 API 사업자들 — 클라우드 3사의 문서 인식 서비스나 전용 OCR 벤더들 — 은 반대로 압박을 받아. 이들 상당수가 페이지당 과금 모델을 쓰는데, 장당 384토큰 상한이라는 구조는 그 단가와 직접 비교당하기 쉬워. 게다가 범용 모델이라 "인식한 다음 뭘 할지"까지 한 번에 처리돼. 인식과 판단이 분리된 파이프라인은 이 지점에서 계속 밀려왔고, 이번 발표는 그 흐름을 한 칸 더 밀었어.
과거 유사 사례 — 추격자가 벤치마크를 이겼을 때 실제로 벌어진 일
2025년 1월 R1이 나왔을 때를 기억하면 이 상황이 익숙할 거야. R1은 몇몇 추론 벤치마크에서 o1급 숫자를 찍었고 시장은 실제로 흔들렸어. 그런데 그 뒤 6개월간 벌어진 일은 "딥시크가 오픈AI를 대체했다"가 아니었어. 가격이 내려갔고, 오픈웨이트 추론 모델이 표준 옵션이 됐어. 추격자가 벤치마크를 이기면 1위가 바뀌는 게 아니라 바닥 가격이 바뀌는 거야.
반대 사례도 있어. 2024년 이후 여러 회사가 "GPT-4급 멀티모달"을 벤치마크로 주장했지만 실사용에서 무너진 경우가 많았어. 이유는 대체로 같았어 — 벤치마크는 깨끗한 이미지 한 장을 주는데, 현장은 흐릿한 스크린샷과 잘린 표와 회전된 스캔이거든. 시각 모델의 진짜 시험대는 벤치마크가 아니라 더러운 입력이야.
그리고 실험 모델 딱지의 역사도 봐야 해. exp 계열은 예고 없이 스펙이 바뀌거나 조용히 사라지는 일이 잦아. 프로덕션에 실험 엔드포인트를 물려놨다가 데드라인 직전에 응답 포맷이 바뀌어 고생한 팀이 한둘이 아니야. 이번 모델도 그 위험은 그대로야.
한편 "경량 라인에 비전을 먼저 붙인다"는 선택 자체는 최근 몇 년의 정석에 가까워. 구글이 Flash 라인에 멀티모달을 먼저 태워 대량 처리 시장을 가져갔고, 오픈AI도 mini 계열로 같은 길을 갔어. 최상위 모델에 비전을 붙이면 데모는 화려하지만 단가 때문에 실제 파이프라인에 안 들어가거든. 딥시크는 그 교훈을 건너뛰지 않고 바로 실전 구간에 붙였어. 첫 시도치고는 시장을 정확히 읽은 편이야.
경쟁자 카운터 플레이
앤트로픽 입장에서 급한 대응은 없어 보여. Opus 4.8은 여전히 두 개 벤치마크에서 앞서 있고, 그중 하나는 12점 차야. 다만 "경량 모델이 최상위 모델과 시각 과제에서 붙는다"는 서사가 반복되면 Haiku·Sonnet 급의 비전 성능과 가격을 다시 손봐야 하는 압력이 생겨.
오픈AI와 구글은 이미 멀티모달이 기본값이라 카테고리 방어보다는 단가 방어가 쟁점이야. 특히 구글은 Flash 라인으로 저가 대량 처리를 정확히 같은 논리로 공략해왔어. 딥시크가 그 자리에 들어온 거니까 가장 직접적으로 겹치는 건 사실 구글이야.
중국 내 경쟁자들 — 알리바바 큐원, 문샷 계열 — 은 이미 멀티모달을 내놓은 상태였어. 그러니까 이번 발표는 딥시크가 국제 선두를 따라잡은 사건이라기보다, 자국 경쟁자 대비 뒤처져 있던 칸을 채운 사건에 가까워. 이 각도로 보면 뉴스의 크기가 좀 달라져.
그리고 오픈웨이트 진영에는 다른 변수가 있어. 딥시크가 이번엔 가중치를 공개하지 않았어. R1 때 딥시크에 열광했던 이유의 절반은 "직접 돌릴 수 있다"였는데, 이번엔 그게 빠졌어. API 전용 실험 모델은 딥시크답지 않은 형태고, 이게 일시적인지 방향 전환인지는 아직 몰라.
규제 환경도 변수야. 미국과 유럽 일부 기관은 중국 기반 AI 서비스에 데이터를 보내는 걸 정책으로 막고 있어. 텍스트 모델일 때도 있던 제약인데, 이미지가 들어가면 얘기가 더 민감해져. 스크린샷에는 내부 시스템 화면, 고객 정보, 사내 문서가 그대로 찍히거든. 가중치가 공개되지 않아 온프레미스 대안이 없다는 점이 여기서 실질적인 걸림돌이 돼. 가격이 아무리 좋아도 이 문턱을 못 넘는 조직이 꽤 있을 거야.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에이전트를 만드는 개발자라면 — 화면을 봐야 하는 워크플로우의 비용 견적을 다시 뽑아볼 만해. 장당 384토큰 상한이라는 구조는 대량 스크린샷 처리에서 특히 유리해. 다만 exp 엔드포인트라 프로덕션 직결은 위험하고, 파일럿이나 배치 작업부터 태우는 게 맞아.
문서·OCR 파이프라인을 돌리는 팀이라면 — 요청당 이미지 600장, Files API까지 포함하면 200MiB라는 한도는 배치 처리에 넉넉해. 다만 한 요청에 15장 이상 넣으면 변 최대 픽셀이 8192에서 4096으로 떨어지니까, 작은 글씨가 많은 스캔이면 배치 크기를 줄이는 게 나아.
모델 선택을 결정하는 위치라면 — NL2Repo 12점 차를 그냥 넘기지 마. 짧은 시각 판단이 대부분인 업무면 딥시크가 매력적이지만, 레포 단위로 코드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면 아직 격차가 실질적이야.
투자자나 시장을 보는 입장이라면 — 이 발표의 의미는 순위가 아니라 가격이야. 딥시크가 멀티모달 칸에 들어온 순간부터 비전 API의 단가 곡선은 아래로 눌리기 시작해. R1 때 텍스트에서 벌어진 일이 이미지에서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그냥 AI를 쓰는 사람이라면 — 당장 바뀌는 건 별로 없어. 다만 앞으로 쓰게 될 이미지 인식 기능들의 가격이 조용히 내려갈 거야.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딥시크가 Opus 4.8보다 나은 거야? 아니, 그렇게 말하긴 어려워. 이긴 세 개는 1~2점 차고 진 하나는 12점 차야. 정확히는 "짧은 시각 과제에서는 붙고, 긴 구조적 작업에서는 아직 뒤진다"가 맞아. 그리고 딥시크가 비교한 건 자기 경량 모델과 상대 최상위 모델이라 체급이 다르다는 점도 같이 봐야 해.
— 가중치는 언제 공개돼?
발표에 그 얘기가 없었어. 딥시크가 오픈웨이트로 이름을 알린 회사라 다들 기대하지만, 이번 릴리스는 API 전용이야. exp 딱지가 붙은 실험 모델이라 안정화 후 공개할 수도 있고, 멀티모달만 다르게 갈 수도 있어. 단정하긴 일러.
— 지금 프로덕션에 넣어도 돼? 권하진 않아. 실험 엔드포인트는 예고 없이 스펙이 바뀌거나 사라질 수 있어. 비용 구조가 매력적이니까 배치 작업이나 내부 도구로 먼저 검증하고, 폴백 경로를 반드시 붙여두는 게 안전해.
참고 자료
- DeepSeek API Docs — DeepSeek-V4-Flash-Vision-Exp Release, Multimodal API Now Live (2026-08-21, 공식 릴리스 노트)
- DeepSeek API Docs — Vision 가이드 (이미지 입력 규격·384토큰 과금·Files API 공식 문서)
- DeepSeek API Docs — Change Log (모델 릴리스 이력)
- The Decoder — DeepSeek releases experimental Flash vision model that rivals Opus 4.8 on agent benchmarks (2026-08-21)
- SiliconANGLE — DeepSeek debuts multimodal language model competitive with Opus 4.8 (2026-08-21)
- The Next Web — DeepSeek launches an experimental multimodal model to rival Anthropic (2026-08-21)
수치는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