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한 날, 카카오가 가장 크게 결정한 건 '안 하겠다'였다

8월 6일 오전, 카카오가 2026년 2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연결 기준 매출 2조985억원, 영업이익 2770억원. 둘 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고, 증권가 컨센서스를 22%나 웃돌았다. 숫자만 보면 박수를 받을 분기야.

그런데 같은 날 오전 콘퍼런스콜에서 정신아 대표가 꺼낸 가장 무거운 문장은 실적 얘기가 아니었다. AI 데이터센터와 GPU 클라우드 사업에는 진출하지 않는다는 선언이었다. 정 대표의 설명은 이랬어. "AI 데이터센터와 GPU 클라우드는 대규모 선행투자와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하다"며, "최근 GPU와 AI 서버 등 하드웨어 세대교체가 매우 빠르고 경쟁적인 공급 확대도 이어져, 수요·공급 불균형에 따른 높은 수익성을 장기간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마디로 지금 그 시장이 돈을 잘 버는 이유 자체가 오래 못 간다는 판단이다.

이게 왜 뉴스냐고? 타이밍 때문이야. 정확히 하루 뒤인 8월 7일, 네이버가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3조3888억원으로 16.2%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5203억원으로 0.2% 줄었다. 그 이유가 AI 인프라 투자였고, 네이버는 엔비디아·브룩필드와 함께 세종 데이터센터의 AI 팩토리를 장기적으로 1GW 규모까지 키우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내 양대 플랫폼이 같은 주에, 같은 질문에 정반대로 답한 거야. 하나는 AI 시대의 발전소를 짓겠다고 했고, 하나는 발전소를 안 짓고 콘센트를 팔겠다고 했다.

그리고 카카오가 팔겠다는 첫 콘센트가 공개됐다. 배달이다. 카카오는 쿠팡이츠와 에이전트 투 에이전트(A2A) 파트너십을 맺고, 카카오톡 대화창 안에서 음식 추천부터 주문·결제까지 끝내는 서비스를 준다. 앱을 옮겨 타지 않는다. 정 대표는 "에이전틱 AI 시대의 경쟁력은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 데만 있지 않고, 이용자의 의도를 이해해 실제 행동까지 연결하는 데 있다"고 정리했다.

시장의 첫 반응은 미지근했다. 실적 발표 당일 카카오 주가는 3만7500원 선까지 2% 가까이 밀렸고, 다음 날 리포트를 낸 7개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는 6만4000원대에서 5만6000원대로 13.1% 내려갔다.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목표주가가 깎이는 분기. 이 괴리를 이해하는 게 이 기사의 목적이야.

4963만 명이 매일 여는 앱, 그리고 취임 2년 5개월의 대표

먼저 카카오라는 회사의 지금 상태를 숫자로 잡아두자. 2분기 카카오톡 국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4963만1000명이다. 대한민국 인구가 5100만 명 남짓이니까, 사실상 스마트폰을 쓰는 국민 거의 전부다. 해외를 포함한 글로벌 MAU는 5534만6000명. 이 숫자는 지난 2년간 4893만 → 4963만으로 아주 완만하게, 그러나 한 번도 꺾이지 않고 올라왔다. 성장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하고, 빠져나갈 이유도 없다는 뜻이기도 해.

정신아 대표는 2024년 3월 2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카카오 단독 대표에 취임했다. 카카오벤처스를 6년간 이끌던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이고, 카카오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다. 2026년 3월 연임이 확정되면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는데, 취임 이후 그가 한 일의 대부분은 사실 '빼기'였다. 계열사를 정리하고, 채용을 조이고,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그 결과가 인원 숫자에 그대로 찍혀 있다. 2분기 연결 인원은 1만4046명으로 전년 동기 1만6384명에서 2338명 줄었다. 다만 이 감소의 대부분은 카카오게임즈 연결 제외 효과다. 본사 인원은 3986명에서 3918명으로 68명 줄었을 뿐이야. IR 자료가 인건비 항목에 붙인 설명도 딱 한 줄이다. "보수적인 채용기조 유지."

계열사 정리의 가장 큰 건이 카카오게임즈였다. 라인야후 계열 투자사가 2026년 6월 유상증자 2400억원과 전환사채 600억원 인수 대금을 납입해 지분 33.43%를 확보했고, 카카오 지분율은 37.93%에서 14.68%로 내려가 2대 주주가 됐다. 카카오게임즈는 1분기에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됐다가 2분기에 연결에서 빠졌다. 카카오헬스케어도 함께 정리됐다.

이 정리가 2분기 손익계산서에 남긴 흔적이 하나 있는데, 이게 헤드라인에서 잘 안 보이는 대목이야. 당기순이익은 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90% 줄었다. 영업이익이 36% 늘었는데 순이익이 90% 줄었다는 건 영업 밖에서 뭔가 크게 터졌다는 뜻이고, 실제로 그렇다. 연결 제외와 지분 매각에 따른 중단영업손실 1808억원, 그리고 법인세비용 1651억원이 한 분기에 같이 인식됐다. 회사는 일회성이라고 설명했고, 회계적으로는 맞는 설명이다. 다만 주주 입장에서 실제로 사라진 현금과 지분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AI 조직. 카카오의 자체 모델 브랜드는 **카나나(Kanana)**다. 7월 28일 카카오는 스마트폰에서 돌아가는 경량 언어모델 4종(Kanana-2-1.3B와 3B의 base·instruct)을 오픈소스로 공개했고, 국내 최초 오픈소스 AI 가드레일 모델인 '카나나 세이프가드'도 내놨다. 구글 딥마인드와는 AI 생성물 워터마킹 기술 SynthID를 자체 모델에 적용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오픈AI와는 2025년부터 협업해 카카오톡 상단 탭에 챗GPT를 붙인 'ChatGPT for Kakao'를 운영 중이고, 2분기 기준 누적 가입자 1300만 명을 넘겼다. 이용자 1인당 하루 6건 이상 메시지를 주고받고, 하루 체류시간은 약 8분이다.

정리하면 카카오는 프론티어 모델을 직접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큰 두뇌는 오픈AI에서 빌려오고, 작고 빠른 두뇌는 자기가 만들어 기기 안에 넣고, 그 둘을 4963만 명이 이미 열어보는 화면에 꽂는다. 이번 콘퍼런스콜은 그 전략을 처음으로 숫자와 파트너 이름과 함께 공개한 자리였어.

숫자로 뜯어본 2분기 — 그리고 표 밖의 580억원

부문별로 보면 이 분기의 성격이 선명하다. 돈은 전부 플랫폼이 벌었다.

항목(연결) 2Q25 1Q26 2Q26 YoY QoQ
매출 1조9170억 1조9420억 2조985억 +9% +8%
플랫폼 1조550억 1조1530억 1조2303억 +17% +7%
├ 톡비즈 5730억 6300억 6432억 +12% +2%
└ 플랫폼 기타 4820억 5230억 5870억 +22% +12%
콘텐츠 8620억 7890억 8682억 +1% +10%
├ 뮤직 5180억 4850억 5580억 +8% +15%
├ 스토리 2500억 2110억 2110억 -16% -0.2%
└ 미디어 940억 920억 990억 +5% +7%
영업비용 1조7140억 1조7310억 1조8214억 +6% +5%
영업이익 2040억 2110억 2770억 +36% +31%
영업이익률 10.6% 10.9% 13.2% +2.6%pt +2.3%pt
당기순이익 1720억 2270억 180억 -90% -92%

톡비즈 안을 더 열어보면 광고 및 구독 매출이 3999억원으로 14%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비즈니스 메시지가 20% 증가했는데 금융 업종 광고주 수요가 견인했고, 카카오톡 디스플레이 광고(톡DA)는 28% 늘었다. 피드형 서비스 기반 광고상품을 새로 내놓으면서 신규 광고주가 유입된 효과다. 커머스는 2432억원으로 10% 성장, 선물하기와 톡딜을 합친 통합 거래액은 2조7000억원으로 9% 늘었다. 선물하기는 5월 거래액 역대 최고를 찍었다.

플랫폼 기타가 22% 성장한 5870억원이라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엔 모빌리티와 페이가 들어 있는데, 카카오페이는 2분기 매출 3350억원(+41%)에 영업이익 590억원(+528%)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냈다. 모빌리티는 라스트마일 물류가 호조였다. 카카오가 "톡 하나에 의존하는 회사"라는 오래된 비판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 콘텐츠는 1% 성장으로 사실상 정체다. 뮤직이 앵커 IP 공연과 MD·라이선싱 확대로 8% 늘어 겨우 방어했고, 스토리는 16% 역성장했다. 픽코마 매출은 엔화 기준으로 9% 줄었고(일본 앱마켓 전체 매출 1위 자리는 유지), 엔터테인먼트는 이용자 트래픽 둔화로 22% 빠졌다. 증권가가 목표주가를 깎은 이유의 절반이 여기 있다.

그리고 이제 이 기사에서 가장 중요한 표다. 카카오 IR 자료는 영업이익을 세 조각으로 쪼개서 보여주는데, 그중 하나가 AI 서비스 부문이다.

영업이익 분해(십억원) 2Q25 3Q25 4Q25 1Q26 2Q26
카카오 별도(AI 제외) 150 146 174 174 184
종속회사 96 123 88 92 151
AI 서비스 부문 -42 -46 -46 -55 -58
합계 204 224 216 211 277

AI 부문은 2분기에 580억원 적자를 냈다. 전년 동기 420억원 손실에서 160억원 늘어난 숫자다. 다섯 분기를 합치면 누적 2470억원이다. 매출은 회사가 따로 공개하지 않는다. 즉 카카오의 AI 사업은 아직 손익계산서에서 온전히 '비용' 항목이고, 그 비용을 톡비즈 광고와 페이의 성장이 덮어주고 있는 구조다. 쿠키뉴스가 컨콜 기사 제목을 "AI 청사진은 그렸지만, 돈은 톡비즈가 벌었다"로 뽑은 게 정확한 요약이야.

그럼 카카오가 안 짓기로 한 인프라의 규모감은 어느 정도일까. 2분기 CapEx는 1880억원이다. 유형자산 1650억원, 무형자산 240억원. 전년 대비 885억원 늘었고 매출 대비 9% 수준인데, IR은 그 증가 이유를 "2분기 서버 구매 집중"이라고 설명했다. 더 결정적인 문장은 영업비용 항목의 주석에 있다. 외주·인프라비가 2230억원으로 2%만 늘었는데, 회사는 "AI 관련 인프라 수요는 증가했으나 효율적인 투자·운영을 통해 제한적인 비용 증가"라고 적었다. AI를 한다면서 인프라 비용을 2%만 늘린 회사. 이 한 줄이 정신아 대표의 선언보다 더 정직한 재무적 증거다.

2026년 2분기 카카오 네이버
매출 2조985억원 (+9%) 3조3888억원 (+16.2%)
영업이익 2770억원 (+36%) 5203억원 (-0.2%)
영업이익률 13.2% (상승) 15.4% (하락)
AI 인프라 방향 데이터센터·GPU 클라우드 진출 안 함 세종 AI 팩토리 200MW→장기 1GW 목표
발표 당일 주가 약 -2% -7.08%

같은 주에 나온 두 회사의 성적표를 나란히 놓으면 흥미로운 게 보인다. 네이버가 여전히 매출 1.6배, 영업이익 1.9배로 크지만, 이익률의 방향이 반대다. 카카오는 올라가고 네이버는 내려간다. 그리고 주가는 둘 다 빠졌다. 시장은 인프라를 짓는 쪽에는 "언제 회수하냐"고 묻고, 안 짓는 쪽에는 "그래서 뭘로 이기냐"고 묻는 거야. 두 질문 모두 아직 답이 없다.

이 거래에서 각자 챙기는 것

가장 명확한 수혜자는 쿠팡이츠다. 배달앱 시장은 2026년 들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양강 구도로 굳었다. 2026년 3월 기준 MAU는 배민 약 2249만 명, 쿠팡이츠 약 1249만 명, 요기요 약 397만 명이고 양강 합산 점유율은 88%대다. 여기서 쿠팡이츠는 만년 2위다. 그런 쿠팡이츠가 4963만 명이 쓰는 메신저의 대화창 안에 배달 주문 창구를 하나 얻는다. 앱을 새로 열지 않아도 되는 진입 경로는 배달앱 경쟁에서 가장 비싼 자산이야. 카카오가 왜 1위 배민이 아니라 2위 쿠팡이츠를 골랐는지도 이 대목에서 설명된다. 1위는 굳이 남의 대화창에 들어가서 수수료를 나눌 이유가 없다.

카카오가 챙기는 건 세 가지다. 첫째는 시간이다. 데이터센터를 안 지으면 감가상각비와 전력비가 안 늘고, 그래서 영업이익률이 13%대에서 계속 올라갈 수 있다. 카카오는 2028년까지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 20% 초과를 목표로 제시했는데, 이 목표는 인프라를 안 짓는다는 결정과 한 몸이다. 둘째는 수수료 자리다. 대화창 안에서 주문과 결제가 끝나면 카카오는 거래액의 일부를 가져갈 자리에 앉는다. 셋째는 광고 지면의 성격 변화다. 정 대표는 하반기에 "키워드 중심 검색광고를 넘어서는 AI 기반의 새로운 광고 경험"을 내놓겠다고 했다. 한국 검색광고 시장은 오랫동안 네이버의 영역이었는데, 카카오는 검색어가 아니라 대화 맥락에서 의도를 잡아 광고를 붙이는 쪽으로 우회 진입을 시도하는 거야.

오픈AI도 조용히 이득을 본다. ChatGPT for Kakao 누적 가입자 1300만 명은 오픈AI가 단독으로는 한국에서 확보하기 어려웠을 규모다. 하루 8분이라는 체류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메신저 안에 상시 탭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습관 형성에는 유리하다. 카카오가 "큰 모델은 빌려 쓴다"는 전략을 유지하는 동안, 오픈AI는 한국 시장의 유통 채널을 사실상 임대해 쓰고 있다.

반대로 주주는 애매한 위치에 놓였다. 실적은 컨센서스를 22% 웃돌았는데 목표주가는 평균 13% 깎였다. 메리츠증권이 7만5000원에서 5만2000원으로 30.7% 내려 조정 폭이 가장 컸고, 하나증권은 7만5000원→5만8000원, 유안타증권은 8만원→6만2000원으로 낮췄다. 삼성증권만 4만4000원에서 4만9000원으로 올렸다. 미래에셋증권 임희석 애널리스트는 "과거에는 광고 성장률이 멀티플을 결정했지만, 이제 플랫폼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AI 사업의 수익화 속도와 수익성이 결정한다"고 봤고, 한국투자증권 정호윤 애널리스트는 "AI 서비스 수익화는 이용자 행동 변화가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기간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하나증권 김소혜 애널리스트의 지적이 가장 뼈아프다. 지난해부터 시장을 웃도는 실적이 계속 나왔지만, 주가는 기존 사업이 아니라 AI 신사업 기대치를 따라 움직였다는 거야.

가장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쪽은 가맹점과 소상공인이다. 아직 수수료 구조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구조적으로는 배달 거래에 중개 레이어가 하나 더 얹히는 형태다. 배달앱 수수료가 이미 정치적 쟁점인 나라에서, 대화창 에이전트가 가져갈 몫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서비스가 실제로 열리는 순간 곧바로 질문받게 될 항목이다.

2017년의 '주문하기', 2018년의 페이스북 M

카카오가 카카오톡 안에서 음식을 주문하게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2017년 3월 21일, 카카오는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오픈했다. 치킨·피자·버거·한식 등 14개 프랜차이즈로 시작해서, 앱 설치나 회원가입 없이 카카오톡 안에서 주문·결제·배달 알림까지 끝내는 서비스였다. 투자사였던 CNT테크와 함께 운영했다. 발상은 지금 발표한 것과 사실상 같다. 결과는? 2023년 10월, 카카오는 이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는 걸 포기하고 요기요 운영사에 넘겼다. '주문하기 by 요기요'로 간판이 바뀌었어.

같은 아이디어가 9년 만에 세 번째 얼굴로 돌아온 셈이다. 1차는 카카오가 직접 배달을 운영했고, 2차는 요기요에 지면을 임대했고, 3차는 AI 에이전트가 대화 맥락을 읽어 쿠팡이츠에 주문을 넘긴다. 두 번의 실패에서 배운 게 있다면 이번엔 카카오가 물류도 운영도 안 한다는 점이다. 대신 '의도를 읽는 레이어'만 가져간다. 자산은 안 지고 통행료만 받겠다는 이 구조는 AI 인프라를 안 짓겠다는 결정과 정확히 같은 논리야.

해외 실패 사례 중 가장 닮은 건 페이스북 M이다. 2015년 메신저 안에 탑재된 이 개인 비서는 항공권 예약, 꽃 배달, 고객센터 응대 같은 실제 행동까지 대신해준다는 약속으로 출발했다. 문제는 뒤에 사람이 있었다는 거다. 복잡한 요청은 계약직 인간 트레이너가 처리하고 AI가 그걸 보고 배우는 구조였는데, 학습이 인간을 대체할 만큼 진행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2018년 1월 19일 M을 종료했다. 교훈은 잔인하다. 메신저 안에서 행동까지 연결하는 에이전트는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실패한 게 아니라, 실행 정확도가 부족해서 실패했다. 2026년의 카카오가 가진 유리한 조건은 모델 성능이 2015년과 비교가 안 된다는 점이고, 불리한 조건은 실패의 기준이 그만큼 올라갔다는 점이다. 잘못된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치는 에이전트는 편리함이 아니라 사고다.

성공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건 위챗 미니프로그램이다. 텐센트는 위챗 안에 앱을 열지 않고 서비스를 실행하는 레이어를 깔아, 메신저를 사실상 운영체제로 만들었다. 카카오가 하고 싶은 게 정확히 이거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어. 위챗은 결제(위챗페이)와 미니프로그램 심사권을 모두 텐센트가 쥐고 있었고, 중국에는 앱스토어 생태계가 약했다. 한국은 다르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를 갖고 있지만 배달·커머스·예약의 실제 공급망은 남의 것이고, 이용자는 이미 각 앱에 계정과 결제수단과 쿠폰을 갖고 있다. 미니프로그램은 앱이 부실한 시장에서 통했고, 카카오의 에이전트는 앱이 이미 잘 돌아가는 시장에서 통해야 한다.

국내 사례로 참고할 만한 건 AI 스피커 시대다. 2017년 전후로 카카오미니, 네이버 클로바, SKT 누구가 쏟아졌고 "말하면 주문된다"는 약속이 똑같이 있었다. 결과는 음악 재생과 날씨 조회에서 멈췄다. 실패 원인은 음성 인식이 아니라 결제 신뢰였다. 사람들은 화면 없이 돈이 나가는 걸 견디지 못했어. 카카오의 A2A가 스피커와 다른 점은 대화창에 화면이 있고 결제 확인 단계를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실제로 차이를 만드는지가 이번 실험의 핵심 변수다.

배민·네이버·오픈AI가 꺼낼 카드

가장 빠르게 움직일 곳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다. 시장 1위이면서 이번 협업에서 배제된 유일한 대형 플레이어야. 선택지는 두 개다. 하나는 카카오와 같은 A2A 연동에 뒤늦게 합류해 지면을 확보하는 것, 다른 하나는 자체 앱 안에 에이전트를 강화해 "우리 앱에서 하는 게 더 정확하다"로 밀고 나가는 것. 후자를 고르면 카카오의 에이전트는 2위 사업자만 붙은 반쪽 서비스가 되고, 그 경우 이용자는 "카톡에서 주문했는데 그 가게가 없다"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배민의 MAU가 쿠팡이츠의 1.8배라는 사실은 이 시나리오를 꽤 현실적으로 만든다.

네이버의 대응은 이미 진행 중이고 방향이 반대다. 네이버는 AI 브리핑 광고 같은 상품으로 검색 안에서 AI 수익화를 먼저 시작했고, 2분기에 AI 기반 광고 최적화가 광고 매출 성장의 60% 이상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즉 네이버는 이미 회수 중이고 카카오는 아직 시작 전이다. 다만 네이버는 그 대가로 1GW급 인프라라는 무거운 고정비를 지기로 했다. 두 회사의 진짜 승부는 2027년에 갈린다. 카카오가 인프라 없이 에이전트 수익화에 성공하면 네이버의 자본지출은 과잉투자가 되고, 반대로 좋은 모델과 대규모 추론 능력이 서비스 품질을 결정한다면 카카오는 남의 인프라 위에서 마진을 나눠야 한다. 콘센트만 팔겠다는 전략의 최대 약점은 발전소 주인이 요금을 정한다는 것이다.

오픈AI는 협력자이면서 가장 위험한 경쟁자다. 지금은 카카오톡 탭 안에 얌전히 들어와 있지만, 챗GPT는 이미 결제와 커머스 기능을 자체적으로 붙이고 있다. 이용자가 배달 주문을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하지 않고 챗GPT 앱에서 직접 하기 시작하면, 카카오가 애써 만든 '의도를 읽는 레이어'는 우회된다. 카카오가 자체 경량 모델 카나나를 온디바이스로 밀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대화 맥락을 기기 안에서 처리하면 그 데이터와 그 순간의 판단은 카카오에 남는다.

쿠팡 본체도 계산이 복잡하다. 쿠팡이츠가 카카오톡 안으로 들어가면 주문은 늘겠지만, 쿠팡의 가장 큰 자산인 와우 멤버십 락인은 약해질 수 있다. 이용자가 쿠팡 앱을 덜 열게 되니까. 쿠팡이 이 거래에 동의한 건 2위 사업자로서 성장이 더 급하다는 판단이겠지만, 배달 점유율이 올라간 다음에도 같은 조건을 유지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마지막으로 통신사와 삼성전자가 있다. SKT 에이닷 같은 통신사 AI와 갤럭시의 온디바이스 AI는 카카오와 같은 층에서 싸운다. "이용자 의도를 가장 먼저 읽는 곳"을 차지하는 싸움이거든. 운영체제와 단말을 가진 쪽이 구조적으로 유리하고, 카카오는 그 위에 얹힌 앱이다. 카카오가 8월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구축 지원 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표준을 먼저 잡는 쪽이 레이어 경쟁에서 유리하니까.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에게 올 변화는 하반기에 시작된다. 카카오는 '카나나 인 카카오톡'을 하반기에 내놓겠다고 했고, 연말까지 카카오톡 AI 서비스 MAU 1000만 명을 목표로 걸었다. 4963만 명 중 1000만 명이니까 다섯 명 중 한 명이다. 실제 경험은 이렇게 바뀔 거야. 친구와 "저녁 뭐 먹지" 대화를 하다가, 별도 요청 없이 온디바이스 AI가 맥락을 읽고 메뉴를 제안하고, 그 자리에서 주문과 결제가 끝난다. 편리하면 습관이 되고, 어긋나면 짜증이 된다. 그리고 이 기능은 대화 내용을 읽어야 작동한다. 카카오가 온디바이스를 강조하는 이유의 절반은 성능이고 절반은 이 지점이다. 개인정보 처리 방식이 어떻게 고지되는지는 서비스가 열릴 때 확인해볼 만한 항목이다.

광고주와 커머스 담당자에게는 새 지면이 열린다. 톡DA가 이미 28% 성장 중이고, 하반기에 AI 기반 광고 상품이 추가된다. 초기 지면은 경쟁이 적어서 효율이 좋게 나오는 구간이 있는데, 카카오가 검색광고에 우회 진입하는 시점이 정확히 그 구간이야. 다만 대화 맥락 기반 광고는 성과 측정 방식이 기존 키워드 광고와 다를 수밖에 없다. 상품이 열리면 클릭률이 아니라 실제 전환 경로를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먼저 물어보는 게 낫다.

투자자에게 이번 실적은 명확한 조건부 메시지다. 기존 사업은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5분기 연속 우상향이고, 컨센서스를 22% 넘겼고, 회사는 2026년 매출 성장 10%·영업이익률 10% 가이던스를 초과 달성할 것이라며 2분기를 "일회성 정점이 아니라 새로운 기준선"이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목표주가는 깎였다. 시장이 보는 건 기존 사업이 아니라 AI 부문의 -580억원이 언제 플러스로 꺾이는지야. 회사가 제시한 일정은 2027년 수익화 시작(거래 수수료·구독·새 형태 광고), 2028년 AI 매출이 톡비즈의 두 자릿수 비중. 확인할 지표는 매출이 아니라 두 개다. 연말 AI MAU 1000만 목표 달성 여부, 그리고 쿠팡이츠 다음에 붙는 파트너가 몇 개이고 어떤 업종인지.

개발자와 AI 업계 종사자에게는 다른 관점이 있다. 카카오가 카나나 경량 모델을 오픈소스로 풀고 A2A 파트너십을 표준화하려 한다는 건, 국내에서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와 거래하는 프로토콜이 실제 상용 서비스로 검증되는 첫 사례가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과기정통부 마켓플레이스 사업까지 함께 놓고 보면, 이 프로토콜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앞으로 한국에서 에이전트를 붙이려는 모든 서비스의 인터페이스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 스토리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카카오는 AI 경쟁에서 이기려고 인프라를 포기한 게 아니야. 인프라를 포기해야 지금의 이익률을 지킬 수 있고, 그 이익률로 시간을 사서 4963만 명의 습관을 바꿔보겠다는 계산이다. 성공하면 자산 없이 통행료를 받는 가장 효율적인 모델이 되고, 실패하면 남의 모델과 남의 인프라 위에서 남의 상품을 중개하는 얇은 레이어로 남는다. 2027년까지가 그 답이 나오는 기간이고, 지금은 580억원의 분기 적자와 1000만 명이라는 목표 숫자 두 개만 손에 쥐고 있다.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카카오톡을 쓴다면 하반기부터 대화창 안에서 배달 주문을 권하는 AI를 만나게 될 거야. 편리함은 분명히 있는데, 그게 작동하려면 AI가 대화 맥락을 읽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온디바이스로 처리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니 실제 고지 내용은 서비스가 열릴 때 확인해보는 게 좋아.

— 인프라 안 짓는 게 맞는 선택이야? 지금 손익만 보면 맞아. 영업이익률이 13.2%로 올라가고 분기 CapEx가 1880억원에 머무는 이유가 그거거든. 다만 이 전략은 모델과 추론 인프라를 계속 남에게 빌린다는 뜻이고, 빌려주는 쪽이 값을 올리거나 직접 소비자에게 팔기 시작하면 카카오의 협상력은 약해진다. 몇 년 뒤에야 채점되는 문제라 지금 단정하긴 일러.

— AI로 언제 돈을 버는 거야? 회사가 직접 제시한 일정은 2027년부터 거래 수수료·구독·새 형태의 광고로 수익화를 시작해, 2028년에 AI 관련 매출이 톡비즈의 두 자릿수 비중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2분기 AI 부문은 여전히 580억원 적자였고, 증권사 7곳의 평균 목표주가는 실적 발표 후 13% 낮아졌다. 시장은 청사진보다 첫 수수료 입금을 기다리는 중이야.

참고 자료

숫자와 기준은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