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라는 숫자가 유독 튀는 이유

미국 보험중개사 IMA Financial Group이 8월 18일 발표한 내용은 이래. AI 실험 단계를 끝내고 전사 도입을 완료했으며, 3000명이 넘는 임직원 중 95% 이상이 매일 AI를 쓰고, 사내에 수천 개의 에이전틱 워크플로우가 돌고 있다는 거야.

이 숫자가 왜 튀는지는 다른 데이터와 나란히 놓으면 바로 보여.

바로 며칠 전 Linear이 공개한 자사 데이터에서 AI 도입률이 가장 높은 직군이 프로덕트였는데 **34%**였어. 엔지니어링은 30%. 그것도 스타트업이 많이 쓰는 개발 도구의 유료 사용자 기준이니까 이미 편향된 표본에서 나온 숫자지. 소프트웨어 업계 한복판에서 30%대인데, 보험중개사가 95%를 말하고 있어.

그러니까 이 발표를 읽는 첫 번째 태도는 감탄이 아니라 질문이어야 해. 무엇을 세었길래 95%가 나왔을까. 그리고 그 질문을 끝까지 따라가면, 이 사례에서 배울 게 있는 부분과 그냥 홍보인 부분이 꽤 깔끔하게 갈려.

등장인물 정리 — IMA는 어떤 회사야

IMA Financial Group은 북미 보험중개사야. 리스크 관리, 도매 중개(wholesale brokerage), 투자자문을 하는 회사고, 임직원은 3000명이 넘어. 여러 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있어.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직원 다수 소유(majority employee-owned) 구조라는 거야. 이게 이 뉴스를 이해하는 데 생각보다 중요해. 직원이 회사 지분을 갖고 있으면 새 도구 도입에 대한 저항의 성격이 달라지거든. 효율화가 "내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지분 가치를 올리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생겨. 전사 AI 도입이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가 기술이 아니라 조용한 비협조라는 걸 감안하면, 이 지배구조는 실질적인 변수야.

보험중개업이 어떤 일인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어. 중개사는 보험을 파는 게 아니라 기업 고객과 보험사 사이에 서서 위험을 구조화하고 조건을 협상하는 일을 해. 그러니까 하루의 상당 부분이 문서 작업이야. 보험 약관을 읽고, 여러 보험사의 견적을 비교하고, 과거 계약과 조건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대조하고, 고객에게 설명할 요약을 만들어.

이 업무 구성이 왜 중요하냐면, 지금 AI가 가장 잘하는 일과 거의 정확히 겹쳐. 긴 문서 읽기, 여러 버전 비교, 요약 생성, 구조화된 정보 추출. 보험중개는 AI 도입 난이도로 따지면 쉬운 축에 속하는 업종이야.

그리고 이 사실이 95%라는 숫자를 조금 다르게 보이게 해. 이 회사가 특별히 뛰어난 변혁을 해낸 것일 수도 있지만, 그냥 업종이 유리했던 것일 수도 있어. 제조업 현장이나 물류 창고에서 같은 숫자를 만들려면 완전히 다른 난이도의 문제를 풀어야 하거든. 도입률만 떼어내서 업종 간 비교를 하면 오해가 생겨.

발표를 뜯어보면

항목 내용
발표일 2026년 8월 18일
임직원 규모 3000명 이상
일일 AI 사용률 95% 이상
에이전틱 워크플로우 수천 개
적용 업무 리서치, 분석, 문서 비교, 워크플로우 자동화
내부 조직 AI Studio
전략 플랫폼 비종속(platform-agnostic)
지배구조 직원 다수 소유

핵심 문장은 회사가 직접 쓴 표현에 있어. AI를 일상 업무에 내재화하되, 고객 성과를 좌우하는 전문성과 판단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는 거야.

그리고 이걸 뒷받침하는 조직이 AI Studio야. 임직원, 기술자, AI 전문가가 함께 아이디어와 파일럿을 전사에서 쓸 수 있는 도구로 바꾸는 곳이라고 설명돼 있어. 즉 IT 부서가 도구를 사서 내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현업이 만든 걸 확산시키는 구조야.

CEO 롭 코언(Rob Cohen)의 인용문이 그 철학을 요약해.

"IMA에게 AI는 기술 전환이 아니라 사람의 전환이야. 이미 도입된 수천 개의 에이전틱 AI 워크플로우보다 그걸 더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어. 전부 우리 임직원의 혁신이 이끈 거니까."

데이터·AI 담당 부사장 메건 컬렌마이어(Megan Cullen-Meyer)의 말은 더 직설적이야.

"IMA는 AI를 우리 사업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외주하지 않아. 우리 임직원이 우리 고객과 우리 워크플로우, 그리고 인간의 판단이 어디서 중요한지를 이해하고 있으니까."

'외주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이 발표의 진짜 주장이야. 컨설팅사가 설계한 변혁 프로그램이 아니라 내부에서 자란 것이라는 거지. 대형 컨설팅 주도의 AI 전환이 값비싼 파워포인트로 끝나는 사례가 쌓인 뒤라, 이 구분을 앞세운 건 의도적인 포지셔닝으로 보여.

이 구조가 왜 중요한지는 실패 사례를 보면 알아. 전사 AI 도입이 무너지는 전형적인 경로가 이래. IT나 혁신 조직이 도구를 고르고, 파일럿을 몇 개 돌리고, 전사 배포를 선언해. 그런데 현업은 그 도구가 자기 실제 업무의 어느 지점에 들어가는지 모르고, 기존 방식이 여전히 빠르니까 안 써. 몇 달 뒤 사용률 대시보드에 하향 곡선이 그려지고 프로젝트는 조용히 종료돼.

AI Studio는 그 순서를 뒤집어. 도구를 먼저 고르는 게 아니라 현업이 자기 업무에서 아픈 지점을 들고 오게 하고, 기술 인력이 그걸 확산 가능한 형태로 다듬어. 이러면 "왜 이걸 써야 하지"라는 질문이 애초에 안 생겨. 만든 사람이 쓸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 숫자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정직하게 짚자. 이건 회사가 스스로 발표한 보도자료고, 독립적인 검증은 없어.

몇 가지가 공개되지 않았어.

첫째, '매일 AI를 쓴다'의 정의가 없어. 사내 채팅 어시스턴트를 하루 한 번 여는 것도 사용이고, 에이전트에게 견적 비교를 맡기는 것도 사용이야. 둘 사이의 깊이 차이는 어마어마한데 같은 95%에 묶여.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런 지표는 로그인 이벤트나 도구 접속 기록으로 집계되고, 그렇게 세면 숫자는 쉽게 올라가.

둘째, '수천 개의 에이전틱 워크플로우'의 정의도 없어. 이게 복잡한 다단계 자동화 수천 개인지, 아니면 임직원이 저장해둔 프롬프트 템플릿 수천 개인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 보도자료는 구체적인 개수도, 예시도 제시하지 않았어.

셋째, 가장 중요한 게 빠졌어. 성과 수치가 없어. 처리 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 수주율이 올랐는지, 인력 구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비용이 어떻게 됐는지 — 아무것도 안 나왔어. 발표된 건 전부 투입 지표야. 산출 지표는 하나도 없어.

이건 흔한 패턴이야. 전사 AI 도입을 선언하는 보도자료의 대다수가 사용률을 말하고 성과를 말하지 않아. 성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초기에는 측정이 어렵고 나쁜 숫자가 나오면 발표를 안 하기 때문이지.

그래서 이 발표의 정확한 무게는 이래. "우리는 도구를 깔았고 사람들이 연다"는 사실의 확인이고, "그래서 회사가 더 잘하게 됐다"의 증거는 아니야. 전자도 쉬운 일은 아니야. 다만 후자와 혼동하면 안 돼.

넷째, 리스크 관리에 대한 언급이 얇아. 보험중개는 규제 산업이고, 잘못된 약관 해석이나 누락된 조건은 실제 배상 책임으로 이어져. 발표에는 '책임 있는 거버넌스'라는 표현이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검증하는지, 에이전트 출력을 사람이 어느 단계에서 확인하는지는 안 나왔어. 수천 개의 워크플로우가 돈다면 그 검증 체계가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말이야.

각자의 이득

IMA가 가져가는 건 채용과 영업에서의 포지션이야. 보험중개업은 인재 이동이 잦고,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는 평판은 좋은 브로커를 데려오는 데 실제로 도움이 돼. 기업 고객 입장에서도 "우리 브로커가 견적 100건을 하루 만에 비교한다"는 건 팔리는 이야기야.

임직원이 가져가는 건 반복 업무의 감소야. 발표에 따르면 정보를 모으는 데 쓰던 시간이 줄고 고객의 복잡한 의사결정을 돕는 데 더 쓰게 됐다고 해. 보험중개에서 가치가 나오는 지점이 후자라는 걸 감안하면 방향은 맞아.

AI 도입을 검토하는 다른 비(非)테크 기업이 가져가는 게 사실 제일 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건 기술 선택이 아니라 조직 설계거든. AI Studio라는 현업 주도 구조, 직무별 맞춤 교육, 플랫폼 비종속 전략. 이 세 가지가 조합된 형태는 참고할 만한 템플릿이야.

특히 플랫폼 비종속은 실무적으로 의미가 커. 특정 모델 제공사에 워크플로우를 묶지 않겠다는 뜻인데, 모델 성능과 가격이 몇 달 단위로 뒤집히는 지금 환경에서는 합리적인 방어야. 다만 대가가 있어 — 여러 모델을 붙이는 추상화 계층을 직접 유지해야 하고, 각 모델의 강점에 맞춘 최적화는 포기하게 돼.

반대로 이 사례에서 배울 게 없다고 보는 것도 게을러. 사용률 95%가 얕은 사용이라 해도, 3000명 규모 조직에서 도구 접근성과 기본 교육을 그 정도로 깔아놓은 것 자체가 만만한 일이 아니야. 대부분의 조직은 그 단계에서 막혀. 라이선스는 샀는데 절반이 한 번도 안 열어본 상태 말이야. 깊이는 그다음 문제고, 넓이 없이 깊이가 생기진 않아.

과거 유사 사례 — '전사 도입'이라는 말의 역사

기업이 새 기술의 '전사 도입'을 선언한 역사는 길고, 결과는 갈렸어.

2010년대 초 '전사 소셜(enterprise social)' 붐이 있었어. 사내 SNS를 깔고 전 직원이 가입했다는 발표가 줄을 이었지. 가입률은 높았고 실제 사용은 몇 달 뒤 급락했어.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가 대체하려던 기존 행동이 여전히 더 편했다는 거야.

반대 사례는 클라우드 전환이야. 초기엔 "왜 굳이"라는 저항이 컸지만, 한 번 넘어간 조직은 되돌아가지 않았어. 차이는 명확했어. 클라우드는 하지 않으면 손해가 나는 구조를 만들었거든.

AI가 어느 쪽인지는 업종마다 달라. 그리고 보험중개는 클라우드 쪽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아. 문서 비교와 요약이 업무의 뼈대인 업종에서, 그걸 하루 만에 끝내는 경쟁사가 생기면 안 하는 선택지가 사라지거든.

한 가지 더. 엔터프라이즈 AI 파일럿의 대다수가 확산 단계에서 실패한다는 이야기가 지난 1년간 업계에서 반복됐어. 그 실패의 원인으로 가장 자주 지목된 게 현업 참여 부재야. IT가 만든 걸 현업이 안 쓰는 구조. IMA의 AI Studio는 정확히 그 실패 모드를 겨냥한 설계로 보여. 그게 실제로 작동했는지는 성과 수치가 나와야 알겠지만, 진단 자체는 정확해.

경쟁자 카운터 플레이

보험중개 시장의 대형사들 — 마쉬, 에이온, 윌리스, 갤러거 — 은 IMA보다 훨씬 크고 자체 기술 조직도 크게 굴려. 이들이 같은 발표를 하면 숫자는 더 클 거야. 다만 규모가 클수록 전사 도입은 어려워져. 3000명에서 95%를 만드는 것과 5만 명에서 95%를 만드는 건 다른 문제거든.

그래서 IMA가 노리는 프레임은 규모가 아니라 속도로 보여. 중견 규모라서 빨리 움직였다는 이야기지. 실제로 이 크기 구간의 회사들이 전사 전환에서 가장 유리한 경우가 많아 — 조직 설득이 가능한 크기이면서 자원은 충분한 지점.

인슈어테크 스타트업들은 다른 압박을 받아. 이들의 상당수가 "기존 중개사는 느리다"를 전제로 만들어졌는데, 기존 중개사가 3000명 규모로 에이전트를 돌리기 시작하면 그 전제가 흔들려. 유통망과 고객 관계를 이미 가진 쪽이 기술을 따라잡는 게, 기술을 가진 쪽이 유통망을 만드는 것보다 대체로 빠르거든.

다만 중견 규모의 약점도 있어. 자체 모델 파인튜닝이나 대규모 데이터 인프라 구축은 대형사가 유리해. IMA가 플랫폼 비종속 전략을 택한 게 이 지점과 연결돼 보여 — 직접 만들 수 없으면 잘 고르고 잘 갈아타는 쪽으로 가는 거지.

보험사 본체 쪽에서는 다른 그림이 나와. 중개사가 견적을 대량으로 자동 비교하기 시작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조건 경쟁이 더 투명해지고 치열해져. 중개사의 AI 도입이 보험사의 마진에 압력을 주는 구조야.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비테크 기업에서 AI 도입을 맡고 있다면 — 참고할 건 도구가 아니라 구조야. 현업이 만든 걸 확산시키는 조직(AI Studio형), 직무별 교육, 플랫폼 비종속. 이 셋의 조합이 이 사례의 실제 내용이야.

보험이나 금융업에 있다면 — 문서 비교·약관 분석·견적 대조 업무가 자동화 대상 1순위라는 게 다시 확인됐어. 아직 사람이 엑셀로 비교하고 있다면 경쟁사는 이미 다르게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그리고 이 격차는 고객에게 견적 회신 속도로 바로 드러나는 종류라 숨기기 어려워.

이 숫자를 벤치마크로 쓰려는 입장이라면 — 조심해. 95%는 검증되지 않은 자기 보고고, '사용'의 정의도 공개되지 않았어. 자기 조직 목표를 이 숫자에 맞추면 도구를 여는 행위 자체를 KPI로 만드는 함정에 빠지기 쉬워.

리스크·컴플라이언스를 담당한다면 — 에이전트 워크플로우가 수천 개 돌아가는 조직에서 검증 체계가 어떻게 설계되는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야. 규제 산업에서 이 부분이 먼저 무너지면 도입 속도 전체가 되돌려질 수 있어.

AI 업계를 보는 입장이라면 — 주목할 건 도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거야. 테크 기업 얘기만 나오던 자리에 보험중개사가 들어왔어. 소프트웨어 회사보다 문서 업무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 실제 도입률이 더 높게 나오는 구간이 왔을 수 있어.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95%가 진짜야? 회사 자체 발표라 검증은 안 됐고, '매일 사용'의 정의도 공개되지 않았어. 도구에 접속한 기록으로 세면 이 정도 숫자는 나올 수 있어. 완전히 못 믿을 이유도 없지만, 깊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읽으면 안 돼.

— 그래서 사람이 줄었어? 그 얘기가 전혀 없었어. 오히려 발표의 톤은 반대야 — 임직원이 정보 수집에 덜 쓰고 고객 자문에 더 쓴다는 프레임이지. 인력 규모 변화나 채용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어. 이런 발표에서 인력 얘기가 빠지는 건 흔한 일이라 여기서 결론을 내리긴 어려워.

— 우리 회사도 이렇게 할 수 있어? 업무 구성에 달렸어. 보험중개는 긴 문서 읽기와 비교가 업무의 뼈대라 AI와 궁합이 특히 좋은 업종이야. 물리적 작업이나 대면 비중이 높은 업종이면 같은 숫자가 나올 리 없어. 도입률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어떤 업무가 실제로 대체 가능한지부터 보는 게 맞아.

참고 자료

수치는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