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수가 무대에서 꺼낸 건 칩이 아니라 수표였어
2026년 7월 22일, AMD의 연례 행사 Advancing AI 2026 무대에서 나온 발표는 두 줄로 요약돼. AMD가 앤스로픽에 최대 5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하고, 앤스로픽은 AMD Instinct MI450 시리즈 GPU를 최대 2기가와트(GW) 규모로 배치한다. 첫 1GW 물량은 2027년 상반기부터 들어가고, 형태는 AMD의 랙스케일 시스템 'Helios'다. AMD 투자자관계(IR) 페이지에 올라온 공식 보도자료가 1차 출처고, 같은 내용이 AMD 뉴스룸과 글로브뉴스와이어에도 동시에 걸렸어.
숫자만 보면 익숙한 그림이지. 칩 회사가 AI 회사에 돈을 넣고, AI 회사는 그 돈으로 칩을 산다. 2025년 가을부터 반년 넘게 반복된 패턴이야. 그런데 이번 건은 디테일 하나가 다르다. 오픈AI와 메타는 AMD한테서 워런트(주식매수권)를 받았는데, 앤스로픽은 못 받았어. 대신 AMD가 앤스로픽 지분을 사는 방향, 즉 현금이 AMD에서 앤스로픽으로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그것도 앤스로픽이 배치 마일스톤을 달성할 때마다 쪼개서 집행되는 구조야. 같은 '순환 투자'라도 힘의 방향이 반대로 꺾인 거지.
시장 반응은 뜨거웠어. 발표 당일 AMD 주가는 장중 등락이 컸지만 이후 이틀 동안 시가총액이 약 850억 달러 늘어 9,000억 달러대에 올라섰다는 집계가 나왔다. 보도에 따라 당일 상승률을 2%대로 잡은 곳도, 10%대로 잡은 곳도 있으니 특정 숫자에 못을 박긴 이르지만, 방향은 하나였어. 투자자들이 본 건 50억 달러라는 지출이 아니라, 그 대가로 잠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서버 주문이었으니까.
이번 계약으로 AMD가 공개적으로 확보했다고 밝힌 AI 컴퓨트 약정은 프론티어 AI 기업 세 곳을 합쳐 약 14GW가 됐어. 오픈AI 6GW, 메타 6GW, 앤스로픽 2GW. 2년 전만 해도 AMD의 데이터센터 GPU 사업은 엔비디아 매출의 반올림 오차 취급을 받았는데, 이제는 프론티어 랩 세 곳이 모두 고객 명단에 올라 있다. 이게 이 딜의 진짜 무게야.
AMD와 앤스로픽, 둘 다 '2등의 반란'을 하고 있어
AMD는 오랫동안 GPU 시장의 확실한 2등이었어. 게임용 라데온은 지포스에 밀렸고, 데이터센터에서는 CUDA라는 소프트웨어 해자 앞에서 번번이 멈췄다. 리사 수가 2014년 CEO로 취임한 뒤 EPYC 서버 CPU로 인텔을 잡아먹는 데는 성공했지만, AI 가속기는 다른 싸움이었지. MI300X(2023)로 겨우 문턱을 넘었고 MI325X, MI355X를 거치면서 "쓸 만하긴 한데 CUDA가 없잖아"라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했어. 2026년 1분기 실적을 보면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58억 달러로 전년 대비 57% 늘었고 전사 매출은 103억 달러, 2분기 가이던스는 약 112억 달러였다. 성장은 확실한데, 엔비디아의 체급과 비교하면 여전히 격차가 크다.
앤스로픽 쪽 사정도 비슷하게 '강력한 2등'이야. 2021년 오픈AI 출신들이 나와 세운 회사고, 다리오 아모데이가 CEO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서 앤스로픽을 대표해 인용된 인물은 아모데이가 아니라 공동창업자이자 최고컴퓨트책임자(Chief Compute Officer)인 톰 브라운이었어. 이 직함 자체가 요즘 AI 회사가 뭘 중요하게 보는지 말해준다. GPT-3 논문의 제1저자였던 사람이 지금은 회사의 전력·랙·칩 조달을 총괄하고 있는 거야. 브라운은 "컴퓨트 접근권이 클로드를 프론티어에 유지하는 핵심"이고 "다양한 하드웨어 위에서 돌리면 워크로드를 맞는 하드웨어에 배치할 수 있다"고 했어.
앤스로픽의 성장 속도는 이 딜의 전제 조건이야. 2025년 말 약 90억 달러였던 연환산 매출(run-rate)이 2026년 4월 300억 달러를 넘었고, 5월에는 47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회사가 직접 밝혔다. 5월 28일에는 시리즈 H로 650억 달러를 조달하면서 포스트머니 기업가치 9,650억 달러를 찍었어. 알티미터·드래고니어·그린오크스·세쿼이아가 리드했고 캐피털그룹·코튜·D1·GIC·아이코닉·XN이 공동 리드로 붙었지. 1조 달러를 눈앞에 둔 비상장사가 된 거야.
문제는 그 돈이 거의 전부 컴퓨트로 나간다는 거지. 앤스로픽은 2025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와 손잡으며 Azure 컴퓨트 300억 달러어치 구매를 약정했고(엔비디아가 최대 100억 달러, MS가 최대 50억 달러를 앤스로픽에 투자), 2026년 4월 6일에는 구글·브로드컴과 차세대 TPU 수 기가와트를 계약했으며, 4월 20일에는 아마존과 최대 5GW·10년간 1,000억 달러 이상 규모로 확대 계약을 맺었어. 이미 100만 개가 넘는 Trainium2 칩을 쓰고 있고, Trainium3에서 Trainium4까지 로드맵이 걸려 있다. 여기에 AMD 2GW가 얹힌 거야.
리사 수의 표현은 이랬어. "이번 협력은 앤스로픽의 프론티어 AI 리더십과 AMD 고성능 컴퓨팅의 모든 역량을 결합한다." 마케팅 문장이지만, 뒤집으면 AMD가 뭘 아쉬워했는지도 보인다. AMD에 부족했던 건 트랜지스터가 아니라 자기 칩 위에서 실제로 프론티어 모델을 굴려주고 소프트웨어 버그를 찾아줄 파트너였거든.
딜의 뼈대: 마일스톤에 묶인 현금, 랙 단위로 세는 하드웨어
계약 구조를 뜯어보면 세 덩어리야. 첫째, 하드웨어. 앤스로픽은 MI450 시리즈 중 MI455X를 탑재한 Helios 랙스케일 시스템을 최대 2GW 규모로 배치한다. 여기에 6세대 EPYC 'Venice'(Zen 6) CPU, Pensando 계열 네트워킹, ROCm 소프트웨어 스택이 세트로 들어가. 앤스로픽은 이미 이전 세대인 MI355X를 운영 중이라 완전한 신규 도입은 아니고, 검증된 관계를 한 체급 위로 올리는 형태야.
둘째, 자금. AMD의 최대 50억 달러 투자는 한 번에 나가는 게 아니라 앤스로픽이 정해진 배치 마일스톤을 달성할 때마다 순차 집행돼. AMD 입장에선 앤스로픽이 실제로 랙을 세우고 전기를 끌어오지 못하면 돈도 안 나간다는 뜻이고, 회계적으로도 '매출을 사기 위한 지출'이라는 비판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설계지. 서버 계약 전체 규모는 공식적으로 금액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복수 매체는 수백억 달러대로 추정했어.
셋째, 엔지니어링. 이게 의외로 핵심이다. 양사는 다년간 공동 엔지니어링에 들어가는데, 클로드를 써서 AMD Instinct GPU용 워크로드를 최적화하고 ROCm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속한다. 동시에 AMD는 사내 엔지니어링·제품개발 조직 전반에 클로드를 도입해. AMD가 CUDA에 10년 넘게 밀린 이유가 컴파일러·커널·라이브러리 생태계의 인력 부족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코드 짜는 AI로 그 격차를 메운다"는 발상은 꽤 직설적이야.
하드웨어 사양은 같은 날 공개된 Helios 스펙에서 확인돼. 랙 하나에 MI455X 72장이 들어가고, 이게 하나의 스케일업 도메인으로 묶인다.
| 항목 | 내용 |
|---|---|
| 발표일 | 2026년 7월 22일 (AMD Advancing AI 2026) |
| 투자 | AMD → 앤스로픽 최대 50억 달러 지분 투자, 배치 마일스톤 연동 집행 |
| 워런트 | 없음 (오픈AI·메타 딜과 결정적 차이) |
| 총 배치 규모 | Instinct MI450 시리즈 최대 2GW |
| 1차 배치 | 첫 1GW, 2027년 상반기 시작 |
| GPU | Instinct MI455X, CDNA 5 아키텍처, HBM4 432GB, 칩당 FP4 최대 40 PFLOPS급 |
| 랙 | Helios — MI455X 72장, 통합 HBM4 약 31TB, FP4 약 2.9 EFLOPS, 스케일업 대역폭 약 260TB/s |
| CPU / 네트워킹 | 6세대 EPYC 'Venice'(Zen 6) / Pensando Vulcano 800Gbps NIC |
| 소프트웨어 | ROCm (클로드로 개발 가속) |
| 기존 관계 | 앤스로픽, 이미 MI355X 운영 중 |
| AMD 누적 약정 | 약 14GW (오픈AI 6 + 메타 6 + 앤스로픽 2) |
숫자 감을 잡자면, HBM4 16단 스택을 얹은 MI455X 한 장의 메모리 대역폭이 20TB/s에 육박한다. 랙 하나가 2.9 엑사플롭스(FP4)면, 2018년 세계 1위 슈퍼컴퓨터 서밋의 200 페타플롭스(FP64 기준이라 직접 비교는 무리지만)와 자릿수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앤스로픽은 이런 랙을 2GW어치 세운다는 거야. 1GW는 대략 원전 1기 출력이고, 대도시 수십만 가구가 쓰는 전력이지.
한 가지 유의점. 행사 현장에서 Helios 랙 가격이 500만 달러 초중반대로 거론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AMD가 공식 확인한 수치는 아니야. 랙 가격, 전체 서버 계약 총액, 앤스로픽이 받는 지분율 — 이 셋은 모두 공식 문서에 없다. 그러니 "수백억 달러 딜"이라는 표현은 추정치라는 걸 감안하고 읽는 게 맞아.
각자가 챙기는 것
AMD가 가장 크게 챙긴 건 매출이 아니라 레퍼런스야. 오픈AI·메타·앤스로픽이 모두 MI450을 쓴다는 사실은, 후발 클라우드나 국가 단위 AI 인프라 발주처를 설득할 때 그 어떤 벤치마크 슬라이드보다 강력하다. 여기에 클로드로 ROCm을 개발 가속한다는 조항은 AMD의 10년 묵은 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해. 그리고 지분 투자라는 형식 덕분에, 앤스로픽 기업가치가 계속 오르면 AMD의 대차대조표에 평가이익이 잡힌다. 오픈AI·메타 딜에서 AMD가 주식을 내주는 쪽이었던 것과 정반대의 포지션이야.
앤스로픽이 챙긴 건 협상력과 공급 다변화다. 이미 AWS Trainium(최대 5GW), 구글·브로드컴 TPU(수 GW), 엔비디아 GB/VR 계열(최대 1GW 규모 Azure 경유)을 확보한 상태에서 AMD 2GW를 더한다는 건, 어느 한 공급자도 앤스로픽에 가격을 강요할 수 없게 만든다는 뜻이야. 톰 브라운이 말한 "워크로드를 맞는 하드웨어에 매핑한다"는 건 엔지니어링 언어지만, 조달 언어로 번역하면 "우리는 언제든 다른 문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거지. 여기에 AMD 현금 최대 50억 달러가 얹힌다.
엔비디아는 잃은 게 있고 지킨 게 있어. 프론티어 랩 세 곳이 모두 AMD를 2차 공급자로 세운 건 명백한 손실이야. 다만 엔비디아 역시 2025년 11월 앤스로픽에 최대 1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며 그레이스 블랙웰·베라 루빈 시스템을 밀어 넣었고, 앤스로픽은 여전히 엔비디아 GPU를 쓴다. 시장 점유율 100%가 90%로 내려가는 국면이지, 왕좌가 흔들리는 국면은 아직 아니라고 보는 게 안전해.
AI 인프라 밸류체인, 특히 HBM과 파운드리는 순수 수혜야. MI455X는 HBM4 432GB를 쓴다. 2GW 규모면 GPU만 수십만 장이고, 거기 들어갈 HBM4 물량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나눠 갖는다. 엔비디아 루빈도 HBM4를 쓰니까, AMD가 이기든 엔비디아가 이기든 HBM 공급사는 진영에 상관없이 판다. 2026년 메모리 가격이 뛰면서 AMD가 게이밍·컨슈머 부문 매출 감소를 예고했던 것도 같은 사이클의 뒷면이야.
투자자와 회의론자는 각자의 근거를 챙겼어. 순환 투자 비판론자는 "공급사가 수요를 직접 자금 조달하면 그 수요를 독립적 신호로 볼 수 있나"라고 묻고,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비벡 아리아 같은 애널리스트는 "컴퓨트 수요 자체가 실재하므로 순환성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이번 딜의 마일스톤 연동 구조와 워런트 부재는 회의론 쪽에 반박 재료를 하나 더 준 셈이지만, 논쟁이 끝난 건 아니야.
이런 딜, 예전에도 있었어 — 잘 끝난 것과 아닌 것
성공 사례부터. 2023년 9월 아마존은 앤스로픽에 최대 4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고, 2024년 11월 40억 달러를 더 넣어 총 80억 달러까지 갔어. 조건은 AWS를 주요 클라우드·학습 파트너로 쓰고 Trainium을 채택하는 것이었지. 당시에도 "자기 클라우드 매출을 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는데, 결과적으로 Trainium2가 100만 칩 규모로 실전 배치됐고 2026년 4월 양사는 최대 5GW·1,000억 달러 이상으로 판을 키웠다. 최소한 이 케이스에서는 벤더 파이낸싱이 실제 실리콘 채택으로 이어졌어.
애매한 사례는 AMD의 오픈AI 딜이야. 2025년 10월 발표된 6GW 계약에서 AMD는 오픈AI에 주당 0.01달러로 최대 1억 6,000만 주를 살 수 있는 워런트를 줬어. AMD 발행주식의 약 10%에 해당하는 물량이고, 6GW 전량 배치와 주가 목표 달성이 전제 조건이었지. 2026년 2월 24일 메타와의 6GW 계약에서도 똑같이 1억 6,000만 주 워런트가 나갔다. 두 딜 모두 첫 1GW 출하가 2026년 하반기 예정이라 아직 이행 초기 단계고, 희석 우려와 성장 기대가 동시에 주가에 반영돼 있는 상태야. 잘 끝났다고 말하기엔 이르다.
실패에 가까운 원형도 있어. 1990년대 말 통신장비 업계의 벤더 파이낸싱이 대표적이지. 루슨트와 노텔은 신생 통신사에 장비 구매 자금을 직접 빌려줬고, 그 매출이 장부에 찍히면서 주가가 치솟았어. 닷컴 붕괴로 고객사들이 무너지자 매출채권이 통째로 부실이 됐고 두 회사 모두 회복하지 못했다. 지금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그때는 대출이었고 지금은 지분이라는 것, 그리고 지금 고객사들은 실제로 수백억 달러대 매출을 내고 있다는 것. 하지만 구조적 유사성 자체를 부정하긴 어려워.
이번 앤스로픽 딜이 앞선 두 AMD 딜과 다른 지점을 다시 짚자면, AMD가 희석 없이 오히려 지분을 취득했고 집행이 마일스톤에 걸려 있다는 거야. 앤스로픽 입장에선 워런트라는 상방을 포기한 대신 현금과 공급 확보를 택했다고 볼 수 있고, AMD 입장에선 앞선 두 딜에서 배운 교훈을 협상 테이블에 반영했다고 볼 수 있지. 어느 쪽 해석이 맞는지는 2027년 하반기쯤 첫 1GW가 실제로 켜지고 나서야 알게 될 거야.
엔비디아와 다른 경쟁자들은 어떻게 나올까
엔비디아는 이미 선제 대응을 했어. AMD의 Advancing AI 행사 직전, 엔비디아는 차세대 베라 루빈(Vera Rubin) 플랫폼의 성능 수치를 언론에 흘렸다. 랙 단위 제품인 Vera Rubin NVL144, 그리고 100만 토큰 이상 초장문 컨텍스트 추론에 특화된 Rubin CPX를 묶은 NVL144 CPX 랙은 NVFP4 기준 8 엑사플롭스, 고속 메모리 100TB, 메모리 대역폭 1.7PB/s를 내세워. AMD Helios의 2.9 엑사플롭스·31TB와 단순 비교하면 숫자가 크지만, 구성 GPU 수와 정밀도 정의가 달라서 그대로 붙일 수 있는 비교는 아니야. 다만 엔비디아가 "랙 대 랙"으로 싸울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인 건 분명하지.
엔비디아의 진짜 무기는 여전히 CUDA와 NVLink야. AMD가 이번에 클로드로 ROCm을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한 것도, 반대로 말하면 소프트웨어가 아직 격차라는 자백에 가깝다. 엔비디아는 여기에 더해 앤스로픽에 최대 100억 달러를 태워둔 투자자이기도 해. 고객사가 경쟁사 칩을 쓰기 시작할 때 지분으로 묶어두는 전략은 엔비디아가 먼저 썼고, AMD가 이번에 따라 한 셈이야. 앞으로도 엔비디아는 가격 인하보다 공급 우선순위와 공동 엔지니어링 리소스 배분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구글과 아마존은 다른 축에서 반격해. 이들은 칩을 파는 게 아니라 자체 실리콘으로 컴퓨트를 임대하는 쪽이고, 앤스로픽은 이미 두 회사의 최대 고객이자 파트너다. 구글은 브로드컴과 함께 차세대 TPU 수 기가와트를 2027년부터 공급하기로 했고, 아마존은 Trainium2~4 로드맵과 프로젝트 레이니어(Project Rainier) 클러스터를 갖고 있어. 이들의 카운터플레이는 "칩값을 낮춰줄게"가 아니라 "전력과 부지, 냉각까지 통째로 준비해뒀어"라는 형태로 나온다. 2027년 이후 병목은 실리콘이 아니라 전력이 될 확률이 높으니까.
브로드컴과 마벨 같은 커스텀 ASIC 진영도 조용히 이득을 본다. AMD가 프론티어 랩에 진입하면서 증명한 건 "엔비디아가 아니어도 프론티어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다"는 명제고, 이 명제가 참이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그럼 우리가 직접 설계하면?"으로 넘어가. 오픈AI가 브로드컴과 자체 칩을 준비하고, 메타가 MTIA를 밀고, 구글이 TPU로 성공한 흐름이 이미 그 답이야. AMD는 엔비디아의 점유율을 뺏는 동시에, 커스텀 실리콘이라는 더 큰 파도를 함께 키우고 있는 셈이지.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개발자한테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ROCm이야. 앤스로픽이 자기 프론티어 모델을 MI455X 위에서 학습·추론시키면, 그 과정에서 나온 커널 최적화와 버그 픽스가 ROCm에 흘러들어간다. 지금까지 ROCm은 "PyTorch가 돌긴 도는데 성능이 안 나오고 문서가 부실한" 상태였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학습 워크로드가 상시로 압력을 가하면 얘기가 달라져. 다만 이건 2027년 배치 이후에나 체감될 이야기고, 당장 내년 상반기까지 CUDA를 떠날 이유는 없어.
투자자는 두 가지를 따로 봐야 해. 하나는 AMD의 데이터센터 매출이 실제로 언제 얼마나 인식되느냐인데, 앤스로픽 물량은 2027년 상반기부터라 2026년 실적에는 거의 안 잡힌다. 오픈AI·메타의 첫 1GW가 2026년 하반기부터라 그게 먼저 반영되지. 다른 하나는 희석과 자산 평가야. 오픈AI·메타 워런트는 잠재적 희석 요인이고, 앤스로픽 지분은 평가이익 요인이다. 방향이 반대인 두 항목이 같은 손익계산서에 섞여 들어온다는 점은 분기 실적을 읽을 때 반드시 감안해야 해.
일반 사용자한테는 당장 바뀌는 게 거의 없어. 클로드 요금이 내일 내려가지도 않고, 응답이 갑자기 빨라지지도 않는다. 다만 중기적으로 의미는 있어. 앤스로픽이 컴퓨트를 싸고 안정적으로 확보할수록 무료·저가 티어의 사용량 한도가 풀릴 여지가 생기고, 컨텍스트 길이나 모델 크기 같은 제약도 완화될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컴퓨트 조달에 실패하면 가장 먼저 조여지는 것도 무료 티어지. 이번 딜은 그 리스크를 한 겹 줄인 보험에 가까워.
한국 산업에는 HBM과 전력 두 갈래로 온다. MI455X는 HBM4 432GB를 쓰고, 엔비디아 루빈도 HBM4로 간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입장에서 AMD의 프론티어 랩 진입은 고객 다변화이자 협상력이야. 특정 고객 한 곳에 물량이 쏠릴 때보다 두 진영이 경쟁할 때 공급사가 유리해지니까. 다만 반대편에는 메모리 가격 상승이 있어. AMD조차 2026년 2분기에 메모리·부품 원가 상승으로 컨슈머·게이밍 매출 감소를 예고했을 만큼, HBM 쏠림은 일반 D램·낸드 가격을 밀어올리고 그건 국내 세트 업체의 원가로 돌아온다.
AI 정책·전력 인프라 관점에서는 2GW라는 숫자 자체가 메시지야. 앤스로픽 한 회사가 AMD에서만 2GW, AWS에서 5GW, 구글에서 수 GW를 약정했다. 한국의 여름 최대전력 수요가 100GW 안팎인 걸 감안하면, AI 회사 한 곳의 컴퓨트 계획이 중견 국가의 전력 계획과 같은 단위로 논의되는 시대가 된 거지. 데이터센터 입지·송전·냉각수를 둘러싼 갈등이 미국에서 이미 시작됐고, 국내에서도 같은 논쟁이 곧 본격화될 거야.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당장은 없어. 클로드 요금이나 속도가 이번 주에 바뀌지 않아. 다만 2027년 이후 앤스로픽의 컴퓨트 원가가 실제로 내려가면, 무료·저가 티어 한도나 모델 크기 제한이 풀릴 여지가 생기는 정도야.
— AMD가 엔비디아를 이긴 거야? 아니, 아직 한참 멀었어. 프론티어 랩 세 곳을 고객으로 잡은 건 큰 진전이지만 전부 2차 공급자 자리고, 첫 대규모 물량은 2026년 하반기부터 겨우 나가기 시작해. CUDA 생태계 격차가 얼마나 좁혀지는지는 실제 배치 이후에나 알 수 있으니 승패를 논하긴 일러.
— 이 순환 투자, 위험한 거 아니야? 위험 요소인 건 맞아. 공급사가 고객의 구매를 직접 자금 조달하는 구조니까. 다만 이번 건은 대출이 아니라 지분이고 마일스톤에 걸려 있으며 앤스로픽은 연환산 470억 달러대 매출을 내는 회사야. 90년대 통신장비 사례와 같다고 단정하긴 이르고, 아니라고 단정하기도 일러.
참고 자료
- AMD IR — AMD and Anthropic Announce Strategic Partnership to Deploy Up to 2 Gigawatts of AMD Instinct MI450 Series GPUs (2026-07-22)
- AMD Newsroom — AMD and Anthropic Strategic Partnership
- AMD IR — AMD and OpenAI Announce Strategic Partnership to Deploy 6 Gigawatts of AMD GPUs
- AMD IR — AMD and Meta Announce Expanded Strategic Partnership to Deploy 6 Gigawatts of AMD GPUs (2026-02-24)
- Anthropic — Expands partnership with Google and Broadcom for multiple gigawatts of next-generation compute (2026-04-06)
- Anthropic — Anthropic and Amazon expand collaboration for up to 5 gigawatts of new compute (2026-04-20)
- Anthropic — Series H: $65B at $965B post-money (2026-05-28)
- Anthropic — Microsoft, NVIDIA and Anthropic announce new strategic partnerships (2025-11-18)
- CNBC — AMD to invest up to $5 billion in Anthropic as part of computing power deal
- Tom's Hardware — AMD takes the wraps off its Instinct MI455X AI accelerator: CDNA 5 and Helios rack-scale architecture
- GlobeNewswire — AMD and Anthropic Announce Strategic Partnership (2026-07-22 원문 배포)
- SEC EDGAR — AMD Form 10-Q, FY2026 Q1 (데이터센터 매출 58억 달러)
숫자와 기준은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