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1000만달러를 컴퓨트에 꽂았는데 "이게 제일 작은 계약"이라고 했어

7월 28일, AWS 보도자료 하나가 조용히 올라왔어. 리처드 소셔가 이끄는 리커시브 슈퍼인텔리전스(Recursive Superintelligence) 가 AWS와 4억1000만달러 규모의 다년 컴퓨트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야. 숫자만 보면 요즘 기준으론 크지도 않아. 앤스로픽이 AWS에 10년간 1000억달러를 쓰겠다고 약속한 게 불과 석 달 전인 4월이거든. 4.1억달러는 그 0.4% 수준이지.

그런데 이 계약이 이상한 건 절대 규모가 아니라 비율이야. 리커시브는 5월 13일에 스텔스에서 나오면서 6억5000만달러를 조달했어. 밸류에이션은 46억5000만달러. 그 돈의 약 63% 를 단일 클라우드 벤더 한 곳에, 계산 자원 하나에 미리 약정해버린 거야. 직원은 30명이 안 되고, 아직 세상에 내놓은 제품은 하나도 없어.

더 놀라운 건 소셔가 한 말이야.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계약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가 체결할 컴퓨트 계약 중 가장 작은 축에 속할 것"이라고 했어. 조달금의 3분의 2를 쓴 계약을 "가장 작은 것"이라고 부르는 건, 다음 라운드가 이미 머릿속에 있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이 회사가 컴퓨트 확보 외의 모든 걸 후순위로 밀어놨다는 뜻이야. 둘 다일 수도 있고.

그리고 소셔가 붙인 한마디가 이 회사의 전략을 요약해. "우리한테는 헤드카운트(headcount)보다 에이전트 카운트(agent count) 가 중요해." 사람을 뽑아서 연구를 시키는 대신, 연구 과정 자체를 자동화하는 AI를 돌리겠다는 거지. 그러면 인건비 대신 GPU 시간이 비용의 대부분이 되는 게 논리적으로는 맞아. 문제는 그 논리가 아직 제품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는 거야.

리처드 소셔는 왜 세 번째 회사를 이렇게 시작했나

소셔는 AI 업계에서 이름값이 확실한 사람이야. 자연어처리에 신경망을 본격적으로 들여온 연구자 중 한 명이고, 단어 벡터·문맥 벡터 계열 연구로 인용 수가 어마어마해. 2016년에 자기 스타트업 메타마인드(MetaMind) 를 세일즈포스에 매각하면서 세일즈포스에 들어가 수석과학자 겸 EVP 를 맡았어. 대기업 연구조직을 실제로 운영해본 사람이라는 뜻이야.

세일즈포스를 떠난 뒤 만든 게 You.com 이야. 처음엔 AI 검색엔진으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AI 모델이 웹을 조사할 때 쓰는 검색 인프라·API 사업으로 방향을 잡았어. 누적 조달 2억달러 이상, 밸류에이션 15억달러 수준으로 보도됐지. 소셔는 You.com CEO를 유지한 채로 리커시브 CEO도 맡고 있어. 여기에 초기 투자사 AIX 벤처스 공동창업자 역할까지 있어서, 사실 그는 지금 세 개의 모자를 동시에 쓰고 있는 셈이야.

리커시브의 공동창업자 명단을 보면 이 회사가 왜 스텔스 상태에서 6.5억달러를 받았는지 이해가 돼. GV가 공개한 목록에 따르면 소셔 외에 7명 — 메타 FAIR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디렉터였던 위안둥 톈(Yuandong Tian), UCL 교수이자 전 구글 딥마인드 프린시펄 사이언티스트 팀 로크태셸(Tim Rocktäschel), 비전 트랜스포머(ViT) 논문 저자 알렉세이 도소비츠키(Alexey Dosovitskiy), 전 오픈AI 연구자 조시 토빈(Josh Tobin), 차이밍 슝(Caiming Xiong), 팀 시(Tim Shi), 그리고 오픈엔디드니스(open-endedness) 연구로 유명한 제프 클룬(Jeff Clune) 이야.

여기에 피터 노빅(Peter Norvig) 도 합류했어. 구글 리서치 디렉터로 25년, 그리고 30년 가까이 대학 표준 교재였던 『Artificial Intelligence: A Modern Approach』 공저자. 다만 그의 직함은 매체마다 다르게 적혀 있어. 테크크런치는 공동창업자로, 더넥스트웹은 어드바이저로 표기했지. 회사가 공식 직함을 명시한 문서를 찾지 못했으니, 여기선 "합류했다"까지만 확정으로 두는 게 정직해. 설립 시점도 매체별로 2025년과 2026년 초로 엇갈려.

GV가 밝힌 투자 논거는 한 문장으로 요약돼. "AI는 코드이고, 이제 AI가 코드를 쓸 수 있다. 이 두 현실이 연결되면 자기개선 루프가 닫힌다." GV는 이걸 프리트레이닝 스케일링과 직교하는(orthogonal) 또 하나의 S커브로 봤어. 즉 모델을 더 크게 만드는 경쟁과는 다른 축에서 성능이 올라갈 수 있다는 베팅이야. 첫 목표는 "PhD 5만 명" 수준의 능력을 가진 시스템을 AI 연구 자체에 붙이는 거고, 그다음이 치료제·배터리 설계·핵융합 물리 같은 영역이라고 했어. 소셔 본인은 이걸 "AI는 생물학에 있어 미적분이 물리학에 했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표현했지.

계약서에 실제로 뭐가 적혀 있나

AWS 보도자료를 뜯어보면 계약 구조 자체는 단순해. 금액 4억1000만달러, 기간은 "다년(multi-year)"으로만 표기되고 연 단위 분할이나 종료 시점은 공개 안 됐어. 특정 칩 모델 — 이를테면 Trainium2Trainium3 — 은 보도자료에 명시되지 않았어. "목적 특화 컴퓨트(purpose-built compute)"라는 표현만 있고, 향후 시스템을 공동 개발(co-develop) 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어.

가장 중요한 건 테크크런치가 확인한 부분이야. 이 계약에는 AWS의 투자 요소가 없어. 지분도, 컨버터블도, 크레딧 상계도 아니야. 순수하게 리커시브가 현금을 내고 컴퓨트를 사는 구조라는 뜻이지. 이게 왜 중요하냐면, 최근 대형 AI 인프라 계약은 대부분 "클라우드가 투자하고 그 돈으로 자기 클라우드를 쓰게 하는" 순환 구조였거든. 아마존-앤스로픽, 마이크로소프트-오픈AI, 엔비디아의 여러 딜이 다 그 형태야. 리커시브 딜은 그게 아니라 VC가 준 돈이 그대로 AWS 매출로 흘러가는 구조야.

인용문도 양쪽 톤이 다 드러나. 소셔는 "AWS와의 파트너십은 세계에서 극소수 팀만 가능한 규모로 자기개선 AI 연구를 돌릴 인프라를 준다"고 했고, AWS 측에서는 제이슨 베넷(Jason Bennett) 스타트업·벤처캐피털 글로벌 총괄 VP가 "AWS는 그 루프들을 대규모로 병렬 실행할 탄력성과, 몇 달 걸리던 순차 연구를 며칠로 줄일 안정성·보안·목적특화 컴퓨트를 제공한다"고 했어. "병렬"과 "루프"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자기개선 연구는 실험을 하나씩 순서대로 돌리는 게 아니라, 수천 개 가설을 동시에 던져놓고 살아남는 걸 고르는 방식이라 컴퓨트 소모 패턴이 일반 학습과 완전히 달라.

항목 내용
발표일 2026-07-28
계약 금액 4억1000만달러
기간 다년(구체 연수 비공개)
상대 AWS
투자 요소 없음
칩 모델 보도자료에 미명시
5월 조달액 6억5000만달러
5월 밸류에이션 46억5000만달러
리드 투자자 GV, 그레이크로프트
참여 투자자 엔비디아, AMD 벤처스
임직원 30명 미만
거점 샌프란시스코, 런던
제품 출시 예고 수개월 내(소셔 발언)

소셔는 제품 얘기도 했어. "사람들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정말 멋진 제품을 만들 거고, 몇 달 안에 보게 될 것"이라고. 5월 스텔스 해제 때는 "제품은 나올 거야, 다만 몇 년이 아니라 몇 분기를 기다려야 해"라고 했으니 타임라인 자체는 일관돼. 다만 "수개월"의 시작점이 7월 말이라면, 연말 이전에 뭔가 공개되지 않으면 그 일관성은 깨지는 거야.

AWS와 리커시브, 누가 더 급했을까

AWS 입장에서 4.1억달러는 회계적으로 반올림 오차야. 포춘 보도에 따르면 AWS의 2026년 순매출 전망은 1680억달러, 전년 대비 30.7% 성장이고, 잔여 이행 의무(RPO) 백로그는 앤스로픽 1000억달러 딜을 제외해도 3640억달러야. 자체 칩 관련 매출 약정만 2250억달러를 넘는다고 집계돼. 아마존 전사 2026년 자본지출은 약 2000억달러 규모로 이야기되는데, 그중 AWS 몫은 "거의 다 팔린 상태"라는 표현까지 나왔어.

그럼 왜 AWS가 30명짜리 회사와의 계약을 공식 보도자료로 냈을까. 이유는 매출이 아니라 레퍼런스야. 지금 프론티어 연구팀들이 컴퓨트를 사는 창구는 AWS만이 아니야. 구글 클라우드의 TPU,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라클 OCI, 코어위브·네비우스 같은 네오클라우드, 그리고 최근에는 스페이스X의 콜로서스 데이터센터까지 뛰어들었어. 리플렉션 AI가 스페이스X에 월 1억5000만달러를 2029년까지 내는 계약을 맺었다는 게 6월 CNBC 보도였고, 별도로 네비우스와 10억달러 계약도 있었지. 프론티어 연구팀은 이제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비를 구하지 않아.

이 경쟁 구도에서 AWS가 필요한 건 "앤스로픽 말고도 우리를 고른 프론티어 팀이 있다"는 증거야. 앤스로픽은 아마존이 지분을 들고 있으니 자유로운 선택의 사례로 쓰기 애매해. 반면 리커시브는 GV(알파벳 벤처 부문)와 엔비디아·AMD가 투자한 회사인데도 AWS를 골랐어. 알파벳이 투자한 회사가 구글 클라우드가 아니라 AWS를 택했다는 건, AWS 세일즈 조직이 앞으로 몇 년은 써먹을 문장이야. 베넷의 직함이 "스타트업·벤처캐피털 총괄"인 것도 우연이 아니야 — 이 딜은 인프라 사업부가 아니라 스타트업 유치 조직의 성과물이야.

이제 불편한 질문. 리커시브는 6.5억달러를 받아서 4.1억달러를 컴퓨트에 약정했어. 남은 2.4억달러로 30명이 안 되는 팀의 인건비, 런던·샌프란시스코 두 거점 운영비, 그리고 채용 확장을 감당해야 해. 프론티어 연구자 인건비는 1인당 수백만달러가 오가는 시장이고, 소셔가 말한 "에이전트 카운트" 전략도 결국 에이전트를 설계할 사람이 필요해. 즉 이 회사는 컴퓨트 약정이 끝나기 전에 반드시 다음 라운드를 받아야 하는 구조에 스스로를 넣어버린 거야. 소셔가 "가장 작은 계약"이라고 말한 건 자신감의 표현이지만, 뒤집어 보면 "우리는 계속 대규모로 조달할 수밖에 없다"는 고백이기도 해.

그리고 다년 계약은 유연성을 깎아먹어. 리커시브의 접근법 — 자기개선 루프 — 은 하드웨어 요구사항이 예측하기 어려운 워크로드야. 실험을 수천 개 병렬로 돌리는 단계와, 그중 유망한 아키텍처를 실제로 대규모 학습시키는 단계는 필요한 칩·네트워크·메모리 구성이 다르거든. 2026년에 맞춰 사인한 스펙이 2028년에도 최적일 확률은 높지 않아. 보도자료에 "공동 개발"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건 아마 그 리스크를 계약 안에서 흡수하려는 장치일 거야.

스태빌리티는 청구서에 무너지고, 인플렉션은 GPU만 남겼어

컴퓨트에 조달금을 몰아넣은 회사의 선례는 이미 충분히 쌓여 있어. 실패 쪽 교과서는 스태빌리티 AI야. 더레지스터가 확인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스태빌리티는 AWS·구글 클라우드·코어위브에서 인프라를 임대하며 연 9900만달러를 썼어. 그런데 2023년 예상 매출은 1100만달러였고, 인건비·운영비로 5400만달러가 더 나갔지. 2023년 10월 기준 남은 현금은 400만달러. 결국 2023년 7월 AWS 청구서를 100만달러 덜 냈고, 8월 700만달러 청구서는 낼 계획조차 없었다고 보도됐어. 구글 클라우드와 코어위브에 미지급 160만달러까지 쌓였고, 창업자 에마드 모스타크는 2024년 3월 사퇴했어.

스태빌리티가 무너진 직접 원인은 컴퓨트 계약 자체가 아니야. 매출과 컴퓨트 비용의 자릿수가 달랐다는 게 원인이야. 리커시브는 아직 매출이 0이라 이 비교가 더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결정적 차이가 하나 있어. 스태빌리티는 조달이 실패한 상태에서 청구서를 계속 받았고, 리커시브는 조달을 먼저 받아 선불 약정을 했어. 순서가 반대야. 그래도 교훈은 같아 — 컴퓨트 약정은 제품이 안 나와도 만기가 오고, 클라우드는 자선단체가 아니야.

또 다른 선례는 인플렉션 AI 야. 2023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빌 게이츠·에릭 슈미트로부터 13억달러를 조달했고, 코어위브·엔비디아와 함께 H100 GPU 2만2000장 규모의 당시 세계 최대 AI 클러스터를 지었어. 자금의 대부분이 컴퓨트로 갔지. 그런데 2024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약 6억5000만달러에 인플렉션의 기술을 라이선스하고 무스타파 술레이만·카렌 시모니안을 포함한 핵심 팀을 통째로 흡수했어. 남은 건 클러스터와, 사실상 껍데기가 된 법인이었어.

인플렉션 케이스가 리커시브에 주는 경고는 이거야. 컴퓨트를 확보했다는 게 사업을 확보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인플렉션은 컴퓨트도 있었고 인재도 있었지만, 제품 시장을 못 찾아서 결국 인재가 자산으로 계산됐어. 리커시브는 "PhD 5만 명"급 시스템으로 신약·배터리·핵융합까지 가겠다고 하는데, 그 사이 단계인 "돈 내는 고객"이 로드맵에 잘 안 보여. 소셔가 "몇 달 안에 제품"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거야.

성공 쪽 대조군도 봐야 공정해. 앤스로픽-AWS 는 대규모 컴퓨트 선약정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야. AWS는 앤스로픽 전용으로 Trainium2 칩 약 50만 장 규모의 프로젝트 레이니어(Project Rainier) 를 구축했고, 이는 AWS 역사상 어떤 AI 플랫폼보다 70% 큰 규모라고 발표했어. 앤스로픽은 연말까지 100만 장 이상 배치를 예상했고, 4월 확장 합의로 최대 5기가와트 규모, 10년간 1000억달러 지출로 판이 커졌지. 차이는 명확해 — 앤스로픽은 컴퓨트를 사기 전에 이미 클로드로 돈을 벌고 있었어. 매출이 있는 상태의 컴퓨트 선약정과, 매출이 없는 상태의 컴퓨트 선약정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야.

사카나는 "샘플 효율"로, 앤스로픽은 "이미 하고 있다"로 반박해

리커시브의 베팅이 유일한 접근법은 아니야. 정반대 방향에서 같은 목표를 노리는 팀이 사카나 AI(Sakana AI) 야. 사카나는 2026년에 RSI 랩(Recursive Self-Improvement Lab) 을 별도 조직으로 세우면서, 핵심 원칙을 "컴퓨트 집약이 아니라 샘플 효율(sample-efficient) 자기개선 엔진"으로 못박았어. 하이퍼스케일 예산이 아니라 국가 단위 예산으로도 프론티어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야.

사카나의 실적은 말뿐이 아니야. 2024년 LLM-Squared로 LLM이 선호 최적화 알고리즘 DiscoPOP 을 자율 발견했고, 2025년 다윈 괴델 머신(Darwin Gödel Machine) 은 자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성능을 베이스라인의 두 배 이상으로 스스로 끌어올렸다고 보고했어. ALE-Agent는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인간 참가자 804명 중 1위를 했고, AI Scientist 방법론 논문은 2026년 3월 26일 『Nature』에 실렸어. 완전 자동 AI 연구 시스템이 그 관문을 넘은 첫 사례로 기록됐지. 사카나가 강조한 건 "150개 샘플만으로" 같은 표현이야 — 즉 리커시브의 4.1억달러가 필수 조건이 아닐 수 있다는 반론이야.

두 번째 카운터는 앤스로픽 이야. 앤스로픽은 2026년 5월 「When AI builds itself」 보고서에서, 지난달 자사 프로덕션 코드베이스에 머지된 코드의 80% 이상이 클로드가 작성한 것이라고 밝혔어. 엔지니어 1인당 하루 출하 코드량은 2024년 대비 8배, 사내에서 추적하는 가장 어렵고 명세가 부실한 코딩 태스크 성공률은 6개월 전 약 26%에서 5월 76% 로 올랐다고 했지. 모델이 혼자 안정적으로 끝낼 수 있는 태스크 길이는 약 4개월마다 두 배로 늘고 있고(과거 추세는 7개월), 클로드 오퍼스 4.6은 12시간짜리 태스크를 처리한다고 했어.

이게 리커시브에 왜 위협이냐면, 앤스로픽은 별도 회사를 세우지 않고 자기개선 루프의 초기 단계를 이미 사내에서 돌리고 있다는 뜻이거든. 구글 딥마인드도 제미나이 기반 알고리즘 발견 에이전트 AlphaEvolve 로 같은 영역을 밟았어. 리커시브가 파는 건 "자기개선"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자기개선을 처음부터 목표로 설계된 조직"인데, 개념 쪽 진도는 이미 기존 대형 랩이 상당히 내놨어.

그리고 회의론도 무시할 게 아니야. 조지아텍 마크 리들(Mark Riedl) 교수는 7월 13일 글에서 하드 테이크오프 시나리오를 조목조목 반박했어. 저수준 최적화는 수확 체감에 부딪히고(어텐션은 최적화해도 서브리니어가 못 되고, 물리 법칙이 회로 처리량을 제한해), 진짜 병목은 데이터라는 거야. "값싼 데이터는 고갈되고 있고, 새 데이터는 더 전문적이고 얻기 어려워." 트랜스포머를 넘는 아키텍처를 체계적으로 탐색하려면 전 세계 컴퓨트를 다 써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했어. 더넥스트웹은 자기개선이 "폭주 가속"이 될지 "수확 체감으로 수렴"할지가 열린 질문이라고 정리했고, 앤스로픽 공동창업자 잭 클라크가 그런 시스템의 2028년 존재 확률을 60%로 추정했다고 전했어. 다시 말해 리커시브는 아직 참인지 거짓인지 모르는 가설에 조달금의 63%를 걸었어.

개발자·투자자·기업 실무자에게 실제로 남는 것

개발자 입장에서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건 없어. 리커시브는 API도, 모델 가중치도, 문서도 공개한 게 없고 벤치마크 수치도 내놓지 않았어. 다만 소셔가 "몇 달 안에 제품"이라고 못박았으니 4분기가 관전 포인트야. 지켜볼 건 두 가지 — 첫째, 나오는 게 코딩·리서치 에이전트인지 아니면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인지. 둘째, 자기개선 주장을 재현 가능한 형태로 증명하는지. 사카나처럼 논문과 코드를 내놓는 방식이면 검증이 되지만, 데모 영상과 자체 벤치마크만 나오면 판단을 보류하는 게 맞아.

투자자 에게 이 딜은 AI 스타트업 회계를 다시 보라는 신호야. 조달액의 60~70%가 특정 벤더에 선약정으로 잠기는 구조라면, 그 회사의 "런웨이"는 통상적인 의미와 다르게 계산돼야 해. 컴퓨트 약정은 취소 위험이 있는 계약 부채이고, 제품이 늦어지면 자금은 남았는데 계약 만기가 먼저 오는 상황이 생겨. 반대로 클라우드 쪽에서 보면, AWS의 3640억달러 백로그 중 얼마가 자체 매출로 상환 가능한 고객이고 얼마가 VC 자금으로 상환되는 고객인지가 앞으로 중요한 질문이 될 거야. 순환 자금 구조에 대한 논쟁은 이미 시작됐고, 리커시브 딜은 그 논쟁에서 "투자 요소가 없는 순수 현금 계약"이라는 드문 사례로 인용될 거야.

기업 실무자 라면 클라우드 협상 테이블에서 이 사례가 참고할 만해. 30명 규모 회사가 다년 약정으로 목적특화 컴퓨트와 공동 개발 조항을 받아냈다는 건, 규모보다 약정 기간과 예측 가능성이 협상력의 원천이라는 뜻이야. 반대로 조심할 지점도 같아 — 다년 약정은 하드웨어 세대 교체 위험을 고객이 떠안는 구조야. 리커시브가 굳이 "공동 개발"을 계약에 넣은 이유를 참고해서, 스펙 갱신 조항이나 세대 전환 시 크레딧 이전 조항을 요구하는 게 실무적으로 유효해.

일반 사용자 에게 오늘의 영향은 사실상 0이야. 리커시브는 소비자 제품이 없고, 앞으로 나온다 해도 초기엔 연구자·개발자용일 가능성이 높아. 다만 중기적으로 의미는 있어. AI가 AI 연구를 자동화하는 데 성공하면 모델 개선 속도의 병목이 "똑똑한 사람 구하기"에서 "전기와 칩 구하기"로 옮겨가. 그러면 개선 주기가 짧아지는 대신 자본 집약도가 더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프론티어 AI를 만들 수 있는 주체는 더 줄어들 수도 있어. 사카나가 "국가 단위 예산으로도 가능해야 한다"고 굳이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그 집중화 우려야.

마지막으로 안전 이슈. 앤스로픽은 같은 보고서에서 완전한 재귀적 자기개선이 "인간이 AI 시스템에 대한 통제를 잃을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유사시 개발을 멈출 국제 공조 메커니즘을 언급했어. 2026년 국제 AI 안전 보고서도 재귀적 자기개선을 통한 통제 상실을 국가안보급 리스크로 분류했지. 리커시브는 회사 이름 자체를 여기서 따왔지만, AWS 보도자료에는 "스스로의 성능을 안전하게 개선하도록 설계된 자율 실험"이라는 한 줄 외에 안전 프레임워크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 46억5000만달러 밸류에이션을 받은 회사가 이 부분을 어떻게 문서화하는지는, 제품 발표만큼 지켜볼 가치가 있어.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직접적인 영향은 없어. 리커시브는 아직 쓸 수 있는 제품이 하나도 없거든. 다만 AI 연구를 AI가 자동화하는 게 실제로 되기 시작하면, 네가 쓰는 모델의 업데이트 주기가 지금보다 눈에 띄게 빨라질 수 있어.

— 4.1억달러면 GPU를 몇 장 쓸 수 있는 거야? 계산할 수가 없어. AWS 보도자료에 칩 모델도, 시간당 단가도, 계약 연수도 안 나왔거든. 다년 대형 약정은 공시 단가보다 훨씬 싸게 들어가는 게 보통이라, 공개 요금으로 역산하면 크게 틀려. 단정하긴 일러.

— 자기개선 AI가 진짜 되는 거야, 아니면 그냥 유행어야? 둘 다 근거가 있어. 앤스로픽은 자기 코드의 80% 이상을 클로드가 쓴다고 공개했고 사카나는 자동 연구 논문을 『Nature』에 실었어. 반대로 마크 리들 같은 연구자는 데이터 고갈과 수확 체감 때문에 폭주는 없을 거라고 봐. 지금은 "초기 단계는 작동한다, 끝까지 갈지는 모른다"가 가장 정직한 답이야.

참고 자료

숫자와 기준은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