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곧 됩니다"라고 하던 회사가, 처음으로 숫자를 들고 나왔어
7월 23일 인텔이 2026년 2분기 실적을 발표했어. 매출 161억 달러로 가이던스 중간값을 18억 달러 넘겼고, 비GAAP 총마진 41.8%는 가이던스보다 280bp 높았어. 비GAAP 주당순이익은 0.42달러로, 회사가 제시했던 0.20달러의 두 배를 넘겼고.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13% 넘게 올랐어.
그런데 실적 숫자보다 중요한 건 공정 얘기야. 립부 탄 CEO는 18A와 18A-P 노드에서 인텔 파운드리가 내부 물량 목표를 초과했다고 밝혔어. 2분기 18A 생산량은 내부 목표를 약 25% 웃돌았고, 직전 분기 대비 50% 이상 늘었어. 팬서레이크(Panther Lake)의 제조 원가는 연초 대비 약 50% 떨어졌고.
여기에 일주일 앞선 7월 15일, ASML이 자사 실적 발표에서 인텔이 High-NA EUV로 고volume 로직칩을 양산 출하한 세계 최초 기업이라고 확인해줬어.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3(팬서레이크) 일부 제품의 18A 특정 레이어가 0.55 NA 스캐너로 이중 인증됐고, 제품은 이미 고객에게 출하 중이야. 같은 시기 인텔 파운드리 18A 수율이 직전 분기 65%에서 85%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보도도 나왔어.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래. 파운드리 재건 로드맵에서 인텔이 3년 만에 처음으로 "계획"이 아니라 "출하"를 보여줬다는 거야. 그리고 그 대가로 설비투자 계획이 같이 튀어올랐어.
등장인물: 립부 탄의 인텔, ASML, 그리고 팬서레이크
립부 탄이 인텔 CEO로 온 뒤 회사의 서사는 단순해졌어. 로직 공정 리더십을 되찾고, 파운드리를 외부 고객에게 파는 사업으로 만들고, 그 사이 데이터센터에서 현금을 벌어오는 것. 문제는 이 셋 중 어느 것도 빠르게 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어. 전임 경영진 시절 인텔은 "다음 노드는 다를 겁니다"를 여러 번 반복했고, 시장은 그때마다 조금씩 덜 믿게 됐지.
18A는 그 신뢰를 되찾겠다는 노드야. 게이트올어라운드 트랜지스터(RibbonFET)와 후면 전력공급(PowerVia)을 함께 넣은 공정이고, TSMC의 N2와 정면으로 붙는 세대야. 팬서레이크는 이 노드로 만드는 첫 대량 소비자 제품이고. 여기서 수율이 안 나오면 18A는 "기술 시연"으로 끝나고, 수율이 나오면 외부 고객을 받을 자격이 생겨.
ASML은 이 이야기의 판정관 역할을 했어. High-NA EUV는 ASML이 만드는 차세대 노광장비인데, 대당 가격이 3억 5천만 달러 안팎이고 지금까지는 연구·개발 용도로만 쓰였어. "고volume 양산에 실제로 투입됐다"는 건 장비 업체가 확인해줘야 신뢰가 생기는 종류의 주장이고, ASML이 자사 실적 발표에서 인텔의 이름을 직접 언급했다는 게 그래서 의미가 있어. ASML 입장에서도 이건 좋은 소식이야. High-NA 장비가 실전에서 작동한다는 걸 고객 사례로 증명해야 나머지 고객들에게도 팔 수 있으니까.
TSMC는 High-NA 도입에 훨씬 신중해. 기존 0.33 NA EUV와 멀티패터닝으로 N2까지 충분히 간다는 입장이었고, 실제로 그 판단은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옳았어. High-NA는 노광 필드 크기가 절반이라 큰 칩은 스티칭이 필요하고, 장비값도 두 배 가까이 비싸. 인텔이 먼저 뛰어든 건 기술적 자신감이라기보다 전략적 선택에 가까워. 뒤처진 쪽이 먼저 새 장비를 잡는 건 반도체 역사에서 반복돼온 패턴이야.
숫자로 보는 2분기
부문별로 뜯어보면 그림이 더 선명해져.
| 항목 | 2026년 2분기 | 전년 대비 |
|---|---|---|
| 총매출 | 161억 달러 | +25% |
| 비GAAP 총마진 | 41.8% | 가이던스 +280bp |
| 비GAAP EPS | 0.42달러 | 가이던스 0.20달러의 2배 이상 |
| 데이터센터·AI(DCAI) | 63억 달러 | +59% |
| 클라이언트·피지컬 AI(CCPG) | 89억 달러 | +13% |
| 인텔 파운드리 매출 | 58억 달러 | +31% |
| 파운드리 외부 매출 | 2억 9300만 달러 | — |
| 파운드리 영업손실 | 21억 달러 | 전분기 대비 3억 4800만 달러 개선 |
이 표에서 가장 중요한 두 줄은 마지막 두 줄이야. 인텔 파운드리 매출 58억 달러 중 외부 고객 매출은 2억 9300만 달러야. 나머지는 인텔이 인텔에게 판 거고. 파운드리가 진짜 사업이 되려면 이 외부 매출 숫자가 자릿수를 바꿔야 해. 영업손실 21억 달러가 전분기보다 3억 4800만 달러 줄었다는 건 방향은 맞다는 뜻이지만, 연간 80억 달러 넘게 태우는 속도는 여전해.
DCAI의 59% 성장은 눈에 띄는 숫자야. AI 서버 수요가 CPU 쪽에도 흘러들고 있다는 신호고, 엔비디아 GPU 옆에 붙는 호스트 CPU 물량이 늘어난 효과로 보여. 다만 이 성장이 인텔의 AI 가속기 경쟁력 때문이라고 읽으면 안 돼. 인텔의 가속기 사업은 여전히 존재감이 작아.
그리고 시장이 실적 발표 후 실제로 반응한 지점은 따로 있었어. 2026년 설비투자를 200억 달러 이상으로 상향했고, 2027년은 2026년보다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밝힌 대목이야. 수율이 좋아졌으니 더 짓겠다는 논리는 자연스럽지만, 잉여현금흐름을 기다리던 투자자에게는 청구서가 하나 더 날아온 셈이지.
원가 얘기도 따로 볼 만해. 팬서레이크 제조 원가가 연초 대비 약 50% 떨어졌다는 건 수율 개선이 실제 손익으로 번역되고 있다는 뜻이야. 반도체 제조에서 원가는 대부분 수율의 함수야.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오는 정상 칩 개수가 늘면 칩당 원가는 그만큼 내려가고, 이 곡선은 초기에 가장 가파르게 움직여. 65%에서 85%로 가는 구간이 정확히 그 가파른 구간이고, 여기서부터는 개선 폭이 점점 완만해질 가능성이 높아.
한 가지 유보할 지점은 이 숫자들의 출처야. 18A 생산량이 내부 목표를 25% 초과했다는 건 인텔이 실적 발표에서 밝힌 내용이지만, 그 '내부 목표'가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어. 수율 85%라는 수치도 실적 발표가 아니라 그 전주 업계 보도를 통해 나온 숫자고. 방향은 명확하지만 절대 수준을 외부에서 검증할 방법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점은 기억해둘 만해.
각자가 챙기는 것
인텔이 챙기는 건 협상력이야. 파운드리 고객을 유치할 때 결정적인 건 로드맵 문서가 아니라 출하 실적이야. "18A로 만든 칩이 지금 고객에게 나가고 있고, High-NA로 만든 레이어가 그 안에 들어 있다"는 문장은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잠재 고객과의 대화에서 완전히 다른 무게를 가져. 이번 분기 실적은 그 문장을 처음으로 사실로 만든 분기야.
ASML이 챙기는 건 High-NA의 상업적 정당성이야. 지금까지 High-NA에 대한 업계의 회의는 "언제 실제 양산에 쓰이느냐"였어. 인텔 사례가 생기면서 ASML은 다른 고객들에게 레퍼런스를 제시할 수 있게 됐고, 이건 2027년 이후 장비 주문 파이프라인에 직접 영향을 줘. 반도체 장비 업체에게 첫 상용 사례는 마케팅 자료가 아니라 매출 예측치의 근거야.
미국 정부도 챙기는 게 있어. CHIPS 법의 정치적 정당성은 "미국이 최첨단 로직 제조를 되찾았는가"라는 질문에 걸려 있는데, 인텔의 18A 진전은 그 질문에 긍정적인 데이터포인트를 하나 추가해줘. 특히 최첨단 노드가 대만에 집중된 구조를 리스크로 보는 시각에서, 인텔이 실제로 작동하는 대안이 되는 건 정책적 가치가 커.
반대로 손해를 보는 쪽도 있어. TSMC는 당장 매출 타격은 없지만, 20년 만에 처음으로 "최첨단 노광 기술을 먼저 쓴 회사가 우리가 아니다"라는 문장을 마주하게 됐어. 삼성 파운드리에게는 더 직접적인 압박이야. 삼성은 게이트올어라운드를 먼저 도입했지만 수율 문제로 고전했고, 인텔이 18A에서 85% 수준 수율을 보여주면 "TSMC의 유일한 대안" 포지션을 인텔에게 넘겨줄 위험이 생겨.
과거 유사 사례 — 성공과 실패
반도체 역사에서 공정 리더십이 뒤집힌 사례를 보면 패턴이 있어. 성공한 역전의 대표는 2010년대 중반 TSMC야. 당시 인텔이 압도적이었지만 TSMC는 16나노 FinFET을 안정적으로 뽑아내며 애플 물량을 가져왔고, 그때부터 격차가 뒤집혔어. 결정적 요인은 새 기술을 먼저 쓴 게 아니라 수율을 먼저 안정시킨 거였어. 고객은 최첨단보다 예측 가능성을 산다는 교훈이지.
실패한 역전의 대표는 인텔 자신의 10나노야. 인텔은 EUV 없이 멀티패터닝으로 10나노를 밀어붙였다가 수년을 잃었어. 기술적으로는 야심찼지만 제조 현실을 이기지 못했고, 그 사이 TSMC가 7나노를 안정화하며 격차를 벌렸어. 이때의 실패 원인은 "새 기술에 대한 과신"이 아니라 "대안 없는 단일 경로 베팅"이었어.
삼성 파운드리의 3나노 GAA도 참고할 만해. 삼성은 게이트올어라운드를 TSMC보다 먼저 도입했지만 초기 수율이 낮아 대형 고객을 설득하지 못했어. 기술적 선도가 상업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은 전형적 사례야. 인텔의 High-NA 선도가 같은 길을 갈지 아닐지를 가르는 건 결국 수율과 원가야.
지금 인텔의 상황을 이 사례들에 비춰보면 조심스럽게 긍정적이야. 18A 수율이 65%에서 85% 수준으로 올라온 건 삼성 3나노 초기와는 다른 궤적이고, 팬서레이크 원가가 반년 만에 절반으로 내려온 것도 제조 학습곡선이 정상 작동한다는 신호야. 다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건 외부 고객 물량이야. 2억 9300만 달러라는 외부 매출은 이 서사가 아직 증명 단계에 있다는 걸 보여줘.
경쟁자 카운터 플레이
TSMC의 대응은 조용한 무시일 가능성이 높아. TSMC는 이미 N2 양산에 들어갔고, 애리조나에 추가 10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어. 무엇보다 첨단 패키징(CoWoS) 병목을 쥐고 있어서, AI 가속기 시장에서는 노광 세대와 무관하게 협상력이 유지돼. TSMC가 High-NA를 본격 도입할 시점은 A14 세대 이후로 보는 시각이 많고, 그때까지는 "우리는 더 싸게 같은 결과를 낸다"는 논리로 대응할 거야.
삼성은 더 급해. 최근 미국 빅테크와의 대형 계약 흐름에서 삼성 파운드리가 어느 정도 몫을 챙기느냐가 관건인데, 인텔이 파운드리 대안으로 자리잡으면 삼성의 2번 자리 자체가 흔들려. 실리콘밸리 한미 AI 서밋에서 삼성이 HBM 장기 공급에 집중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어. 메모리에서 확실한 우위를 굳히고, 파운드리는 시간을 버는 전략이지.
중국 쪽 대응은 다른 층위에서 진행돼. SMIC는 EUV 접근 자체가 막혀 있어서 High-NA 경쟁에는 참여할 수 없어. 대신 성숙 노드와 국산 GPU 생태계 쪽으로 자원을 몰고 있고, 같은 주에 MetaX가 홍콩 상장을 신청한 것도 그 흐름의 일부야. 인텔의 진전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자급 압박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해.
한국 메모리 업체들에게 인텔의 부활은 대체로 좋은 소식이야. 인텔이 데이터센터 CPU를 더 팔면 그 옆에 붙는 DDR5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같이 늘어나고, 파운드리가 커지면 후공정과 소재 쪽 국내 협력사에도 물량이 돌아와. 다만 인텔이 자체 HBM 조달선을 다변화하려 할 가능성은 별개 변수야. 실리콘밸리 서밋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미국 기업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서두른 배경에도, 고객사가 늘어날 때 먼저 자리를 잡아두려는 계산이 있어.
그리고 시장 자체가 변수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월 17일 6월 말 고점 대비 20% 넘게 빠지며 약세장에 진입했어. 문샷 AI가 오픈웨이트 모델 Kimi K3를 공개하면서 "비싼 컴퓨트가 계속 희소할 것"이라는 전제가 흔들린 게 방아쇠였고. 인텔의 실적 서프라이즈는 이 흐름에 대한 반증 사례로 인용되고 있지만, 한 회사의 분기 실적이 섹터 전체의 서사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칩을 설계하는 쪽이라면 이제 파운드리 선택지가 실질적으로 세 개가 됐다는 게 달라진 점이야. 지금까지 최첨단 로직은 사실상 TSMC 단일 옵션이었고, 삼성이 조건부 대안이었어. 인텔 18A가 수율과 출하로 증명되면 견적을 세 군데에서 받는 게 가능해져. 협상력 관점에서 이건 작지 않은 변화야. 다만 실제로 옮기려면 PDK 성숙도와 IP 생태계를 봐야 하고, 그건 아직 TSMC가 압도적이야.
투자자 관점에서 볼 숫자는 세 개야. 첫째, 파운드리 외부 매출. 2억 9300만 달러가 다음 분기에 얼마나 커지느냐가 이 서사의 진위를 결정해. 둘째, 설비투자 대비 잉여현금흐름. 2026년 200억 달러 이상, 2027년은 그보다 상당히 높다는 계획은 실적 개선분을 상당 부분 흡수해. 셋째, 파운드리 영업손실 축소 속도. 분기당 3억 5천만 달러 개선 페이스가 유지되면 흑자 전환 시점을 역산할 수 있어.
일반 사용자에게 직접 체감되는 건 노트북이야. 팬서레이크 원가가 반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건, 같은 성능의 노트북이 더 싸게 나오거나 같은 가격에 더 좋은 칩이 들어간다는 뜻이야. 코어 울트라 시리즈 3 탑재 제품이 늘어나는 하반기에 이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산업 전체로 보면 이번 분기의 의미는 "단일 공급망 리스크가 조금 완화됐다"는 데 있어. 최첨단 로직이 대만 한 곳에 집중된 구조는 지정학적으로 오래 지적돼온 취약점이고, 인텔이 작동하는 대안이 되면 그 취약점의 크기가 줄어들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3년 만에 처음으로 방향이 맞다는 증거가 나온 분기야.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인텔이 TSMC를 따라잡은 거야? 아니야. 노광 세대에서 앞선 것과 파운드리 사업에서 이기는 건 다른 문제고, 외부 고객 매출 2억 9300만 달러는 TSMC와 비교할 규모가 아니야. 다만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는 회사"로 돌아온 건 맞고, 3년간 그것도 못 했던 걸 생각하면 큰 변화야.
— High-NA를 먼저 쓴 게 그렇게 중요해? 장비 자체보다 그걸로 수율을 냈다는 게 중요해. 인텔의 10나노 실패도, 삼성 3나노도 기술 도입은 빨랐지만 수율에서 무너졌어. 이번엔 ASML이 "기존 플랫폼과 동등한 수율"이라고 확인해준 게 차이야. 다만 High-NA가 원가 측면에서 이득인지는 아직 논쟁 중이야.
— 지금 반도체 주식은 어떻게 봐야 해? 섹터 전체는 7월 17일 약세장에 들어갔고, 방아쇠는 오픈웨이트 모델이 컴퓨트 희소성 전제를 흔든 거였어. 인텔 실적처럼 개별 기업 펀더멘털은 견조한 곳도 있어서 지수와 기업이 따로 움직이는 국면이야. 어느 쪽이 맞는지는 다음 두 분기 설비투자 집행을 봐야 알 수 있어.
참고 자료
- Intel Corporation — Intel Reports Second-Quarter 2026 Financial Results (2026.07.23)
- Tom's Hardware — Intel becomes the first company to ship high-volume logic chips made with ASML's High NA EUV
- The FPS Review — Intel Ships Chips with First High-Volume High-NA EUV Production (2026.07.16)
- TechTimes — Intel Foundry Hits 85% Yield, Winning Chip Orders as ASML Validates High NA EUV (2026.07.15)
- TradingKey — Intel Q2 2026 실적: 매출 25% 증가, 조정 EPS 추정치 2배
- Bloomberg — Chip Stocks Sink Into Bear Market as 105% AI Rally Fizzles (2026.07.17)
- Semiconductor Engineering — Chip Industry Week In Review
숫자와 기준은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