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고른 건 '더 큰 모델'이 아니라 '더 싼 추론'이었어

8월 21일 카카오 이사회가 회사를 둘로 쪼개기로 결의했어. 카카오톡과 AI, 광고, 커머스를 들고 나가는 신설법인이 '카카오AI'고,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같은 자회사 지분을 들고 남는 존속법인이 '카카오X'야. 같은 날 정신아 대표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AI의 전략을 설명했는데, 여기서 나온 문장 하나가 이번 발표의 진짜 알맹이야. 추론 비용을 최대 90% 줄이겠다는 것.

먼저 오해 하나를 풀고 가자. 시중에 도는 요약 중에 "카카오가 신설법인을 출범시켰다"는 표현이 있는데, 정확히는 아직 출범 안 했어. 8월 21일에 있었던 건 이사회 분할 결의고,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2027년 1월 1일에 분할이 완료돼. 재상장과 변경상장은 2027년 1월 27일 목표야.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건 완성된 회사가 아니라 설계도인 거야. 그리고 설계도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게 지난 2년간 한국 AI 업계가 당연하게 여겨온 전제를 정면으로 비켜 가기 때문이야.

그 전제가 뭐냐면 "국산 AI를 하려면 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만들고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거였어. 네이버는 브룩필드·엔비디아와 함께 각 세종에 200MW 규모, GPU 약 10만 장짜리 AI 팩토리를 짓겠다며 총 100억 달러 규모의 계획을 내놨고, SK텔레콤과 LG AI연구원은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서 B200 1,000장씩 지원받으며 경쟁하고 있어. 다들 '더 크게, 더 많이'로 달려간 거지. 카카오는 그 트랙에 아예 올라타지 않았어. 정확히는 올라타려다 밀려났고, 밀려난 자리에서 다른 길을 골랐어.

카카오가 고른 길은 이래. 이용자 요청의 절반쯤은 경량 모델 '카나나 나노'가 스마트폰 안에서 처리하고, 서버로 넘어가는 나머지는 'AI 컨덕터'라고 부르는 라우팅 레이어가 복잡도를 판단해서 자체 모델이든 외부 모델이든 제일 싼 걸 골라 쓴다는 거야. 모델 성능 1위를 노리는 게 아니라, 같은 답을 제일 싸게 내놓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얘기. 그리고 그 싼 추론을 어디에 태우냐면, 2분기 기준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4,963만 명짜리 카카오톡에 태워. 이게 카카오가 내민 패야.

등장인물 넷 — 쪼개는 쪽, 남는 쪽, 그리고 옆집

첫 번째 인물은 정신아야. 현 카카오 대표이사고, 분할 후 카카오AI 대표로 내정됐어. 벤처캐피털 출신으로 2024년 카카오 대표가 된 이후 줄곧 '카카오톡을 다시 성장시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걸어왔던 사람이야. 이번 분할에서 그가 가져가는 자산은 명확해. 카카오톡, 톡비즈 광고, 커머스, 그리고 카나나 모델과 PlayMCP 같은 AI 자산. 자회사 지분 관리라는 짐은 벗고, 대신 "2030년 카카오AI 매출 6조 원"이라는 숫자를 짊어졌어.

두 번째는 김도영이야.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이자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인데, 존속법인 카카오X의 대표로 내정됐어. 카카오X가 들고 가는 건 테크핀(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 콘텐츠(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카카오픽코마), 모빌리티(카카오모빌리티)야. 회사 설명으로는 "제2의 카카오뱅크를 발굴·육성하는 역할"인데, 냉정하게 보면 투자 지주회사에 가까워. 2030년 매출 목표는 10조 원 이상, 연평균 성장률 13.3%.

세 번째 등장인물은 회사가 아니라 숫자야. 분할비율 0.36 대 0.64.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카카오AI가 0.36, 카카오X가 0.64를 가져가. 이 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인적분할이라 기존 주주가 두 회사 주식을 이 비율대로 나눠 받기 때문이야. 물적분할이 아니라는 게 핵심인데, 이 차이가 왜 중요한지는 뒤에서 카카오페이 얘기 하면서 다시 다룰게.

네 번째는 옆집 네이버야. 이번 발표를 이해하려면 네이버가 지금 어디 서 있는지를 같이 봐야 해. 네이버클라우드는 정부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이른바 '독파모' 1차 평가에서 탈락했어. 공개한 하이퍼클로바X 시드 32B 모델이 알리바바 큐웬(Qwen) 가중치를 일부 차용했고 비전 인코더 코사인 유사도가 99.51%로 나온 게 독자성 기준에 걸렸어. 그리고 8월 18일 마감된 '모두의 AI' 사업 공모에도 네이버는 최종 불참했어. 대신 네이버는 엔비디아·브룩필드와 손잡고 인프라 쪽으로 승부를 걸었고, 하이퍼클로바X 고도화는 엔비디아 네모트론 3 울트라 오픈 모델을 파인튜닝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어.

그러니까 "카카오는 모델을 안 만들고 네이버는 자체 모델을 만든다"는 구도는 지금 시점에선 정확하지 않아. 둘 다 외부 오픈 모델을 섞어 쓰고 있고, 둘 다 정부 독자모델 정예팀에는 못 들어갔어. 진짜 차이는 돈을 어디에 쓰느냐야. 네이버는 GPU와 전력에, 카카오는 GPU를 최대한 안 쓰는 아키텍처에.

실제로 발표된 게 뭔지 정리해보자

8월 21일 발표의 뼈대는 세 가지야. 회사 구조 재편, 저비용 AI 아키텍처, 그리고 에이전트 생태계. 구조 재편은 앞에서 정리했으니 아키텍처부터 보자. 카카오가 말하는 '풀스택 AI'는 엔비디아나 오픈AI가 말하는 풀스택과는 결이 달라. 인프라부터 모델·플랫폼·서비스까지 '최적화'한다는 뜻이지, 전부 다 직접 소유한다는 뜻이 아니야. 실제로 카카오가 직접 쥐고 있는 건 카나나 모델군과 카카오톡이라는 인터페이스, 그리고 PlayMCP라는 연결 계층이야.

온디바이스 처리 비중을 약 50%로 잡은 게 이 전략의 핵심 가정이야. 대화 요약, 일정 정리, 말투 다듬기, 알림 분류 같은 일상 요청은 굳이 서버 GPU를 부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지. 이게 맞으면 이용자가 늘어도 서버 비용이 선형으로 안 늘어나. 반대로 이 가정이 틀리면, 그러니까 사람들이 카카오톡 안에서 진짜 어려운 걸 물어보기 시작하면 비용 곡선은 그냥 남들과 똑같아져. 디지털데일리가 같은 날 업계 반응을 전하면서 "확장성과 비용 절감이 관건"이라고 짚은 게 정확히 이 지점이야.

에이전트 생태계 쪽에서는 크롤 요약에 자주 붙는 오해가 하나 더 있어. PlayMCP와 PlayTools가 이번에 새로 나온 게 아니야. PlayMCP는 2025년 8월 국내 최초 MCP 기반 오픈 플랫폼으로 베타 오픈했고, 마켓플레이스 성격의 PlayTools는 2025년 11월에 붙었어. 2026년 5월에는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오픈클로' 연동까지 지원하기 시작했고, 등록된 외부 MCP 서버는 200여 개 수준이야. 이번 발표는 신규 출시가 아니라, 이미 1년 돌린 이 판을 신설법인의 핵심 자산으로 공식 배치하겠다는 선언에 가까워.

쿠팡이츠 제휴도 마찬가지야. 이건 8월 21일이 아니라 8월 6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정신아 대표가 밝힌 내용이야. 카카오 에이전트 AI가 붙는 첫 버티컬이 음식 배달이고, 파트너가 쿠팡이츠라는 것.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냉면 먹을까" 같은 말이 나오면 온디바이스 모델이 맥락과 축적된 선호도를 읽고 메뉴·가게를 추천한 다음 주문과 결제까지 한 흐름으로 잇는 구조야. 커머스, 예약, 여행, 결제로 버티컬을 확장하겠다는 게 다음 단계고.

항목 카카오AI (신설) 카카오X (존속)
대표 내정자 정신아 (현 카카오 대표이사)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분할비율 (순자산 장부가) 0.36 0.64
핵심 사업 카카오톡, AI, 광고, 커머스 테크핀, 콘텐츠, 모빌리티
주요 자회사 디케이테크인, 케이앤웍스 카카오뱅크·페이·모빌리티·엔터·SM·픽코마
2030년 매출 목표 6조 원 이상 (연평균 약 20%) 10조 원 이상 (연평균 13.3%)
성격 사업회사 투자·육성 중심

일정과 숫자도 한 번에 정리해두자. 임시주주총회 2026년 12월 17일, 분할기일 2027년 1월 1일, 재상장·변경상장 2027년 1월 27일. AI 관련 목표로는 2028년 AI 매출이 전체 매출의 두 자릿수 비중, 2030년 AI DAU 2,000만 명과 AI 매출 1조 원 이상이 제시됐어. 여기서 AI 매출 1조 원은 카카오AI 전체 목표 6조 원 안에 포함되는 숫자야. 뒤집어 말하면 2030년에도 카카오AI 매출의 5조 원은 여전히 광고와 커머스라는 뜻이고, AI는 그 광고·커머스를 더 잘 팔리게 만드는 엔진 역할이 본진이라는 얘기야.

바탕이 되는 실적도 나쁘지 않아. 2026년 2분기 매출 2조 985억 원, 영업이익 2,770억 원으로 둘 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고 영업이익률은 13%였어. 톡비즈가 6,432억 원으로 12% 늘었고 그중 광고·구독이 3,999억 원, 비즈니스 메시지가 20%, 디스플레이 광고가 28% 성장했어. 커머스 거래액은 2조 7,000억 원. 그리고 'ChatGPT 포 카카오'는 2분기 기준 누적 가입자 약 1,300만 명, 이용자 1인당 하루 평균 발신 메시지 6건 이상, 분기 말 일평균 체류 시간 8분에 근접했어. 2025년 11월 출시 한 달 만에 200만, 2026년 2월 800만, 5월 1,100만을 지나온 곡선이야.

이 판에서 누가 뭘 챙기나

정신아와 카카오AI가 챙기는 건 초점이야. 지금까지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톡을 키우는 동시에 백 개 넘는 계열사 리스크를 관리해야 했어. 분할 후 카카오AI는 카카오톡·광고·커머스·AI만 본다. 자본시장 관점에서도 달라져. 지금 카카오 주가는 자회사 지분 가치와 본체 사업 가치가 뒤엉켜 할인받는 구조인데, 분할하면 "AI·광고 성장주"와 "금융·콘텐츠 지분 보유회사"로 각각 다른 배수를 받게 돼. 물론 시장이 그렇게 평가해줄지는 재상장 이후에 확인할 일이야.

오픈AI가 조용히 큰 이득을 봐. ChatGPT 포 카카오로 이미 1,300만 가입자를 확보했는데, 이건 오픈AI가 한국에서 마케팅 한 푼 안 쓰고 얻은 유통이야. 카카오가 라우팅 전략을 공식화하면 복잡한 질의는 계속 외부 대형 모델로 넘어가고, 그 상당 부분이 오픈AI로 갈 가능성이 높아. 카카오 입장에선 파트너지만, 이 관계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종류야. 오픈AI가 한국에서 ChatGPT 앱을 직접 밀면 카카오는 자기 채널로 키운 사용자를 경쟁자에게 넘긴 셈이 되거든.

쿠팡이츠는 배달 시장 점유율 싸움에서 예상 밖의 진입로를 얻었어. 배달 앱은 앱을 열게 만드는 게 제일 비싼 비용인데,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주문이 시작되면 그 비용을 카카오가 대신 내주는 셈이야. 반대로 배달의민족 입장에선 경쟁사가 국민 메신저를 유통망으로 확보한 상황이라 대응이 급해졌어. 여기서 흥미로운 건 쿠팡과 카카오가 커머스에서는 정면 경쟁자라는 점이야. 적과의 동침을 감수할 만큼 양쪽 다 급했다는 신호로 읽혀.

MCP 서버를 만드는 개발자와 스타트업도 실질적인 걸 얻어. PlayMCP에 도구를 올리면 이론상 5,000만 명 규모의 메신저 안에서 호출될 수 있는 경로가 생겨. 여기에 카카오가 8월 6일 과기정통부·NIA의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 개발 지원 사업' 수행자로 선정된 것도 겹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컨소시엄을 꾸려 2027년 12월까지, 정부출연금과 민간부담금 합쳐 약 110억 원 규모로 진행해. 큰돈은 아니지만 '민간 주도 개방형 에이전트 생태계'의 운영자 자리를 정부 사업 명분과 함께 챙긴 건 의미가 있어.

기존 주주는 즉각적인 이득보다는 선택권을 얻어. 인적분할이라 지분이 희석되지 않고, 두 회사 주식을 0.36 대 0.64로 나눠 받은 뒤 원하는 쪽만 남길 수 있어. 다만 재상장 직후 수급이 어떻게 될지, 특히 지분 가치 중심의 카카오X가 얼마나 할인받을지는 아무도 장담 못 해.

과거에도 이런 쪼개기가 있었어 — 성공 하나, 실패 하나

성공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건 이베이와 페이팔이야. 2015년 이베이가 페이팔을 분사했을 때 명분은 "결제는 마켓플레이스와 다른 속도로 커야 한다"였어. 결과적으로 페이팔은 분사 후 몇 년 만에 모회사인 이베이의 시가총액을 크게 앞질렀어. 성장 속도와 자본 배분 방식이 다른 두 사업을 억지로 한 회사에 묶어두면 둘 다 손해라는 논리가 실제로 증명된 케이스지. 카카오AI와 카카오X의 논리도 정확히 이거야. 카카오톡 AI는 공격적으로 재투자해야 하고,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지분은 규제와 배당 관점에서 관리해야 하니까.

또 하나 눈여겨볼 선례는 애플의 온디바이스 + 외부 모델 라우팅이야. 2024년 애플은 자체 온디바이스 모델로 대부분을 처리하고 어려운 요청만 ChatGPT로 넘기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했어. 카카오의 '카나나 나노 + AI 컨덕터' 구조와 개념이 거의 같아. 그런데 결과는 순탄하지 않았지. 개인화된 시리 기능은 반복해서 연기됐고, 온디바이스 모델이 실제 이용자 기대치를 못 따라간다는 비판이 이어졌어. 유통 채널과 하드웨어를 다 가진 애플조차 이 아키텍처를 제품으로 완성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건, 카카오가 넘어야 할 실행 난이도를 그대로 보여줘.

실패 사례는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어. 카카오 자신의 2021년이야.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를 잇달아 상장시키면서 '문어발 쪼개기 상장' 비판이 쏟아졌고,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상장 직후 대량 스톡옵션 행사는 지금까지도 한국 자본시장에서 주주 신뢰 훼손 사례로 인용돼. 그 여파로 카카오 주가는 오랜 기간 회복하지 못했어. 이번 분할이 물적분할이 아니라 인적분할이라는 점을 카카오가 보도자료에서 굳이 강조한 이유가 여기 있어. 기존 주주가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는 구조라 2021년식 비판을 피하려는 설계인 거야. 다만 설계가 다르다고 결과까지 보장되는 건 아니야.

한 가지 더 짚자면, HP가 2015년 HP Inc와 HPE로 갈라진 사례도 참고할 만해. 분할 자체는 깔끔했지만 두 회사 모두 이후 성장 정체를 겪었어. 교훈은 단순해. 분할은 이미 있는 성장 동력을 더 잘 보이게 만들 뿐, 없는 성장을 만들어내진 못한다는 것. 카카오AI에 성장 동력이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카카오톡 안에서 AI가 돈을 버느냐로 판가름 나.

네이버와 구글은 어떻게 받아치나

네이버의 카운터는 인프라와 B2B야. 브룩필드·엔비디아와 총 100억 달러 규모로 각 세종에 200MW·GPU 약 10만 장 규모의 AI 팩토리를 짓고, 2027년 상반기에 55MW 규모 1차 인프라를 가동한다는 계획이야. 카카오가 GPU를 덜 쓰는 쪽으로 갔다면 네이버는 아예 GPU를 파는 쪽에 서겠다는 거지. 소버린 AI를 원하는 정부·기업·해외 국가에 인프라와 모델을 함께 파는 그림인데, 카카오가 노리는 소비자 AI 시장과는 다른 링이야. 두 회사가 이제 같은 시합을 안 한다는 얘기이기도 해.

다만 네이버 쪽 리스크도 분명해. 독파모 1차 탈락, '모두의 AI' 불참으로 정부 주도 국산 모델 진영에서 한 발 빠진 상태고, 하이퍼클로바X 고도화도 엔비디아 오픈 모델 파인튜닝에 기대고 있어. 여기에 검색 본진이 흔들리는 신호도 나왔어. 모바일인덱스 집계 기준 7월 구글 앱 국내 MAU가 4,702만 명으로 네이버 4,684만 명을 처음 앞질렀거든. 집계가 시작된 2021년 3월 이후 처음이야.

구글은 사실 이 판에서 제일 편한 위치야. 안드로이드 기본 탑재와 제미나이 앱, 크롬 통합으로 한국 이용자에게 이미 도달해 있고, 별도 유통 파트너십이 필요 없어. 카카오가 카카오톡이라는 '앱 안의 OS'를 만들려는 순간, 구글은 그 앱이 올라가 있는 진짜 OS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수 있어. 카카오 전략의 최대 취약점이 여기야. 카카오톡이 아무리 강력해도 안드로이드 위에서 돌아가고, 온디바이스 추론을 하려면 결국 단말 제조사·칩셋 벤더와의 관계가 필요해.

SK텔레콤과 LG AI연구원은 독파모 2차 평가를 통과해 업스테이지와 함께 3파전에 들어갔고, 각각 B200 1,000장을 지원받아 연말까지 모델을 고도화한 뒤 2027년 초 최종 2팀 선발을 노려. 이들이 정부 인증 '국가대표 모델' 타이틀을 가져가면, 공공·금융·국방처럼 소버린 요건이 강한 시장에서 카카오는 자리가 없어. 카카오가 8월 18일 마감된 '모두의 AI' 사업에 참여를 확정한 것도 이 흐름에 대한 대응으로 보여. 공모 조건상 자사 국산 모델을 50% 이상, 다른 국내 기업 모델을 30% 이상 반영해야 해서 컨소시엄이 필수인데, 네이버가 빠진 자리에서 카카오가 카나나의 대국민 노출 창구를 확보하려는 계산이야.

배달의민족의 대응도 지켜볼 만해. 쿠팡이츠가 카카오톡이라는 유입 경로를 확보했으니, 배민은 자체 AI 추천을 강화하거나 다른 메신저·플랫폼과 손잡는 선택지를 검토할 수밖에 없어. 다만 한국에서 카카오톡급 유통 채널은 하나뿐이라, 이 카드는 카카오가 배타적으로 쥐고 있는 셈이야.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개발자라면 PlayMCP가 실질적인 유통 채널이 될지를 지금부터 지켜볼 만해. 지금 등록된 외부 MCP 서버가 200여 개인데, 이게 2,000개가 되고 카카오톡 에이전트가 실제로 그중에서 도구를 골라 호출하기 시작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져. 앱스토어 초기와 비슷한 구도가 열리는 거야. 반대로 카카오가 자사 서비스(선물하기·카카오맵·멜론) 위주로만 라우팅하면 그냥 카카오 내부용 API 게이트웨이로 남아. 판단 기준은 하나야. 외부 개발자가 만든 도구가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호출된 사례가 공개되는가. 오픈클로 연동처럼 외부 에이전트 쪽 진입로가 늘어나는 것도 긍정 신호로 볼 수 있어.

투자자라면 챙길 날짜가 세 개야. 12월 17일 임시주주총회, 2027년 1월 1일 분할기일, 1월 27일 재상장. 그리고 그 사이에 확인할 지표는 두 개. 하나는 카카오톡 내 AI 서비스 MAU가 연말 1,000만 명 목표에 닿는지, 다른 하나는 온디바이스 처리 비중 50%라는 가정이 실제 원가율로 증명되는지야. 두 번째가 특히 중요해. 카카오는 2027년부터 본격 수익화를 얘기했으니, 2027년 1분기와 2분기 실적에서 AI 관련 비용이 어떻게 잡히는지가 이 전략의 첫 성적표가 될 거야. 참고로 2028년 AI 매출 두 자릿수 비중, 2030년 AI 매출 1조 원이 회사가 스스로 건 기준선이야.

일반 사용자라면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카카오톡 대화방 안에서 배달 주문이 끝나는 경험이 될 거야. 편해 보이지만 짚어볼 지점도 있어. 온디바이스 모델이 대화 맥락과 취향을 읽어서 추천한다는 건, 내 대화 내용이 추천의 재료가 된다는 뜻이야. 카카오는 기기 안에서 처리하니 오히려 프라이버시에 유리하다고 설명하는데, 실제로 어떤 데이터가 기기에 남고 어떤 데이터가 서버로 가는지는 서비스가 나와봐야 확인할 수 있어. 그리고 추천에 광고가 섞이는 순간 이 경험의 성격은 또 달라져. 카카오AI 매출 목표의 큰 축이 광고라는 걸 기억하면 이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방향이야.

기업 실무자라면 조달 관점이 달라질 수 있어. 지금까지 국내 AI 도입 논의는 '어느 모델을 쓸까'였는데, 카카오가 밀고 있는 건 '어느 채널에 붙을까'야. 고객 응대나 예약, 주문 같은 접점을 가진 회사라면 자체 챗봇을 만드는 대신 PlayMCP에 도구를 등록해서 카카오톡 안으로 들어가는 선택지가 생겨. 다만 이건 유통을 카카오에 의존한다는 뜻이기도 해서, 수수료 정책과 노출 알고리즘이 공개되기 전에는 신중하게 볼 문제야.

🥄 남은 궁금증 세 가지

— 그래서 나랑 무슨 상관이야? 당장은 없어. 분할이 완료되는 건 2027년 1월이고, 그전까지 카카오톡 쓰는 방식은 안 바뀌어. 다만 카카오 주식을 들고 있다면 12월 17일 임시주총과 이후 재상장 일정은 챙겨봐야 하고, 카카오톡에서 배달 주문 기능이 열리면 그때부터는 체감이 생길 거야.

— 이게 왜 지금이야? 2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냈고 ChatGPT 포 카카오 가입자가 1,300만을 넘긴, 그러니까 협상력이 제일 좋은 타이밍이라는 게 표면적 이유야. 여기에 정부 독자모델 정예팀에 못 든 상황, 구글 앱이 네이버 MAU를 처음 앞지른 흐름이 겹쳤어. 큰 모델 경쟁에서 이미 밀린 자리에서 다른 판을 짜야 했다는 해석도 가능한데, 어느 쪽이 결정적이었는지는 단정하긴 일러.

— 이거 그냥 지주회사 쪼개기 아니야? 그 의심은 합리적이야. 다만 2021년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때와 달리 이번은 물적분할이 아니라 인적분할이라 기존 주주가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받아. 구조적으로는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피하도록 설계돼 있어. 그래도 재상장 이후 두 회사 합산 시가총액이 지금보다 커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고, HP처럼 나눠놓고 둘 다 정체한 전례도 있어.

참고 자료

숫자와 기준은 발표 시점 기준이라 바뀔 수 있어. 투자 판단은 각자의 몫!